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2상 부정적 결과…상용화 시기 등 의문점 여전

신라젠에서 개발한 암 치료제료 부상한 펙사-백.(사진=신라젠)

[소비자경제=정세진 기자] 바이러스를 이용한 암 치료제 펙사-백이 국내 최초로 다국가 글로벌 임상시험에 들어가면서 제약업계와 암환우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13년 개발된 펙사-벡은 기존의 화학합성의약품과 표적항암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작용기전의 면역항암제로 기대를 모았다.

펙사-벡과 관련된 연구 결과는 영국의 의학전문지 '네이처메디신'에 실리며 화제가 됐고, 중소 제약업체인 신라젠의 주가는 단숨에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3위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펙사-벡의 2차 임상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점, 또 상용화 시기나 공급가격 등 복잡한 문제들이 남아 있는 점 등을 들어 암 치료에 대한 너무 빠른 기대는 금물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른바 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항암제는 인체 내의 면역세포 체계를 가동, 특정 암세포를 공격하는 항체를 생산하도록 하는 원리이다.

치료 후 다시 암세포가 자랄 경우 기억 면역세포가 재차 공격할 수 있도록 해 전이 등의 위험성도 줄였다.

(사진=펙사벡 트위터/커먼위키/pixnio)

펙사-벡은 천연두 백신에 사용됐던 백시니아(우두) 바이러스에 유전자 재조합을 가해 암세포에서만 증식하도록 만들어진 제품이다.

연구팀은 백시니아에서 바이러스 증식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원인 ‘티미딘 인산화효소(TK)’를 만들어내는 기능을 없애 암세포 안에 약이 흡수될 수 있게 했다.

암세포 속에 파고든 펙사-벡은 TK를 빼앗아 빠르게 증식하며, 그 결과 암세포는 터져 죽는다. 이 과정에서 숨어 있던 항원이 드러나면 인체의 면역 반응이 유도된다.

부산대학교연구팀은 지난 2013년 펙사-벡 항암 바이러스를 말기 간암환자 30명에게 1개월 동안 투여, 3년 이상 생존이라는 결과를 얻어냈다.

세계 최초의 면역항암제는 글로벌 제약사 암젠의 ‘임리직’으로 지난 2015년 출시됐으며, 펙사-벡은 바로 그 뒤를 이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임리직은 피부에서만 활동하는 헤르페스의 특성상 흑색종 치료에만 제한적으로 이용되나 펙사-벡은 간암 이외의 암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최초로 승인된 항암바이러스인 암젠의 '임리직'은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한다. 신라젠의 펙사벡은 임리직 이후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항암바이러스 후보물질이다.

그러나 펙사-벡의 치료효과에 대해 아직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바로 임상2b의 실패 사례 때문이다.

당시 연구팀은 넥사바 치료에 실패한 진행성 간암 환자 120명을 대상으로 정맥주사 투여 실험을 했으나 대조군의 생존기간은 4개월, 실험군은 7개월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또한 114명의 환자들 중 73명이 사망하면서 120명으로 예정됐던 대상자 모두에게 시험을 하지 못하고 임상은 중단됐다.

30명의 말기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 2a상에서도 반응률은 13%, 암세포가 사라지는 완전관해율은 3.3%에 그쳤다.

신라젠 제약개발 연구실.(사진=신라젠)

제약업체 관계자들은 “임상3상은 2상에 비해 20배 이상 대규모로 다양한 국가에서 진행되는 만큼 성공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항암제는 신약개발 성공확률이 평균 7%로 특히 낮다보니 상용화에 좀 더 시간이 걸리거나 출시 자체가 불투명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높은 약값도 환우들이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다.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처럼 개발사가 약품의 가격을 높게 책정한다면 정작 생명이 위독한 환자에게 쓰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간암 환우회의 한 회원은 “신약의 개발 이유는 어디까지나 환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야 할 것”이라며 “상용화를 기다릴 만큼 여유가 없는 이들이 많은 만큼 지금으로서는 제조사가 접근성을 높여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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