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임금꺽기도 비일비재..."사업장 강제방안 마련 시급"

고용노동연수원에서 제작한 알바 부당해고 대처법 홍보영상 화면.(사진=유튜브 캡처)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29살 신동진(가명) 씨는 주말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내 카페에서 반나절 씩 아르바이트를 한다.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더는 부모님께 손 버릴 수 없기에 한 푼이라도 벌자는 심정이다. 

신 씨는 매장 내 다른 아르바이트생들도 모두 인정할 정도로 성실했다. 아침 출근 시간보다 평균 30분씩 일찍 나와서 매장 오픈 준비를 하고 몸이 아파 결근하는 동료가 생기면 기꺼이 근무를 대신 서기도 했다.

매장은 한 시도 쉴 틈이 없었다. 음료제조는 물론 간단한 식사준비와 빵 굽기, 설거지 등을 정신없이 하다보면 휴게시간은 있으나마나다. 손님이 사소한 일로 시비라도 붙이는 날이면 더욱 심신이 지쳐 파김치가 되곤 했지만 ‘서비스직이니 그러려니’ 생각하고 항상 웃으려 노력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신 씨는 돌연 카페에서 해고 통지를 받았다. 몸살을 심하게 앓은 날, 매장 오픈을 하루 늦게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신 씨는 “매장에 직접적으로 손해를 끼친 것도 없는데 해고까지 당한 것이 억울하다”고 하소연한다. 

“당장 내일부터 안 나와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시험도 얼마 안 남았는데 아르바이트도 다시 구해야 하니.. 게다가 소모품 취급을 당한 것 같아서 더 씁쓸합니다. 노동자 역시 소비자란 생각은 왜 안하는 걸까요?” 

해고의 사유 역시 신 씨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진동벨을 분실하면 아르바이트생이 물어야 한다고 했어요.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점장에게 토를 달았는데 그날 이후로 저를 고깝게 본 것 같아요.”

과연 신 씨가 받은 해고 통보는 과연 정당한 것일까.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고용주는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기 최소 30일 전에 서면으로 예고하도록 되어 있다.  

물론 예외는 있다. 근로자가 사업장에 치명적인 손실을 입혔거나 이에 준하는 잘못을 했을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를 제외하고는 30일 전 서면 예고통지 없이 근로자를 해고한다면 30일분의 통상임금을 해고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알고 있는 아르바이트생은 지극히 드물다. 

신촌의 한 중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 이수지(가명)씨도 언제 부당해고를 당할지 몰라 수당 없이 초과 근무를 하거나 불합리한 일을 당해도 선뜻 나서서 말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이밖에도 청년노동조합 청년 유니온 홈페이지에는 아르바이트생들의 억울한 사연들이 속속 올라온다. 

청년 유니온 김병철(25) 노동상담팀장은 "청년 유니온에 올라오는 상담건수가 1년에 700건 가량 되는데 이중 70%가 임금체불과 관련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근로기준법상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수당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바뀌지 않는 청년들의 현실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임금체불 문제는 소규모 사업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기업들의 아르바이트생 임금체불 문제도 툭하면 불거진다. 

고용노동부가 올 2월 한 달간 국내 3대 주요 멀티플렉스 극장(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48곳을 근로 감독에 나섰다. 

그 결과 91.7%인 44곳에서 아르바이트생 7361명이 임금 꺾기 방식 등으로 급여 3억6400만 원을 받지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

알바노조 우람 정책팀장은 "청년들이 사회에 제대로 첫 발도 떼기 전에 노동 착취부터 당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법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을 강제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며 "이미 보호받도록 마련된 법과 제도를 홍보하고 교육하는 것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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