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상권 반발‧ 부동산 가격 상승‧매장 사업자 높은 임대료에 죽을 맛

스타필드하남 전경.(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유통그룹 신세계가 경남 창원시 의창구 옛 39사단 터에 대형복합쇼핑센터인 스타필드 창원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로 평온했던 지역 주민들 간에 분열을 일으키는 등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창원시에 스타필드가 건립되면 비수도권 지역으로선 최초인 만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과 인근 주변상권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반대 목소리가 부딪히고 있는 것.

신세계 그룹 부동산 개발 공급업체 신세계프라퍼티가 지난 10일 창원시에 연면적 30만㎡ 규모로 스타필드 창원 건립을 확정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지역소상공인들은 ‘중소상공인·시장 보호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발족해 반대해 왔다.

◇ 입점 지역마다 사회 논란 중심으로 떠오른 스타필드

대책위에 따르면 창원시 자영업자는 40만~5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인근 김해시로 확대되면 어림잡아 70만명을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스타필드가 창원에 들어서면 지역 자영업자들은 서울과 수도권과 달리 타격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규직보다는 청소, 경비 같은 간접고용만 늘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해 신세계에서 주장하는 고용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의당 경남도당은 “이미 창원은 백화점, 마트등 유통업체들이 포화상태"라고 지적하며 소상공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미 창원지역에는 대형유통업체(매장면접 3000제곱미터)는 17곳에 분포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백화점 5곳, 대형마트는 12곳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창원시청을 중심으로 상남동과 중앙동에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집중 분포돼 있다.

여영국 정의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스타필드 창원 입점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경남도당 창원경제살리기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스타필드 창원점이 가져올 경제적 파급효과 연구, 소상공인 피해 규모, 교통영향평가 등을 진행해 객관적인 입장에서 여론을 수렴하라"고 창원시에 촉구했다. 그러면서 "스타필드는 이미 설계가 마무리된 상태인데 허가신청 뒤에 공론화하겠다는 것은 창원시의 직무유기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반면 '창원 스타필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라는 단체가 결성돼 스타필드 입점 운동을 펼치고 있다. 창원시청 시민의소리 민원게시판에는 스타필드 입점 허가를 요청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3천600건이 넘는다. 창원시 관계자는 “게시물에 일일이 답변을 달아 처리하기가 힘들 정도”하며 곤란함을 표했다.

시민의 소리에 올라온 글 중에는 “스타필드 연내 입점을 추진해달라”는 제목이 주를 이루고 “스타필드 반대하거나 지연시킨 정치인은 퇴출대상”이란 글도 눈에 띈다.

스타필드 입점 지지자들은 각 시·도의원에게 스타필드 찬반 입장을 묻는 메일을 일괄적으로 보낸 바 있다. 이에 선거를 빌미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신세계도 지역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난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창원이 고향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저는 스타필드 입점을 찬성하는 입장도 반대하는 입장도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민심이 갈리면서 싸우는 모습이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스타필드하남 내 1층부터는 3층까지 매장매출의 20~30%를 수수료로 내는 임대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사진=소비자경제)

◇ 대체 스타필드가 뭐길래?

체험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는 정용진 부회장의 ‘야심작’으로 꼽힌다. 신세계 프라퍼티 측에 따르면 현재 스타필드 개발 예정지는 인천 청라와 경기 안성, 경남 창원 세 곳이 남아 있다.

신세계 측은 2014년 향후 10년간 31조 원을 투자해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등을 확충하고 17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스타필드 하남의 경우 7000여 명, 스타필드 고양은 3000여 명의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2016년 9월 개장한 스타필드하남은 약 1조원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로 축구장 70배 규모로 건립됐다. 이어 올해 8월에는 연 면적은 36만4000㎡로 축구장 50개와 맞먹는 규모로 스타필드 고양이 개장했다.

스타필드하남은 각종 쇼핑매장 뿐 아니라 어린이 완구점과 체험장, 오락 시설을 원스톱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돼 있다. 개장 하루 만에 무려 13만 명이 다녀간 기록을 갖고 있기도 하다.

스타필드고양 역시 개장 100일 만에 600만 명이 방문하며 주말마다 평균 10만 명이 방문하고 있다는 게 신세계 측의 설명이다. 

반려견과 함께 쇼핑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눈에 띈다. 주말을 맞아 한번 와봤다는 한 시민은 “날씨도 춥고 강아지를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은데 마침 세일도 하고 반려견을 동반할 수 있다고 해서 한 번 와봤다”며 "반려견을 유모차에 태워 여유 있게 쇼핑할 수 있으니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주변 상권은 무너지고 부동산은 치솟고

스타필드 고양 바로 맞은 편에는 농협하나로 유통상가가 위치해 있다. 이 상가에 입점한 매장들은 스타필드고양이 개장한 이후 파리만 날리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 상가 한 의류매장 직원은 “인근에 스타필드뿐 아니라 이케아도 들어오면서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주말에는 저희 건물에 주차하고 맞은편 스타필드로 쇼핑가는 분들이 많다. 그래

고양시 삼송역 인근 상가 건물에서 수년째 장사를 해온 식당 주인은 "스타필드가 개장한 이후 파리만 날리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사진=소비자경제)

서 주차비를 안받다가 받기 시작했는데 스타필드는 주차비가 무료고 저희는 받으니까 손님은 더 없다"고 토로했다.

