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소장 최장기 공석상태 지속...여야 극한대치 불가피

11일 국회 본회의에 부쳐진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사진=KBS 방송화면 캡처)

[소비자경제=민병태 기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이후 여야 대치 정국이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11일 오후 정세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으로 진행된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재석 293명 중 찬성 145표, 반대 145표, 기권 1표, 무효 2표로 과반을 넘기지 끝내 통과되지 못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 표결 결과를 살펴보면 우선 더불어민주당 소속 120명과 정의당 6명이 찬성표를,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소속 의원은 전원이 반대표를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민의당은 김광표 의원을 제외한 39명 의원이 찬성과 반대 둘로 쪼개졌다. 이는 당론 없이 의원 각자의 자유의지에 맡긴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당 내부적으로 캐스팅보트로서 전략적 선택도 전혀 고려되지 않았음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與 • 정의당 “당리당략 집단 책임 귀결될 것”

표결이 부결된 된 이후 여야 입장차는 극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가 당리당략적인 결정을 했다는 게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는 몹시 안타깝다”며 보수야당들을 향해 에둘러 비판했다.

추 대표는 당내 소속 의원들의 이탈표가 막기 위해 국무위원을 겸직하고 있는 의원들까지 표결에 참여하도록 독려했다는 점을 애써 내비치며 “이 부결 사태는 국정공백을 메우기 위한 인사에 대해서 당리당략적인 판단을 한 집단의 책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민주당은 본회의 표결이 끝난 직후 당지도부가 중진급 의원들을 긴급 소집해 비공개로 사상 초유의 헌재소장 공석상태에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여당으로서 최선을 다했지만 부결에 대해 집권당으로서 무한책임의 측면에서 자성의 말이 있었다”면서도 “자유한국당의 행태와 이에 동조하는 국민의당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헌법 기관이기 때문에 여당으로서 (헌법재판소장의) 오랜 공백기간을 논의했는데 한국당이 거부하면서 박수치는 모습은 국민들이 평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 추혜선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쟁에 떠밀려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자유한국당은 국회에 돌아오면서 민의부터 배반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추 대변인은 “한국당은 국회에 복귀하자마자 헌재 정상화부터 발목 잡았고 지탄받아 마땅하다”면서도 “정부·여당도 야당을 더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못했고 기본적인 국회 운영에 따른 표결 전략 부재가 완전히 드러났다”며 여당을 향해서도 날선 질타를 쏟아냈다.

같은 당 김종대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부결 결과가 나오자 박수나 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결국 국회에 복귀한 이유가 이것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실질적인 협치의 기본틀을 짜지 못하고 안이하게 표결에 임한 더불어민주당의 무능력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여야 모두를 비판했다.

김종대 원내대변인은 “특별한 부결 사유가 없었음에도 단지 정부의 발목을 잡기 위해 헌재소장을 희생양으로 삼은, 참으로 경악할 정략이 아닐 수 없다”며 “헌재소장 공백 사태는 전적으로 반대를 한 보수 야당의 책임임을 밝혀둔다”고 못 박았다.

◇ 국민의당 “결정권 쥔 정당”…보수야당 “여당 책임"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국민의당 의원들이 아까 말씀드린 2가지 기준, 사법부 독립에 적합한 분인지, 소장으로서 균형 감각을 가지고 있는 분인지 그 기준으로 판단한 결과”이라며 “존재감 내려고 한 것은 아니고, 국민의당이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라고 자평했다.

최명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국회는 3권 분립의 원칙이 지켜지길 바라면서 동시에 사법부의 코드인사를 걱정하는 국민의 우려를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에 담아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안 대표와 원내대변인 모두 당 소속 의원들의 표결 의사가 일치되지 않았던 것에 대해선 이렇다 할 평가를 내놓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무리하게 본회의에 직권상정 됐으나 부결됐다. 당연한 일”이라며 “부결은 상식이 이긴 것”이라고 부결“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강 대변인은 김 후보자의 헌재재판관 사퇴를 독촉하면서 “지난 3개월 간 한국당을 비롯한 야3당은 이념 편향적인 김 후보자 임명을 적극 반대해왔다”며 “집권여당은 정략적 계산 끝에 직권상정으로 밀어붙였다. 헌정사상 초유로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책임은 여당이 모두 져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바른정당 전지명 대변인은 “대의 기관인 의회의 판단은 결국 국민의 판단”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오늘의 결과를 깊이 새겨야 할 것”이라고 부결 결과에 대해 환영하는 논평을 내놓았다.

전 대변인은 “김 후보자는 헌재의 독립성을 심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선택”이라며 “문 대통령은 헌법수호 의지가 확고하고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인사를 지명하길 바란다. 또 협치의 정신을 발휘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상 그 무엇도 진철될 수 없다는 것을 냉정하게 인식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 靑 “국민의 기대 철저히 배신”…향국 정국은?

한편 청와대는 이날 국회 본회의 표결 부결에 대해 “헌정질서를 정치적이고 정략적으로 악용한 가장 나쁜 선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보수 야당을 강력 비난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오늘 국회에서 벌어진 일은 무책임의 극치, 반대를 위한 반대로 기록될 것이다. 국민의 기대를 철저하게 배반한 것”이라며 “이번 사태 책임이 어디 있는지, 누구에게 있는지는 국민이 가장 잘 알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터트렸다.

이번 임명동의안 부결은 무기명으로 진행된 표결 과정에서 집권여당 내에서 기권 또는 반대가 나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설령 내부 단속을 통해 이탈표를 막았다고 하더라도 국민의당을 껴안지 않고선 앞으로 국회 표결이 걸린 국정운영 전반에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국민의당 역시 소속 의원들의 자유의지에 맡겼다고 하지만 당내 입장차 극명하게 갈린 만큼 향후 한 목소리를 내야 할 당론이 걸린 사안에 안 대표가 통합의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될 지는 미지수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