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단체 "동물등록제 활성화하고 이력제 도입해야"

D업체가 운영하는 유기견호보소에서 철창에 갇힌 유기견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동물보호단체들과 애견과들이 반려동물을 사는 문화에서 입양하는 문화로 전환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제도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

◇ 애견가들 이구동성 “유기견보호소 믿음 안간다”

김소연(43세) 씨는 며칠 전 유기견 입양을 위해 인터넷 검색 후 한 유기견보호소를 찾았다. 전국적으로 가맹점을 두고 반려동물을 안락사없이 입양·분양하면서 애견샵도 함께 운영하는 전문 업체라 믿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상황은 전혀 달랐다.

김 씨는 “유기견 책임분양이라고 해서 돈을 지불해야 하는데 어떤 강아지는 30만 원을 달라고 했어요. 이건 엄연한 판매 행위 아닌가요?” 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D유기견보호소는 보호소를 방문하는 사람들로부터 유기견 후원금 명목으로 1인당 8천 원 씩을 받고 있다. 김 씨는 이 부분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홈페이지에도 그런 문구는 없었고 전화 상담시에도 말이 없다가 거기가지 갔는데 유기견을 보기 위해서는 후원금을 내야 한다면서 방문자 숫자대로 결제를 하는데 어이가 없었죠.” 그러면서 “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후원금이야 당연히 낼 수 있지만 실제로 유기견에게 어떻게 쓰이는지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입장료 식으로 내는 게 정상적인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소비자경제> 취재진이 보호소 입장 시 동의없이 후원금을 받는 이유를 묻자, 해당업체 직원은 “이곳이 동물원도 아니고 너도나도 다 들어와 구경하게 할 수는 없어서 반드시 입양의사가 있는 사람들만 받기 위한 절차”라고 해명했다.

박정원(70세)씨는 얼마 전 반려견 사망 후 적적한 마음에 D업체가 운영하는 팻샵에서 2개월 된 말티즈 한 마리를 25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집으로 데려 온지 며칠 지나지 않아 강아지는 구토와 함께 기생충이 있는 혈변을 놓았다. 병원에 데러가 보니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걸려 있었다.

박 씨가 D업체에 문제 제기를 하자 D업체 관계자는 도리어 화를 내며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박 씨가 계약한 계약서는 책임분양 계약서였다. 박 씨는 “5만 원을 깎아 주는 대신 현금에 책임분양 계약서를 쓰라고 했어요. 며칠이지만 정도 들었고 반환 요청을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다짜고짜 화부터 내니 정말 어이가 없네요. 처음부터 일부러 책임분양으로 유도를 한 게 아닌지 의심스러워요.” 라며 하소연했다.

해당 업체 홈페이지 상에는 코로나,원충 구충 등의 1차 접종을 완료했으며 평생 책임 보상 약속 및 각종 혜택을 줄 것처럼 기재했지만 실상은 달랐던 것.

박 씨가 서명한 책임분양 계약서에는 개인적인 사정(알레르기, 가족반대, 개인변심, 부적응, 짖음) 등으로 파양 시 반환이 되지 않음에 동의할 것, 분양 후 동물의 질병 및 어떠한 문제에 대해서는 업체에서 책임지지 않는다는 내용 등이 기재되어 있다. 여기에 예방접종도 하지 않았다고 표기돼 있다.

박 씨는 "제가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보지 않는 것도 잘못이지만 정말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곳인지 의심스럽다"며 씁쓸함을 전했다.

한 인터넷 카페에도 D업체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

김진형(가명) 씨는 얼마 전 유기된 개를 위탁할 곳을 찾다가 D업체에 문을 두드리게 됐다. 김 씨는 “시나 구에서 운영, 위탁하는 유기견 보호소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 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제가 입양한 후 위탁할 사설 보호소를 찾다 믿을 만한 곳인 것 같아 가게 됐죠” 라고 말했다.

김 씨는 위탁 비용 190만 원(입양비 30만 원, 중성화 수술비 50만 원, 피부병 치료비 30만원 등)을 내고 개를 위탁했다. 단순 위탁을 생각했지만 반드시 파양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해서 파양동의서에 서명을 했다. 믹스 중견인데다 입양이 쉽지 않을 것이며 장기간 보호해야 하니 비용이 클 수밖에 없다는 말을 믿었던 것.

하지만 김 씨는 며칠 지나지 않아 D사 직원으로부터 위탁한 개가 새 주인에게 입양됐다는 문자와 함께 새주인과 찍은 개 사진 2장을 받았다. 김 씨가 새 주인의 연락처를 물었지만 당사자가 연락처를 밝히기를 꺼려한다며 내어주지 않았고 안심이 안 된 김 씨는 경찰에 신고를 했다. 그리고 며칠 후 위탁한 개는 다시 유기견으로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배정만(27세)도 키우던 개를 위탁할 곳을 찾아 여러 사설 보호소에 문의했지만 포기하고 말았다. 집에서 키우는 것보다 좀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보호해 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위탁할 곳을 찾았지만 문의하는 곳마다 믿음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 씨는 “집에 사람이 없을 때가 많은데 개가 이제 병들고 나이도 많으니 좀 더 잘 돌봐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알아봤죠. 그런데 문의하는 곳마다 우리 개를 어떻게 돌봐줄 지에 대한 설명은 없고 모두 금액만 얘기하는 거죠. 물론 금액은 지불할 수 있지만 거기 보내면 돈은 돈대로 내고 우리 개가 그냥 방치될 것 같더라고요.” 라고 말했다.

