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불 난 데 기름 부은 격” 반응 격앙

(사진=픽사베이)

 [소비자경제=정세진 기자] 이른바 ‘아이폰 배터리 게이트’와 관련해 국내 소비자들의 집단소송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법무법인 ‘한누리’의 조계창 변호사는 29일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오전 11시 현재 소송 신청 인원이 3만3000명을 넘어섰다”고 언급했다.

이와 같은 추세로 볼 때 신청 마감일인 1월 11일까지는 10만 명이 넘는 소비자들이 소송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 변호사는 덧붙였다.

‘한누리’ 이외에 ‘휘명’ 등 타 로펌에서도 소송을 준비 중인 것을 감안하면 집단소송에 실제로 참여하는 이들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의 성능저하 논란이 커지면서 애플은 지난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오히려 소비자들은 “불 난 데 기름 부은 격”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소송 참여 인원이 급격히 늘어난 시점도 사과문 발표 이후라는 게 ‘한누리’측의 설명이다.

소비자들의 심기를 한층 더 불편하게 한 것은 애플에서 제시한 보상안이다. 애플은 1월 말부터 2018년 12월까지 전 세계 아이폰6 이상 사용자에게 보증기간이 만료된 아이폰 배터리 교체 비용을 79달러에서 29달러로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내년 초에는 사용자가 아이폰 배터리 상태를 더 잘 확인할 수 있도록 새 기능을 갖춘 iOS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애플은 덧붙였다.

이에 애플 이용자들은 “결국 리셋은 안 해준다는 이야기냐”, “소송비용을 배터리 판매가격으로 메우려는 꼼수”라며 비난하고 있다.

3년째 아이폰을 사용해 왔다는 학원강사 김모씨(38세)는 “배상금을 줘도 모자랄 판에 돈을 내고 배터리를 바꾸라니, 이는 소비자를 우습게 아는 처사”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김씨는 “배터리 뿐 아니라 겨울 한파에 전원이 꺼지고 녹색 세로줄이 나타나는 것 같은 문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처음에는 조금 불편하겠지만 안드로이드로 갈아타는 게 나은 선택 같다”고 밝혔다.

한편 구체적인 소송 방안에 있어서는 다양한 그림들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현행법상 집단소송제는 증권 분야에만 해당되다 보니 일반 민사소송 방식의 공동소송이나 미국 집단소송에 동참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그밖에도 소비단체를 통한 집단분쟁조정, 단체소송 같은 방안도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한 소비자단체에서는 이번 사안에 대해 “보상 이야기가 생각보다 빨리 나온 것은 고무적이나 소비자들이 입은 피해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며 “미국 내 소송 경과와 애플 측 향후 반응 등을 고려해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의 의도적인 성능저하 의혹은 지난 9일 소셜 뉴스웹 ‘레딧’에서 처음 제기됐다.

현재 미국 연방 법원에서 배터리 게이트 관련 소송은 9건에 이르며, ‘비올레타 마일리안’이라는 이용자가 캘리포니아 연방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애플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9999억달러이다.

마일리안은 “애플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수리하거나 배터리를 교체하는 대신 새 아이폰을 사도록 유도했다”며 “이를 미리 고지하지 않은 것은 소비자에 대한 기만행위”라고 비난했다.

다만 일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위치추적 관련 소송도 결국 변호사만 돈을 벌고 패소했다”며 “보상에 대해서는 마음을 비우는 편이 나을 듯”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감지된다.

하지만 조 변호사는 “승소 가능성은 승산이 충분히 있다고 보기에 시작한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했다. 다만 보상 규모 부분에 있어서는 해외 소송 결과 등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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