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강제’에 이통사도 시민단체도 반대

(사진=소비자경제DB)

 

[소비자경제=정세진 기자] 문재인 정부가 가계 통신비 절감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해 온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자칫 무산될 위기에 놓여 있다.

이동통신사와 휴대폰제조사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는데다 소비자단체들도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나, 이를 법으로 강제하기보다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시민단체 등의 의견이다.

단말기완전자급제란 단말기의 대리점 구입을 아예 금지하고 휴대폰을 일반 가전제품과 같이 마트나 온라인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이용자들은 단말기 공기계를 구입 후 본인에게 맞는 요금제를 파는 이통사 매장에서 가입하는 방식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이통사 요금 경쟁 효과 

기존의 휴대폰 가입 시스템은 각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특정 요금제를 가입한 후 기기를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전에는 통신사를 통해서만 휴대폰 구매가 가능했으나 단통법 도입 후에는 공기계 구입 후 통신사에 개통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그러나 자급제 식으로 휴대폰을 자체 구매하는 과정은 가격이 10% 가량 비싼데다 판매처 자체가 드물다 보니 해외 직구 공기계를 국내 반입 신고 후 통신사 전산에 등록, 선택약정할인을 받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자급제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활성화 돼있지 않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얼마 전 휴대전화를 새로 마련했다는 대학생 이 모씨는 “내가 선택한 요금제가 정말 저렴한지도 모른 채 점원이 하자는 대로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며 “낚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보조금이나 판매장려금, 페이백 등 복잡한 요금구조를 따져보는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단말기 제조사들이 직접 판매를 할 경우 소비자를 대상으로 가격인하나 각종 프로모션을 통해 혜택을 더욱 늘리고 휴대폰의 질 자체도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사 역시 저렴한 요금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단말기 제조사 과점 유통 구조 소비자에게 불리"

이런 장점에도 휴대폰 시장의 이해관계 때문에 이통사들이 반대하면서 자급제 도입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 뿐 아니라 이동통신사들도 현행 구조의 변화를 원치 않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완전자급제에 대한 반대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휴대폰 시장이 과점 구조인만큼 완전자급제의 단말기 가격인하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이번에 추진되고 있는 완전자급제는 중소형 판매점 판매를 위축시킬 수 있고, 제조사가 단말기 직접 판매를 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본래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중간에서 단말기를 판매하는 유통사가 이익을 챙기고 소비자들은 가격 인하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시민단체들 역시 완전자급제가 실시되면 선택약정할인 혜택이 없어진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현행 통신단말기 판매 시스템과 완전자급제를 병행, 소비자의 선택권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법적으로 강제하는 자급제는 자칫 시장을 경직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무총장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현재 실시 중인 자급제를 활성화 하는 쪽이 오히려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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