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대출부족해 연금 헐어 충당…작년 중도인출액 28% 늘어

(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새아 기자] 2016년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한 사람 중 절반은 ‘내 집 마련’이 목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을 받는 사람의 98%는 매달 나눠 받지 않고 한 번에 목돈으로 가져갔다. 퇴직연금을 인출할 때 적립금의 일부만 받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도 인출은 곧 연금 해지를 뜻한다. 이렇게 깬 노후 준비자금은 대부분 부동산 비용으로 쓴 것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기준 퇴직연금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한 사람은 4만91명이었다. 전년 2만8,080명보다 약 43% 규모로 증가했다.

중도인출 금액도 1조2,318억원으로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전년 9,648억원에서 약 30% 늘어난 수치다. 중도인출을 한 사람 가운데 79.7%, 중도인출 금액의 84.7%는 남성이 차지했다. 1인당 인출금액도 3300만원으로 여성의 2300만원보다 많았다.

◇퇴직금 중도인출 63.8%…'주택 구입'

중도인출 이유로는 '주택 구입'이 1만8319건으로 절반에 가까운 45.7%나 됐다. 전체 중도 인출자(4만91명)의 45.7%에 해당한다. 이어 임차 보증금이 7,248명으로 18.1%를 기록했다. 주거 관련 인출이 약 64%에 달하는 셈.

특히 임차보증금에 사용하려 중도인출을 한 사람은 689명에서 7248명으로 10.5배 이상 폭증했다. 1인당 평균 인출금액도 2400만원이나 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퇴직금을 중도인출한 사람 가운데 63.8%가 주택 때문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나눠받으면 30% 세금감면인데…일시금 택해

작년까지의 퇴직연금 적립금액은 총 145조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0조3000억원인 16.2%수준 증가했다. 퇴직연금 가입대상 근로자 1087만9000명 중에서는 543만9000명이 가입해 가입률은 2015년보다 2.1% 포인트 높아진 50.0%를 기록했다.

퇴직연금을 정기적으로 나눠 받는 사람은 전체 수급자의 2.2%(5866명)에 불과했다. 97.8%(26만6400명)는 한 번에 일시금으로 받아갔다. 수급자 가운데 남성은 90.2%, 수급액 가운데 94.7%를 차지했다.

연금으로 나눠 받으면 일시금으로 받을 때보다 세금이 30% 감면되는데도 수령자 대부분은 목돈을 택한 것이다.

적립금 가운데 50.0%는 은행, 24.6%는 생명보험, 18.1%는 증권, 6.5%는 손해보험, 0.8%는 근로복지공단이 운용 중이다. 이 가운데 88.9%는 원리금 방식, 6.8%는 비원리금 방식으로 운용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소비자경제>를 통해 “지난해 퇴직연금의 가입자 절반 가량이 주택문제 및 임차보증금 마련을 위한 목적으로 중도인출을 했다. 이것은 주택시장 불안정, 또한 갈수록 월세 비중은 늘어나는데 그에 대한 주거부담비용은 계속 늘어나는 것 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로 인해 안정적 노후 보장이라는 퇴직연금의 취지까지도 이미 퇴색됐다”이라고 지적했다.

채 의원은 “퇴직연금은 노후 보장을 위한 중요한 수단인데 이를 중도 인출하는 경우가 많다는 건 제도 설계에도 문제가 있다는 뜻” 이라며 “선진국에선 퇴직연금을 중간에 찾으면 세금을 높게 부과해 특정 연령까지는 퇴직연금을 수령할 수 있게 유도하고 있다. 우리도 퇴직연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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