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 칼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공언한대로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정책인 ‘공정인사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 폐기를 지난 25일 공식 선언했다. ‘양대 지침’의 폐기는 취약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던 터라 충분히 예상된 일이다. 또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을 다룬 양대 지침은 행정부의 업무처리 기준에 불과해 법적 구속력이 없었고, 노동계의 극심한 반발로 인해 재계에서조차 크게 실효성이 없을 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지난 정권에서 노사정의 충분한 협의 없이 정부 주도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양대 지침이 사실상 노동자들을 옥죄어 온 것은 사실이다. 공공기관은 임금피크제·성과연봉제 도입 등을 강행하면서 취업규칙 지침을 적극 활용했다. 또 기업들도 고용유연화를 명분으로 저성과자 낙인찍기와 부당해고에 동참했다. 하지만 어쨌든 지침 폐지의 결과에 따라 노사정이 겪어야 할 불필요한 이슈가 사라진 마당에, 이제는 정부와 노사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 실효성 있는 노동개혁의 해법을 찾아내야 할 때가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노정 대화의 발목을 잡아왔던 양대 지침 폐기 후, 과연 노동계가 노사정 대화에 복귀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난해 1월말 전 정부가 양대 지침을 강행하자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를 전격 탈퇴해 대화가 중단됐으며, 민주노총은 지난 1999년 2월 이후 줄곧 불참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민주·한국노총 등은 양대 지침 폐기는 환영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노사정위에 복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노동시간 단축과 통상임금 등에 대한 행정적 해석을 바로 잡으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회 입법사항으로서 정부가 해 줄 수 있는 사항이 아닌데도 이런 주장을 고집한다면, 자칫 노동계가 지나치게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한다는 이기심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올 들어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풀어나가려면 하루빨리 노동개혁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노동계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내년 최저임금 16.4% 인상, 재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민주노총 금속연맹 위원장 출신 인사를 노사정위원장에 임명했다. 하지만 현실을 돌이켜보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기업이다. 사회적 대타협 없는 일자리 창출 구호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것이다. 노동계가 기득권 수호에만 매달려 끝내 대화를 거부한다면 정작 실질적인 고용 현실은 전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노사정이 함께 모여 노동개혁의 대안을 적극적으로 찾아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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