고동석 편집국장

[소비자경제=칼럼] 아직도 정부 부처 산하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공직 유관단체 정규직을 선발하는 과정에 특혜 채용 비리가 판을 치고 있다.  

이달 11일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지난해 말 공직유관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채용비리 특별점검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 5년 동안 채용이 없었던 16개 단체를 제외한 256개 단체 중 200개 단체에서 채용비리가 946건에 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재정지원, 임원 선임 승인 등을 받아야 하는 공직유관단체가 현대판 음서제도가 판을 치는 온상으로 변질됐던 셈이다. 채용비리 수법도 다양했다. 부정 청탁에다 서류조작에 이어 특정인을 특혜 채용하는 과정에서 지인의 소개나 밀어넣기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인권위 점검으로 적발된 사례를 보면 채용 관련 규정미비(221건, 23.4%), 위원구성 부적절(191건, 20.2%), 부당한 평가기준(108건, 11.4%), 모집공고 위반(97건, 10.3%) 사례 등이 절반을 넘었다. 위반건수도 2013년 95건에 불과하던 것이 2015년부터 꾸준히 늘어나 작년에는 215건으로 불어났다.

권익위 부패방지국은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실업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 구직자들의 분노와 상실감을 불러일으키고 우리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채용비리 신고센터를 상시 운영해 적발 시 관계기관에 엄정한 처리를 요구하고 제도적 미비 사항을 개선해 채용비리를 근절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기관의 특혜채용 비리는 비단 권익위의 점검으로 끝난 게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을 지시한 이후로 후속조치 일환이라는 점에서 49개 중앙부처·지자체·지방교육청 소관 272개 공직유관단체에 그치지 않고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까지 채용비리 실태 특별점검에서 추가로 쏟아져 나올 공산이 크다.

이중 에스알의 채용관련 비리의혹은 국토부 특별점검에서 터져 나온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최근 국토부 감사담당관실은 면접평가점수를 의의로 변경해 추가 합격시킨 사례 등 총 13건을 적발했다.

대체로 면접전형 결시자 합격 처리 부적정, 면접전형 결과 합격자 변경 부적정 등 11건 등이다. 에스알의 경우 기관주의(11건)와 관련자 문책(징계 8명, 경고 1명)을 요구하고 추가 조사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선 수사기관에 수사의뢰(4명)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당 주승용 의원은 2017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직 코레일 직원이 대다수인 에스알 특혜채용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필기시험 없이 면접시험만으로 채용한 점, ▲면접과정에서 외부전문가 없이 내부직원만으로 면접을 실시해서 채용한 점, ▲철도에 대해 특별한 경력이 없지만 아버지가 현재 에스알에 근무하고 있는 점 등을 지적한 적이 있다.

주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에스알 특혜채용 의혹에 대해 지적한 내용은 국토부 감사결과 그대로 드러났다.

국토부 감사담당관실은 최근 점검 조사에서 ▲서류전형 불합격 대상인 지인 딸을 부당하게 채용한 점, ▲면접위원 응시자별 면접평가표 무단 폐기, ▲면접전형 결과 합격자를 부적정하게 변경한 점, ▲면접전형 결시자를 부적정하게 합격 처리한 점, ▲서류전형 자격면허 평가와 외국어 점수 평가를 부적정하게 한 점, ▲외부위탁 서류전형 평가자료 관리를 부적정하게 한 점 등에 대해 경찰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주 의원은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부모빽’으로 아무런 노력 없이 취업한 금수저들 때문에 독서실에서 땀 흘리며 공부하고 있는 흙수저 청년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채용절차를 개선할 것에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정부는 작년에 추가경정을 통해 18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일자리 예산을 투입했다. 2017년 일자리 예산은 전년보다 7.9%가 늘어났지만 취업자 증가율은 1.2%로 성과는 차치하고 실업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실업자 수를 놓고 보면 작년 한 해는 역대 최악이었다. 정부가 일자리 정책을 성공하려면 솔선수범의 본을 먼저 보여야 할 것이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일자리 정책이 제대로 된 성과를 국민들 앞에서 내놓으려면 정부 부처 산하 공공기관과 유관단체 특혜 채용비리부터 근절시켜야 할 것이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구호에 민간기업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번엔 반드시 뿌리 뽑아야 일자리 희망이 있는 나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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