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석 편집국장

[소비자경제 칼럼] 공정거래위원회가 3년 전인 2016년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하고 판매한 애경과 SK케미칼에 '면죄부' 처분을 내린 것을 둘러싸고 외압 의혹이 있었다는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9일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한 공정위의 잘못된 결정에 대해 "피해자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건 재심의를 비롯해 공정위 내부에서 필요한 후속 조치가 있는지도 살펴보겠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그는 공정위의 시계를 다시 작년 8월로 되돌리고 싶다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대표와 직접 통화하고 진심으로 유감의 뜻을 밝혔다.

외압을 행사한 ‘윗선’을 규명하려면 공정위 내부 적폐청산은 불가피해 보인다. 공정위 내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평가 태스크포스(TF)가 발표한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박근혜 정부시절 공정위는 부도덕한 기업을 감싸주고 ‘윗선’의 외압에 못 이겨 살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묵인, 방조한 셈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형사 공소시효를 연장할 수 있는 증거들을 면밀하게 들여다보지도 않고 TF 내에서 나온 목소리를 묵살한 것은 물론 판매 중단과 수거 조치 이후에도 재조사를 막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입까지 막아 버린 공정위의 비위 사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세월호 사건 못지않게 수많은 어린 생명을 앗아간 참사였다. 2016년 8월12일 소위원회가 1차 심의에서 재조사 합의를 유보한 뒤 1주일 뒤 심의절차 자체를 종료한 것은 당시 공정위원장의 영향력 때문이었다는 점을 다시 주목한다.

이처럼 중대 사안을 공정위원장을 비롯한 9명의 상임·비상임위원 전체가 참여하는 전원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한 까닭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소위원회에서 1차 합의가 무산된 이후 그해 환경부는 8월18일 애경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해온 2명의 피해자를 추가로 공개했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다음날인 그해 8월19일 환경부의 판단 근거를 살펴보지도 않고 심의절차를 종료했다.

공정위가 스스로 합리적인 판단을 닫고 왜 이토록 다급하게 사건 재심의를 닫아 걸어버렸는지는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반드시 밝혀내야 할 대목이다. 청산해야 할 적폐는 부정한 기업들을 감시 감독해야 할 '경제검찰'인 공정위 내부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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