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채용비리 사태 이후 조직 어수선...내부 구성 공회전

[소비자경제=신세아 기자] 최흥식 금융감독원이 취임한 이후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이하 금소위)’ 설치에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쳤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간 금소위는 시민단체와 학계 등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해 금융 소비자 보호의 관점에서 금융 제도의 실효성을 점검할 수 있는 대안으로 꾸준히 설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뿐만아니라 지난 대선 때부터 금감원 내에 있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별도의 독립 조직으로 설치하겠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공략 중 하나였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최 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지난 9월 “금융감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금융소비자 보호에 있다”며 ‘금융소비자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겠다는 각별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금소위 설치가 말만 무성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최근 금감원은 채용비리에 연루돼 검찰 압수수색에다 부원장급 이하 조직 내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이다. 그런데다 금소위 설치에 금융업계의 반발도 예상돼 금융권의 고질적인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감독기구 개편 앞두고 위상 지키기?”

금융권에서는 금소위 설치에 대해 새 정부 국정 과제 중 하나인 금융감독기구 개편을 앞두고 감독원의 위상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현 금감원 조직 내에는 이미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소비자보호처'가 있지만 지금까지 제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방대해진 금감원 조직 내에선 금융소비자보호처가 유명무실해진 상황.

여기에 현 정부 들어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해 별도의 조직 구성이 이뤄질 경우 금감원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불편한 시각이 최 원장에게 금감원 위상 약화라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서인지 최 원장은 지난 취임식에서 “금융소비자보호가 경제적 구조나 시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고 체제 확대 차원은 아니다”며 금감원 조직에서 금융소비자보호분야를 독립적으로 분리하는 방안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소비자단체, 독립된 금융소비자보호 기구 역할 반신반의

소비자단체들은 금융소비자보호 기구 설치에는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실제로는 감독기구로서의 실효성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경제정책팀 국장은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최 원장이 금융소비자보호 조직을 분리 독립시키는 것에 매우 신중해 보인다"며 "금융 감독 시스템의 개편 차원에서 금융위로부터 독립된 금감원 그리고 금감원으로부터 독립된 금융소비자보호 조직이 꼭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국장은 “하지만 금감원이 추구하려고 하는 정책적 목표가 현재 구조에서 부합하느냐 봤을 때 현재 감독기능도 제대로 수행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를 고려해 봤을 때 체계문제에 대한 개편 없이는 목표 하는 바, 추구하는 효과를 충분히 달성하지 못하는 그런 문제가 우려 된다”고 역설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 역시 “초기에 기구조직 문제를 결정하지 못하면 점점 시간이 갈수록 매우 어려워지는 그런 상황을 맞게 되기 때문에 정권 초기에 국민들이 원하는 감독기구의 분리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법을 개정해야만 되는 사안”이라고 감독기구의 분리를 주장했다.

조 대표는 "최흥식 원장이 취임사에서 했던 발언은 금융 소비자 보호와 관련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반론에 불과하다"며 "실질적으로 금감원이 어떤 조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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