같은 상가 건물 안에 위치한 한식당도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식당 직원은 “스타필드에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고 저희는 아무래도 연세 있는 분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고객층이 다르긴 한데 맞은편에 스타필드 들어선 후 손님이 반으로 줄었다”며 “고춧가루며 식재로 값이 다 올라도 음식 값을 더 내려서라도 손님을 끌어와야 하는건 아닌지 저는 사장도 아닌데 고민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하남시 일대 재래시장 상인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스타필드하남 인근 신장동에 위치한 70년 전통의 신장전통재래시장 내에는 약 100개 점포가 운영 중이다.

지난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차량 1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시설도 구비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올 해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시장 상인들의 사기는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 신장시장 내에서 통닭을 팔고 있는 성윤호(48세) 씨는 손님을 끌어보겠다고 한 마리에 8천원은 받아야 하는 닭을 5천 원 씩에 팔고 있는데도 손님이 없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20년된 하남시 덕풍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덕풍시장 상인회 정연수 매니저는 “시장경제도 어려운데다 고객들이 스타필드로 몰리면서 시장경제는 더 바닥을 쳤다”며 “시장 자체적으로 골목형 시장육성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성토했다.

스타필드가 들어선 지역에는 어김없이 인근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스타필드하남과 인접한 아파트단지 매매가도 껑충 뛰었다. 2007년 완공된 아파트 단지는 대명이 10년, 부영이 23년이 됐다. 평수도 20평형대가 주를 이룬다.

하남시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현재 매매가는 30평형 기준 대명이 4억9천에서 5억에, 부영은 4억-4억2천이다. 전세가는 대명이 3억5천 부영이 2억 8천 정도"라며 "매매가가 스타필드 개장 전후로 달라졌다"고 했다.

스타필드고양이 자리 잡은 고양시 삼송지구의 부동산 매매가격은 현재 34평형 기준 4척9천부터 5억9천 정도로 형성돼 있다.

전세가는 3억7천에서 4억5천 정도다. 인근의 한 중개업소는 “아이파크2차 같은 경우는 1년 전에 비하면 1억 원 정도가 올랐어요.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약간 내린 상태로 거래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문의는 많지만 정작 매매까지는 이어지지 않으면서 가격이 주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양시 삼송동 한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한 시민은 “도심을 약간 벗어나 사는 이유는 집값 때문이다. 그런데 스타필드가 들어서고 전세값이 오르고 주말마다 교통지옥이 됐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스타필드가 들어선 고양과 하남지구의 공통점은 둘 다 지하철개통을 앞두고 있다. 하남은 지하철 5호선과 9호선 연장 개통을 추진 중이고 고양 삼송은 서울 용산과 연결되는 신분당선 개통이 예정돼 있다.

지하철 개통이란 호재에 스타필드 입점이 부족한 편의시설을 구축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아직 매매 수요가 많지 않은 건 부동산 정책 변화와 추이를 지켜보는 관망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 스타필드 일자리 창출 실패작...유통 아닌 매장 임대수익이 매출 대부분 차지

스타필드고양에 입점한 한 의류매장. 평일은 방문객이 주말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져 매장 입점 사업자들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사진=소비자경제)

신세계 측은 스타필드를 통해 일자리 창출효과가 클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하남 스타필드가 고용했다고 주장하는 4700명 중 신세계가 직접고용한 정규직은 373명(7.3%)밖에 되지 않는다"며 "대부분이 용역직으로 캐셔, 환경미화원, 주차요원 등이 주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신세계가 책임질 의무가 없는 단기 알바나 비정규직 양산만 키울 것이란 우려가 실제로 적중한 셈이다.

일자리 창출효과는 저조한데도 스타필드하남의 경우 올해 1~3분기 매출은 803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26억 원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 대부분은 매장 임대료 수익이다.

스타필드 입점 점포는 매출의 20~30%를 수수료로 내는 매장 임대 형식으로 운영된다. 대형백화점이나 쇼핑몰들이 수수료매장을 선호하는 건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전형적인 갑질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스타필드의 수익 구조만 들여다보면 신세계가 유통기업이 아닌 부동산 임대를 목적으로 한 건물주인 셈이다.

<소비자경제>는 취재과정에서 특수상권 전문플래너를 통해 스타필드 입점을 문의했다.

그는 "고양에 중간관리 매장으로 직영 가능한 잡화매장 한 곳이 나와 있는데 권리금 2천500만 원의 소형 점포로 매출 25%에서 직원 1인(월180만원) 고용 시 인건비와 잡비를 제한 제한 월 순수익은 300정도로 예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스타필드고양에 매장을 임대한 한 자영업자는 "높은 수수료를 내며 뼈 빠지게 일하는 신세계 직원이나 다름없다"고 털어놓았다.

스타필드는 내에는 단기 행사 매장들도 입점해있다. 계약기간은 최소 1개월이다. 행사 매장을 계약해 영업 중인 K씨는 “좀 더 지나봐야 알겠지만 그나마 주말에만 장사가 되는 편"이라며 "철저히 을의 입장에서 언제든 매장을 뺄 각오를 하고 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스타필드하남과 고양 모두 직영점으로 운영하고 있는 한 패션브랜드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 통화에서 "매장 임대료가 서울 중심가 백화점 수준이고, 의류 가격도 백화점 가격으로 맞추다보니 그야말로 아이쇼핑만 하고 등을 돌리는 방문객들이 많아 매출이 저조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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