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시행 이후 최근 3년 6개월 간 고발 건 고작 14건 불과

2014년 1월에 시행된 의무고발 요청제는 18대 대선 당시 후보자들이 강력한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해 경제민주화의 핵심사항으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사항으로 내세운 것이 모티브가 됐다. 그러나 중소벤처기업부의 요구에도 공정위의 소극적인 전속고발권 행사로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소비자경제=민병태 기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도입된 '의무고발 요청제도'가 대기업 봐주기와 눈치보기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수민 의원(국민의당)은 26일 기업 간 불공정 거래와 관련해 시정명령이나 과징금만 부과한 사건이라도 중소벤처기업부가 요청하면 전속고발권을 지닌 공정거래위원회가 무조건 검찰에 고발하도록 운영되는 의무고발 요청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이 이날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의무고발 요청 사건처리 내역’에는 최근 3년 6개월 동안 중기부가 공정위에 요청한 고발 건은 모두 237건이었고, 이중 검찰에 고발이 이뤄진 것은 14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209건은 미고발로 처리됐다.

고발 처리된 14건의 기업들은 성동조선해양㈜, ㈜에스에프에이, 에스케이씨앤씨㈜, 엘지전자㈜, 에이비씨나노텍㈜, ㈜신영프레시젼, ㈜아모레퍼시픽, ㈜진성이엔지, 한국고벨㈜, 씨제이대한통운(주), (주)에코로바, 인화정공(주),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교육방송 등으로 약식 벌금형을 받았거나 현재 검찰 수사 중인 상태다.

미고발 건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6년 중기부에 접수된 기아자동차의 ‘거래상 지위남용행위의 건’, 대림건설의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에 대한 건’과 함께 2015년에 접수된 두산건설과 대우건설의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에 대한 건’ 등이 있다.

또 2015년 접수 사건인 GS홈쇼핑, CJ오쇼핑, 홈앤쇼핑, NS홈쇼핑, 우리홈쇼핑, 현대홈쇼핑 등 홈쇼핑 기업들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 및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건도 모두 현재 고발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도 △제일기획, 이노션 등의 ‘불공정하도급 거래행위에 대한 건’, △농심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등에 관한 건’, △LG유플러스와 KT의 ‘시장 지배적 지위남용에 대한 건’ △한화 ‘특정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건’ 2건과 금호, 롯데, 신세계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에 대한 건도 모두 미고발 처리됐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벤처부도 대기업들의 각종 부당한 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무고발 요청제를 활용하지 않고 방치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작년과 올해 접수된 CJ제일제당의 ‘구속 조건부 거래행위 등에 대한 건’의 경우 추가자료 검토 중이라는 사유로, 피자헛의 ‘가맹 사업법 위반행위에 대한 건’은 심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김 의원은 “공정위에 고발 요청 여부를 결정하는 기구인 중소기업벤처부의 ‘의무고발요청 심의위원회’는 지난 4년여 동안 단 7차례만 열렸다”며 “그나마 제도시행 첫해인 2014년엔 5차례 열렸지만 2015년엔 4차례, 작년엔 2차례 밖에 열리지 않았다. 올해도 7월말까지 3차례 회의가 열린 것이 전부”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도입된 의무고발요청제도가 중소벤처기업부의 대기업 눈치 보기 때문에 유명무실해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올 수 밖에 없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중기부 전문 인력 충원 및 심의위원회 보강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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