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 측 잘못 소비자 피해 나몰라라 보상 기준 허술

(이미지 자료=BC카드)

[소비자경제=나승균 기자] 최근 온라인과 TV홈쇼핑을 통해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이 늘어나면서 소비자 불만족 분쟁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7년(2010년~2016년)간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해외여행 소비자불만은 9만2462건으로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7295건이던 것이 2016년 1만8457건으로 153.0% 증가했다. 

◇여행사 패키지 상품 의무불이행해도 숙박비만 보상 

소비자가 구매한 여행 패키지 일정에 차질이 생겨도 여행사 측은 일정 금액만 보상해줄 뿐 별다른 피해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 이를 보호할만한 법적 근거도 미비해 여행사들의 무책임한 영업에 관계당국의 단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1. N여행사에서 지난 9월 26일 리스본행 패키지 여행을 구매한 A씨 포함 31명은 일정을 출발 당일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 리스본으로 가야 했다. 하지만 가이드의 미숙함으로 인해 프랑크푸르트 공항서 리스본행 탑승 수속을 놓치고 말았다. 그 다음날 오전 6시와 11시, 13시까지 대체편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고 여행일정에 큰 차질을 빚었다. 그럼에도 여행사 측은 각각 7만원, 11만원, 13만원을 환불해주었다. 이 환불금액은 리스본에서 지낼 하루 숙박비였다.

A씨를 비롯한 여행객들은 보딩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이를 어필하기를 가이드에게 요구했지만 여행사측 가이드는 ‘좀 더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여행객들은 리스본행 여객기를 타지 못하고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뜬 눈으로 지샜다. 이후 N여행사는 취소된 일정에 대한 보상으로 숙박비 명목의 금액만을 제시한 것.

A씨는 <소비자경제>와 통화에서 “공항 직원이 혼잡을 이유로 탑승 수속을 막고 있었고, 가이드는 이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돈 몇 푼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여행사의 귀책 사유로 일정에 차질을 빚었음에도 사과는커녕 진행하지 못한 일정에 대한 ‘환불’이라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더 화난다”고 말했다.

◇허술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물질적 손해만 보상  

이처럼 여행사 측은 패키지 상품을 팔고 문제가 발생하면 나몰라라는 식이다. 여기에는 소비자원에 제시하고 있는 허술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한 몫을 하고 있다.

여행계약의 이행에 있어 여행종사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여행자에게 손해를 끼쳤을 경우 여행자가 입은 손해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시간적인 손해나 정신적인 손해는 그 범위를 증명하기가 어려워 대개 물질적인 손해만을 들어 보상해주기 마련이다.

여행객들은 진행하지 못한 일정을 단지 진행하지 못한 숙박비 명목으로 ‘환불’ 받는 것이 고작인 셈이다.

공항이나 항공사마다 해당 공항에서 국제 환승을 시도할 때에 드는 최소한의 시간(MCT : Minimum Connection Time)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여러 예외 상황을 제외한 모든 것이 ‘정상’일 경우 계산한 시간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약 2시간에 걸친 환승 시간이 있었음에도 타지 못한 것이 의아하다”며 “시간이 여유 있음에도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탑승 수속을 놓친 것은 명백한 여행사 가이드 잘못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016년부터 2017년 10월 29일까지 여행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를 조회해본 결과, 2만7226건으로 이중 계약불이행은 4629건으로 전체 17%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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