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석 편집국장.

[소비자경제 칼럼] 현재까지 나타난 전력만으로도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 또는 청와대의 지명철회는 사실상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이 추구하는 정치적 코드가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야당들의 반대를 차지하고 이미 집권여당 내에서도 박 후보자는 손에 들고 있기도 먹을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는 청와대 인사추천 라인은 물론 문 대통령 역시 곤욕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박 후보자는 기자회견을 열어 자진사퇴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버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를 장관후보자로 대통령에게 추천했던 당사자는 바늘방석 위에 앉아 있는 심정일 것이다.

박 후보자의 과거 행적과 관련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정당과 그 진영이 떠받들고 있는 이승만과 박정희의 굴곡진 현대사를 미화하고 두둔했던 것도 부족해 뉴라이트 학자들과 보수논객과 어울리고 다녔던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런 사실들만 놓고 봐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 장관후보자로 추천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행적의 소유자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 직접 박 후보자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추천을 받아 지명했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국민의당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7일 극우논객을 간담회에 초청하는 일에 박 후보자가 적극 나선 것과 관련해 “지금까지 정치, 역사 문제에 관심이 없었다던 해명이 모두 무색해졌다”며 “뒤풀이 자리에서는 정권교체 가능성 등 정치현안에 관한 질문까지 적극적으로 했다고 하니 논객의 정치적 성향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최 대변인은 “뉴라이트 관련 활동에 대해서는 역사를 잘 몰라서 그랬다고 했으니, 이번 일도 정치를 잘 몰라서 그랬다는 핑계를 댈 것이 뻔하다”며 “보수적 성향을 가진 인사가 내각에 참여하는 것을 탓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본인의 정치적 성향을 솔직히 밝히지도 못 하는 사람을 쓰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심지어 자신의 성향이 어떤지조차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자의 이념적 성향이 문 대통령과 코드가 맞지 않은 것은 탓할 문제가 아니다. 그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에 불분명한 해명과 애매모호한 자기 정체성에 숨기려는 정직하지 못한 태도에 있다. 청와대도 더 이상 박 후보자의 지명철회를 만지작거릴 일이 아니다.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고 의욕적으로 추진하려 했던 중소벤처기업 육성 정책을 성공적으로 엮어가려면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부실한 인사참사를 시인하고 박 후보자의 지명철회로 결단내려 주길 바란다.  

역대 장관 후보자들의 낙마했던 과정을 훑어보면 국회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어서기 전까지 부처 수장으로서의 정책적 역량보다는 정치적 이미지가 8할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를 종종 봐왔다.

그런데 박 후보자에게 드리워진 정치적 이미지는 여야 정치권 모두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것도 모자라 국정운영 지지율 70%대를 유지하고 있는 현 정부의 국민적 신뢰까지 깎아먹고 있다. 그도 최소한의 눈치가 있다면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말고 이제 내려놓을 때도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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