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휴업 효용성 논란 속 정부는 확대 방침
[소비자경제=정세진 기자] 서울의 한 변두리 지역에 거주하는 맞벌이 주부 A씨는 툭하면 쉬는 날 장을 볼 수 있는 날짜를 놓치게 된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그는 “동네에 쇼핑을 할 만한 장소가 인근의 대형마트 한 곳 뿐인데 휴무일이 걸리면 물건을 살 곳이 없다”며 “누구를 위한 의무휴업인지 궁금해진다”고 밝혔다.
게다가 대형마트가 쉬는 날이 매월 2, 4번째 일요일로 이날은 서울 시내에 있는 대부분의 점포들이 문을 닫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도입 취지는 재래시장 등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취지이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근처에 장을 볼 마땅한 재래시장이나 소매상점들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A씨는 “쉬는 날을 피해 미리 장을 보면 된다고 하는데 맞벌이나 아이 때문에 외출이 쉽지 않은 가정의 경우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한숨지었다.
또 재래시장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반사효과를 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의 한 재래시장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한 달에 두 번 근처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쇼핑하러 나오는 손님들이 거의 없다보니 오히려 매출에 피해가 가는 일이 많다”며 “의무휴무제가 주변상권을 죽이고 있다는 불만이 상인들 사이에 널리 퍼진 상태”라고 말한다.
대형마트들 대부분은 쇼핑 공간 뿐 아니라 푸드 코트, 약국, 안경점 같은 부대시설도 함께 갖추고 있어 이로 인한 고객유입 효과가 상당하다.
그러다보니 마트가 쉬는 날은 아예 외출하지 않고 온라인 쇼핑 등을 이용하는 이들이 많아 주변의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의 매출도 덩달아 떨어지는 것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지난 2012년 3월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지정됐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서울시의 경우 둘째주, 넷째주 일요일을 휴일로 정하고 있다.
일부 복합 쇼핑몰 안에 입점한 대형마트의 경우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았으나 2014년 경부터 서울시가 규제를 강화, 서울시내 모든 대형마트들이 같은 날 쉬게 됐다.
더구나 최근에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외에 대기업 계열의 대형 복합쇼핑몰에까지 의무휴업을 확대하자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9월 29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의무휴업 확대 적용을 중점으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같은 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축수산업 및 식품산업 활성화를 위한 대중소 유통 상생 협력 방안’ 세미나에서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의무휴업 확대안에 대해 “복합쇼핑몰 전체를 문 닫게 하는 것은 놀이동산과 야구장을 일요일에 문 닫게 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 역시 “의무휴업 규제는 사실상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문제”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14일부터 대형마트 휴무일인 두 번째, 네 번째 주 일요일마다 ‘전통시장 가는 날’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 행사는 시장들이 갖고 있는 고유 특성에 맞는 행사 모델을 개발, 주민들을 전통시장으로 유인한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그러나 소비자단체들은 “애초에 이용 목적이 다른 대형마트와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마트를 규제하면 시장이 살아나리라 생각한 발상부터가 문제”라며 “정부는 소비자 불편을 외면하며 강제해온 의무휴업이 과연 누구에게 득이 됐는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