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 칼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를 마치 사설 도박장 단속하듯 폐쇄하겠다고 밝힌 11일 애꿎은 투자자들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정부는 부처간 논의와 조율이 설익기도 전에 구시대적 방식으로 우격다짐식 규제 계획만을 쏟아내 가상화폐와 증권시장까지 혼란을 오히려 가중시켜 놓았다. 

시장의 불확실성에 소방관 역할을 해야 할 정부 당국이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은 셈이 됐다.  

이렇게 된데에는 과열된 투기시장을 선순환 될 수 있도록 관리할 능력이 부재했던 탓이기도 하다. 정부 부처간 협의와 대책 수립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드러난 미숙함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한 것에 머무르지 않고 증권시장에서 거래되던 관련 주까지 줄줄이 곤두박질치는 상황까지 내몬 꼴이 되고 말았다.

법무부 장관이 내뱉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조치가 정부부처가 조율이 끝난 상황이라고 말에 당연히 투자자들의 여론은 빗발쳤다. 그러자 청와대가 나서 “정부 부처가 조율이 끝난 게 아니다”고 번복하면서 혼선을 극에 달했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것인지 가상화폐 규제를 둘러싼 정부의 태도는 뜨거운 감자를 손에 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불확실성만 가중시켰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개미 투자자들의 원성으로 도배됐다. 심지어 ‘공산주의 국가냐’, ‘정부가 비트코인 가격을 조작했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정부가 내놓을 조율이 끝난 가상화폐 규제는 어떤 식으로든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가상화폐 투기광풍이라는 여론에 떠밀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두들기고 보겠다는 정부의 설익은 대처는 불신과 무능으로 부메랑이 될 공산이 크다.

이번 가상화폐 규제 논란은 계획경제에 익숙한 관치 논리가 시장에 개입하는 순간 불확실성이 얼마나 극대화되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나서 법무부 장관의 말을 백지화시켰으니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태스크포스(TF)가 제대로 가동될지도 미지수다.

청와대가 여론에 떠밀려 다시 말을 뒤집어 놓으면서 금융당국을 비롯해 관련 부처 수장들은 눈치보기로 급급할 게 뻔하다. 또 이 대혼란을 불러온 파장을 이제 누가 책임 지려고 할 것인가. 정부가 가상화폐 시장에 개입의지를 철회할 계획이 없다면 소문을 퍼뜨리는 식의 어정쩡한 발언이나 혼선을 불러일으키는 발표는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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