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 직격탄.. 조금씩 활개를 찾아가나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포항에서 규모 5.4 강진이 발생한지 열흘이 훌쩍 지났다. 15일 이후, 삶의 터전을 잃은 포항시민들의 삶은 회복하질 못하고 있다. 이재민 1천2000여 명은 여전히 학교와 복지시설, 교회 등 12곳으로 나뉘어 텐트를 치고 생활 중이다. 지진 발생 후 두 번째로 맞는 일요일, 흥해공업고등학교와 흥해 체육관을 찾았다.

흥해공업고등학교에는 피해주민 130여 세대, 250여 명이 흥해체육관에는 177세대 411명이 텐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흥해공업고등학교에는 피해주민 130여 세대, 250여 명이 흥해체육관에는 177세대 411명이 텐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권지연 기자)

포항시는 27일 오전 현재 지진 피해액이 971억 6천7백만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작년 경주에서 발행한 피해액의 8배에 달한다.

학교와 항만 등의 공공건물은 404건, 532억 2천3백만 원의 피해가 발생했고 신고접수가 완료된 사유시설은 3만 878건으로 439억 4천4백만 원의 피해가 잠정 확인됐다.

그 중 주택이 2만 8천건, 상가 1천994건, 공장 154건 등이 피해를 입었다. 주택피해 유형별로는 전파가 375건, 반파가 1천66건, 소파가 2만 7천268 건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오는 29일까지 지진피해 정밀조사 및 피해액을 확정하고 응급피해 복구 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순식간에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은 체육관과 학교 등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열흘이 넘도록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텐트에서는 2인 1조로 생활한다. 가까스로 바닥도 깔고 누워보지만 좁디 좁은 텐트 안에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주민들은 두통과 소화불량, 불안 증세를 호소했다.

피해주민 조향자 씨도 대피소 생활 내내 불면증에 시달린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안에 있으면 병나요. 어지럽고 머리 아프고 혈압이 늘 120에서 130사이였는데 이번 일 나고 재보니까 167까지 올라갔어요. 입이 마르고 신경을 써서 그런가 봐요.”

이애옥 씨는 여전히 아주 작은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곤 한다며 대피소에 있는 주민 대부분이 그런 증상은 다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갈라지고 틈이 벌어지고... 마음이 여린 사람들은 우울증도 오고 트라우마가 오래 가겠죠. 저는 그렇게 까진 아니지만 의자 끄는 소리에도 심하게 놀라요.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그 정도는 다 가지고 있어요”

그러면서 이 씨는 대피소 생활보다는 앞으로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반파로 인정돼도 450만 원 받는데 그거 받아서 어딜 가요. 검진도 한 명이 하는 게 아니고 사람이 하는 일인데 주관적이잖아요. 대피소 고생은 뭐 아무것도 아니에요. 앞으로가 걱정이지. 요 앞 텐트에는 고3 수험생이 시험보고 와서 잠만 자데요. 피로해서일수도 있겠지만 잊고 싶은 거지. 걱정을...”

서울에서 22년간 살다 몇 년 전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박부기 씨는 아내와 함께 1년을 계획 세워 오랜만에 내장산에 나들이를 갔다가 지진 소식에 한달음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박 씨는 대피소 생활을 하지 않더라도 포항 주민 대부분이 집단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포항기독교병원에서 자원봉사를 나온 의료진들이 이재민들의 심리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권지연 기자)

"대부분 불안과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지진은 또 언제 발생한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다른 자연재해보다 더 큰 것 같아요. 여기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보니 우울이나 공항 장애까지 겪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재민들의 심리치료를 위해 자원봉사에 나선 포항기독병원 의료진은 예측할 수 없는 두려움이 더 큰 공포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포항시도 지진의 전문기관과 연계해 지진 피해자들의 심리적 안정과 외상 후 스트레스 예방을 위하여 심리지원 상담, 정신건강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진 발생 이틀째부터 대피소에는 심리 상담 센터가 설치됐다. 

이번 포항재난심리지원단은 기존 구성인력인 포항시 남·북구 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 국립부곡병원 , 경상북도 광역 정신건강복지센터 뿐 아니라 지역의 자원 및 보건복지부 소속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8명, 정신건강전문요원 32명 등을 추가 투입했지만 하루 평균 8백건씩으로 증가한 상담을 모두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왼쪽) 경상북도에서 찾아가는 의료서비스를 제공중이다 (오른쪽) 흥해체육관 내 어린이 놀이방에서 어린이들이 놀고 있다. (사진=권지연 기자)

자연 재해로 인한 공포감은 어린이들도 다르지 않다. 포항시는 이재민들의 임시거처에 어린이놀이방을 설치하고 포항시건강가정지원센터를 현지에 운영하고 있다. 아직 자신의 의사 표현을 정확히 할 수 없는 어린이들을 위한 꾸준한 지원과 놀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지역 경제 직격탄.. 조금씩 활개를 찾아가나

지진발생 후 2번째 맞은 지난 일요일, 죽도 시장도 10여일 만에 활개를 찾은 모습이다. 관광버스도 꽤 눈에 띈다. 하지만 상인들은 여전히 걱정이다. 주말마다 관광버스가 70대씩 들어오곤 하던 죽도 시장이다. 과메기, 대게, 건어물 등 각종 수산물을 사가던 관광버스 손님이 끊기면서 열흘 넘게 손 놓고 있던 터다.

