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국정원)

[소비자경제=민병태 기자] 국정원이 동원한 보수단체에 속한 '학부모단체'가 교육부와 교육청으로 부터 사업예산을 지원받아 편법적으로 집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단체가 제출한 사업결과보고서는 매우 부실하게 작성됐고, 사업비 집행내역에 사업성격에 맞지 않는 내용과 허위내용까지 다수 발견되지만, 어떠한 제재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원금이 실제 어떤 용도로 쓰여 졌는지도 의문이 제기대는 대목이다.

지난달 25일 국정원개혁위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이하 '공학연') 은 2011년 8월 곽노현 교육감 및 전교조 비판 집회, 성명·논평 발표 등에 동원됐다.

2009년 9월 창립된 공학연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대표적인 보수 학부모단체로 무상급식·전교조·진보교육감 비판, 보수교육감 후보, 국정교과서 지지 등의 활동을 해왔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재수 의원이 12일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학연은 2013년도에는 서울시교육청(당시 교육감:문용린)으로부터 800만 원을, 2014∼2016년에는 교육부로부터 매년 2∼3000만 원의 공모사업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13년도에는 서울시교육청 '학부모교육 민간 참여 공모사업'에 '한부모 가족 및 조손가정 교육과 정서함양 활동' 명목으로, 2014년부터 2016년까지는 교육부로부터 '찾아가는 학부모 인식개선 교육 사업' 명목으로 사업비를 지원받았다.

앞서 2012년도에는 서울시교육청과 원자력문화재단으로부터 3000만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이 단체가 서울시 교육청에 제출한 사업결과보고서를 보면, 공학연은 사업비의 대부분을 사업 성격에 맞지 않는 곳에 사용했다. 사업과 무관한 전국 대표자 회의 시설임대,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유류비와 식대에 사업비를 지출했고, 대부분의 강사료를 회원들에게 지급했다.

심지어 회원이 연출한 연극공연 티켓을 구매하기도 했다. 사업의 결과보고서는 지출 증빙(영수증)이 없거나, 보고금액이 실제 지출한 금액과 다르게 적혀있는 등 매우 부실했다.

사업결과보고서에는 조손가족 교육을 위한 시설임차료로 사업비를 사용했다고 하지만, 확인결과 공학연의 1박2일 대표자 회의 장소를 임대하는데 쓰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위해 공학연은 현수막을 바꿔달고 사진촬영을 했다. 또 사업 마감일에 임박해 아무 날짜에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영화상품권(영화예매권)을 구매하고, 사업수행일자에 정서함양 활동차원에서 단체로 영화를 관람했다고 보고했다.

교육부에 제출한 사업결과보고서는 더욱 부실했다. 전국을 순회하며 강의를 하거나 현장교육을 했다고 돼 있었지만,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명확하지 않다.

일부 제출된 근거를 보면 해운대 백사장에서 어깨띠를 메고 순회하거나 길거리에서 설문 조사지를 나눠 주는 사진 등이 첨부돼 있거나, 청년들 대상으로 상담을 하는 사진을 학부모 교육 증빙사진으로 제출하기도 했다.

사업비의 상당부분은 여비나 업무추진비로 지출됐다. 근거로 든 교육신문의 기사는 공학연 회원이 대표이며, 공학연은 이 회원이 운영하는 업체에 사업비를 지출하기도 했다.

어버이연합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논란이 된 한 대학생단체의 대표자가 운영하는 회사에도 사업비를 지출했다. 지방의 강의장 임대료 명목으로 지출했지만, 해당업체는 장소 임대와는 무관한 업체이며, 서울에 소재한 업체라 편법지원 의혹이 제기된다.

수년간 사업이 부실하게 이뤄졌고,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음에도 교육부와 교육청은 어떠한 제재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교육부는 이 단체의 대표를 ‘창의인성교육 확산 유공 포상 대상자’로 추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재수 의원은 "국정원이 동원한 학부모단체가 교육당국의 비호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사업결과에 대한 철저한 재검토 이후, 감사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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