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재건축 시공사 선정 과정 위법행위 강력 대처

강남 서초구 아파트 단지.(사진=소비자경제DB)

[소비자경제=민병태 기자] 정부가 최근 강남 아파트 재건축 입찰 과정에서 드러난 과열경쟁에 칼을 빼들었다.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는 30일 재건축 아파트 시공권을 차지하기 위해 도를 넘은 이사비 지급과 금품·향응 제공이 또다시 발생할 경우 해당 건설사에 대해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날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제도 전면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일부 재건축 단지의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과도한 이사비 지급,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지원, 금품·향응 제공 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재건축 사업 입찰단계 제안 가능한 옵션은?

정부는 재건축사업의 경우 건설사가 입찰단계에서 설계, 공사비, 인테리어, 건축옵션 등 시공과 관련된 사항만 입찰시 제안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또 시공과 관련 없는 이사비·이주비·이주촉진비,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등에 대해선 제공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종전처럼 재건축 조합원은 금융기관을 통한 이주비 대출만 가능해진다.

이사비의 경우 필요시 조합이 자체적으로 정비사업비에서 지원할 수 있다. 서울시는 토지보상법(84㎡ 기준, 약 150만원) 수준으로 지원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재개발사업도 재건축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그러나 영세거주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건설사가 조합에 이주비를 융자 또는 보증하는 것은 허용할 방침이다. 그렇다고 해도 건설사는 조합이 은행으로부터 조달하는 금리 수준으로 유상 지원만 가능하다.

국토부는 이 개선방안을 통해 건설사가 시공사 수주경쟁 과정에서 이사비 등의 금전지원이 아니라 시공품질을 높이고, 공사비를 절감해 조합원의 분담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경쟁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건설사가 현실성 없는 과도한 조감도를 제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 설계안에 대한 대안설계(특화계획 포함)를 제시하는 경우에는 구체적인 시공 내역도 반드시 제출하도록 못박았다. 만약 이러한 입찰제안 원칙을 위반하는 경우 해당 건설사의 해당 사업장 입찰은 무효처리된다.

◇홍보단계 금품·향응 제공 시 해당 당사자 책임

뿐만 아니라 홍보단계에서는 건설사가 금품·향응 등을 제공한 경우에는 건설사와 계약한 홍보업체가 책임을 지게 됐다. 이 경우도 금품·향응 등을 제공하면 건설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이를테면 금품·향응 등을 제공해 건설사가 1천만원 이상 벌금형 또는 건설사 직원이 1년 이상 징역형으로 처벌받으면 건설사는 2년간 정비사업의 입찰참가 자격이 제한될 뿐더라 금품 등을 제공한 해당 사업장의 시공권도 박탈된다.

건설사의 관리·감독 책임 위반으로 홍보업체 직원이 1년 이상 징역형으로 처벌된 경우에도 건설사는 동일하게 입찰참가가 제한되고, 시공권이 박탈된다.

하지만 시공권 박탈의 경우 착공 이후에는 선의의 조합원과 일반분양자의 피해가 우려될 수 있어 시·도지사가 시공권 박탈 대신 과징금(공사비의 일정비율 이내 등)을 부과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처럼 과도한 홍보행위를 차단하되 조합원의 정당한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건설사는 홍보요원의 명단을 사전에 조합에 등록해 등록한 홍보요원만 홍보를 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조합에서 정한 공간에 개방된 홍보부스 1개소만 설치토록 했다.

1차 현장설명회 이후 총회 전까지 미등록 홍보요원이 활동하거나, 개별홍보 행위가 3회 적발될 경우 해당 건설사의 입찰은 무효 처리된다.

◇투표단계 부재자 투표의 요건과 절차 대폭 강화

그동안 불법 행위로 잡음이 많았던 재건축 사업 조합원 투표와 관련해선 부재자 투표의 요건과 절차 등을 당초 제도의 취지에 맞게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로써 부재자 투표는 해당 정비구역 밖의 시·도나 해외에 거주해 총회 참석이 어려운 조합원에 한정해 허용하고, 부재자 투표기간도 1일로 제한하기로 했다.

계약단계에서는 시공사 선정 후 계약이나 변경계약 과정에서 건설사의 과도한 공사비 증액을 차단하기 위해 공사비를 입찰제안보다 일정비율 이상 증액하는 경우에는 공사비에 대한 한국감정원의 적정성을 검토 받도록 했다.

그 밖에 조합임원을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으로 추가해 조합임원과 건설사간 유착을 차단할 계획이다. 아울러 시공사 선정 과정의 위법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지난 지난달 25일부터 국토부와 울시의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말까지 다수의 시공사 선정이 예정되어 있어 내달 1일부터는 보다 종합적이고 강도 높은 집중점검이 실시할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이번 합동점검 대상 조합은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최근 시공사를 선정했거나 앞으로 선정예정인 단지들이 대상이다.

점검항목은 회계처리 등 조합운영의 전반에 관한 사항은 물론 시공사 선정과정과 계약내용도 집중 점검할 예정이며,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는 조합에 대해서는 불법 홍보행위에 대한 단속도 병행한다.

특히 이번 점검에는 경찰청과 협조체계를 구축하여 핫라인을 개설하고, 필요시에는 경찰 협조를 얻어 증거수집이나 현장단속 등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비사업의 공공지원제도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서울시와 협의해 현재 조례 등으로 규정하고 있는 공공지원 관련 규정 중 조합의 예산·회계처리, 공동시행자 선정, 조합임원 선거 규정 등 필요한 사항은 법령에서 직접 규정하고 처벌규정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국토부 주택정비과 강태석 과장은 “올해 말까지 제도개선을 완료해 이번 개선안으로 내년 2월부터 금품 제공에 대한 신고포상금제와 자진신고자 감면제도가 본격 시행, 그간에 있었던 정비사업의 불공정한 수주경쟁 관행이 정상화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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