지난 27일 일요일 포항 죽도 시장에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권지연 기자)

 죽도 시장에서 20년째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미자(가명) 씨는 “대형마트 의무 휴일인데다 김장철이라서 그렇지 오늘 겨우 생선 몇 마리 팔았어요. 예약 취소 전화도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 몰라요”라고 말했다. 

역시 20년째 죽도 시장을 지켜 왔다는 김덕복(75세) 씨는 아픈 허리를 손수 두드리며 “이 뒤에 마트 두 개 있지. 저 앞에도 있고. 마트가 없으면 이쪽으로 다 사러 올 텐데 말야. 안 그래도 예년만 못했는데 지진 나고는 더했지. 오늘도 저 밖은 좀 나을지 몰라도 안쪽은 횡 하잖아” 하고 털어놓았다.

포항의 대표 광광지인 호미곶도 관광객 발길이 뚝 끊겼다. 한반도의 지형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호미곶은 연간 관광객이 1백만 명 이상이다. 포항시청 국제협력관광과 김남경 주무관은 “지진 발생 직전 주말인 지난 11~12일 이틀 동안 호미곶 광장을 찾은 관광객이 8천 300여 명이었어요.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조금씩 회복되고 있기는 한데요. 호미곶도 지진 발생 전주와 비교했을 때 관광객이 42%정도 줄었어요.”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민 대피소 방문시, 중앙정부 차원에서 포항 경제 살리기에 각별히 신경 쓰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강덕 포항시장과 윤광수 포항상공회의소 회장이 '지진 피해지역 안정화 대책 토론회'를 28일 열기로 했다. 토론회에는 유관기관단체, 상공인, 군, 언론, 금융, 종교, 농수산단체 등 지역의 각계 관계자 150여명이 참여해 11.15지진 피해로 인한 경기 침체 극복 방안을 모색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 끊이지 않는 자원 봉사 발길.. 희망은 있다

이재민 대피소가 있는 흥해공고와 흥해체육관 앞에는 각 지자체와 기업체, 종교단체 등의 자원봉사 천막이 쭉 늘어서 있다. 이재민들의 빨래를 대신해주는 빨래방부터 쉼터, 토스트, 오뎅, 라면 등, 각종 음료와 간식들을 준비해 온 손길이 쉴 새 없이 바지런히 움직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포항 지진 현장을 찾는 봉사자는 하루 평균 1천명, 누적 봉사자 숫자는 이미 1만 명을 넘어섰다.

흥해체육관 앞에 설치된 빨래방과 희망브릿지 빨래건조기 차량이 설치돼 이재민들의 생활을 돕고 있다. (사진=권지연 기자)

경북도 소방본부는 포항지진 피해지역에 특수구조대로 구성된 긴급안전조치반을 운영하는 가운데 지진 발생지역에 가장 먼저 투입된 119대원들은 구조 텐트에서 생활하며 주민들의 안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주시 자원봉사대 이영자, 황순자 씨도 새벽부터 이곳 재해주민들을 찾았다. 오늘 저녁 식사 메뉴는 생선튀김과 다시마무침, 북어국이다. “매끼 500인분 정도씩 하는 것 같아요. 내 식구 밥보다 더 정성껏 한다니까요. 응원하는 마음을 이렇게라도 전하는 거죠.”

포스코봉사단이 이재민들을 위해 토스트를 굽고 있다. (사진=권지연 기자)

포항의료원 공공의료사업부 김태순 간호사도 포항 지진 이후  매일 아침 이곳을 찾고 있다. “출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퇴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죠. 하루에 100명 이상씩도 와요. 첫 날은 밤 10시까지 있었던 것 같아요. 점심 먹을 시간도 없고. 아픔 당한 분들 생각하면 최선을 다해 도와드려야죠.” 

그러면서 “그래도 저는 가까이서 오고 직업이잖아요. 김천의료원, 안동의료원에서는 2시간씩 차타고 매일 와요. 봉사자 분들은 더 대단하죠. 이런 걸 보면 아직 대한민국이 살 만한 나라구나 느껴요.” 라며 매 순간 웃음으로 환자들을 맞았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