◇ 유기견 매년 증가 추세...설립 기준 없는 사설유기견보호소

동물보호법 제15조(동물호보센터의 설치지정 등) 제1항에 따라 시·도지사가 유기된 동물의 보호조치를 위해 농림축산심품부령이 정하는 기준에 적합한 시설에서 직접 설치, 운영하거나 위탁하도록 되어있다. 시·도가 직접 운영하거나 위탁한 동물보호센터 개소는 2016년 기준 281곳이다. 보호, 구조하는 일정의 비용을 지자체에서 지원해 준다.

문제는 제도권 안에서 매년 증가하는 유기견 보호를 다 하기엔 역부족이다. 어쩔 수 없이 사설보호소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 인터뷰에서 “사설보호소의 설립 기준이 없어 숫자 파악도 안되는데다 제도권편입에 대한 사안도 정책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들도 “사설보호소에 기준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아 고민”이라고 전했다.

동물자유연대 최일택 팀장은 “사설 보호소 중에서 나름 잘 관리하고 있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이 너무 열악하고 관리도 안 되고 있어요. 하지만 기준을 제시해서 운영을 못하게 하면 대부분 그 기준을 충족하기 쉽지 않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설보호소를 비영리단체로 운영하면서 판매 행위를 하는 곳들도 있는 것 같아 저희도 조사 중이에요.” 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 동물보호법 개정도 아직 갈 길 멀어

2017년 3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돼 올 해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올해부터 동물 생산업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지자체의 허가를 받지 않고 동물생산업을 할 경우 벌금 500만원이 부과된다. 기존의 5배로 상향 조정됐다. 지자체의 허가를 받으려면 기준에 맞는 시설과 인력을 갖춰야 한다. 

오는 3월21일부터는 동물 유기 시, 현행보다 3배 오른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추가 설치 및 유기동물 분양 시 최대 20만원이 지원된다. 동물 학대 시 처벌 수위도 강화됐다. 현행 동물보호법에는 처벌 규정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이었지만 3월 시행되는 개정안에서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 조정됐다. 

동물보호법이 처음 제정된 건, 1991년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동물학대로 징역형을 받은 사례는 없다. 동물보호법 개정과 강화가 논의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지만 전문가들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학대행위에 대한 조항에 아쉬움이 남는다. 농림부가 규정한 학대행위에는 ▲고의로 사료나 먹을 것을 주지 않아서 신체상 위해를 가하는 행위 ▲강제로 음식이나 물을 먹여서 위해를 가하는 행위. 3)고의로 방치해서 위해를 가하는 행위가 포함돼 있다.

동물보호 관계자들은 “이 전에 포괄적 조항이 오히려 없어져 다른 행위를 막을 수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전기자극을 주어 고통스럽게 한다든지, 훨씬 더 수위가 높은 학대 행위를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것. 전문가들은 “농림부가 너무 안일하게 판단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전문가들은 동물 생산 신고제를 허가제로 전환한 것은 관리감독을 강화한다는 것이어서 고무적이지만 정보 불투명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동물등록제를 활성화하고 이력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최일택 팀장은 “강아지 공장 문제가 터지면서 관리를 더 엄격하게 하겠다는 것인데 관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정보불투명의 문제이기도 해요. 소비자는 내가 데려온 강아지가 어디어 어떻게 태어나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 알 수 없잖아요. 장기적으로는 강아지 이력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면서 “온라인이나 이런데 기재를 해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밖에 오는 6월 시행을 앞 둔 실험동물법 개정안은 무등록 실험동물 공급업자들의 동물 공급을 금지했다. 또 실험동물운영위원회 설치와 의무 위반 시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동물 실험이 끝난 이후, 동물이 회복되면 분양하거나 기증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조항역시 동물실험의 30%가량을 차지하는 교육목적 실험시설이 포함돼 있지 않아 반쪽짜리 개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D업체가 판매한 강아지의 배설물에서 나온 기생충

반려인의 의무도 강화될 방침이다. 동물보호법이 아니라 맹견 처벌법이란 비난도 나오고 있지만 지난해 개물림 사고가 파장을 일으키면서 법개정의 필요성에에 무게가 실렸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시행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에는 맹견의 공격을 받아 사람이 사망할 경우 반려인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사람이 다칠 경우에도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반려인은 정기적으로 관리 교육을 받고 외출 시 맹견에게 목줄과 입마개를 씌워야 한다. 관리 의무를 어길 시 반려인에게 3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관계자는 “규제를 만들고 처벌을 강화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문화이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고 성숙한 반려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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