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평가 대부분…기술상 문제도 일부 제기

2016년 6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에서 소개된 가상현실(VR) 기기들. 최근 서울 강남과 신촌 등에 VR체험장이 기존 노래방이나 PC방을 밀어내고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사진=danawa.com)

 [소비자경제=정세진 기자] 겨울철이면 계절성 우울증을 앓아온 회사원 권모씨(32세)는 요즘 가상현실(VR) 체험장을 찾으면서 심리적으로 활기를 되찾고 직장 스트레스까지 해소하고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얼마 전부터 승마를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기 때문이다.

◇ 놀이 공간 넘어 생동감 넘치는 각종 스포츠까지 기존 PC방 대체  

권씨가 이른바 ‘귀족 스포츠’로 불리는 승마를 배울 수 있게 된 것은 가상현실 덕분이다.

실내에 장착된 안장에 앉으면 시뮬레이션 시스템이 결합돼 스크린으로 ‘풍경’을 즐기며 실제로 말을 타는 듯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혼자서 즐길 수도 있지만 배틀 게임을 통해 여러 사람들과 숨 막히는 레이스를 벌이기도 한다.

그는 “겨울철이면 날도 춥고 해서 움직이기가 싫어지는데 이렇게 실내 운동을 하다 보니 다이어트 효과도 있고 기분도 한결 가벼워진다”고 말한다.

작년부터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공간이 바로 가상현실(VR) 체험장이다. 기존의 노래방이나 PC방의 자리를 가상현실이 대체하고 있는 셈이다.

종류도 게임형 콘텐츠에서 스크린 스포츠 등으로 다양하며 갈 곳이 마땅치 않은 겨울철, 가상현실 체험장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가상현실 체험이 인기를 끌고 있는 큰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저렴한 가격이다. 정식으로 즐기려면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승마나 골프도, 가상현실에서는 진입장벽 없이 누구나 입문할 수 있다.

장비를 마련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고 장소를 찾아 헤맬 필요도 없는 가상현실 스포츠는 운동이 필수가 된 현대인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크린 테니스를 즐기고 있다는 초등학교 교사 서모씨(36세)는 “동호회 텃세에 계절상의 문제, 경기장 예약 등의 어려움으로 좋아하는 테니스를 학생 때 이후 잊고 살았다”며 “이곳에서는 난이도 조절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어 조금씩 실력을 키워 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혼술, 혼밥을 하는 싱글족들에게도 가상현실 공간은 눈치 보지 않고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장소로 꼽힌다.

사회 초년생 김모씨(25세)는 “영화관에 가도 커플들 때문에 괜히 위축되곤 했는데 가상현실 체험장에서는 나처럼 혼자 게임에 몰두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어서 마음 편히 놀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danawa.com)

◇중장년층 성인방 인기...VR 어디까지 진화하나  

그러나 가상현실 체험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자동차 운전 게임을 체험했다는 강모씨(30세)는 “처음에는 재미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멀미가 나는 것처럼 울렁거리면서 중간에 내려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어지러움 증세를 호소하게 되는 이유로는 기기 자체의 흔들림 탓도 있지만 화면 해상도의 문제인 경우도 있다.

이른바 ‘실제상황’에 비해 몰입감이 높지 않은 등의 문제도 일부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 부분은 지속적인 성능 향상을 통해 극복될 수 있는 문제들이어서 시간이 충분히 해결해 주리라고 업자들은 기대한다.

이와 조금 다른 이유로 가상현실 체험에 불만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가령 VR 성인방 같은 경우, 움직임 없이 화면만 보며 상대방과 관계한다는 것이 아직은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또 가상현실이 이전에 없던 신기술인만큼 어느 정도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도 중장년층 이상 세대에게는 장벽으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이모씨(45세)는 “중학생 아들과 종종 스크린 야구장을 찾는데 나이가 있는 중장년층에게는 플레이가 여전히 어색하다”며 “트렌드를 따라가는 일이 점점 어려워짐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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