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 칼럼] 정부가 이달 초 내놓은 ‘8·2 부동산대책’이 의외로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강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책을 발표하면서 중점을 뒀던 투기 세력 차단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방심하긴 이르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강도 대책 이후 시장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 가운데, 그간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강남 아파트값은 한풀 꺾인 모습으로 ‘거래 절벽’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 또 투자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리던 분양시장 모델하우스 열기도 빠르게 식어가는 모습이다. 수백 대 1에 달하던 청약시장의 거품이 꺼지고, 부동산가격 폭등의 주범으로 지목되던 갭투자자들은 퇴로가 막힌 채 설 자리를 잃었다.

이번 8·2 대책에서는 주로 수요 측면에서의 규제가 주축이 됐다. 하지만 공급 측면의 대책, 즉 공급 물량 확대나 임대 주택 확충 등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아, 여전히 실수요자들인 서민들에게는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로 다주택자와 갭투자자들을 옥죄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했는데, 그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전가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

당장 손에 현금을 쥐고 있지 않으면 기존 주택을 사거나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가 곤란하게 됐고, 결국 자금 여력이 충분한 사람들만 버틸 수 있게 됐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자금마련이 쉽지 않거나 전세금이 적은 사람들이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으로 인해 서울이나 수도권 등지에서 주택을 마련하기는 점점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부동산대책이 나올 때마다 사실상 거의 빠졌던 공급 확대와 임대 확충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부동산시장 안정을 기대하긴 어려울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투기 세력들은 향후에 다시 규제가 완화될 때까지 ‘버티기 작전’으로 나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대책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보유세 인상 방안을 꺼내야 한다는 견해도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8·2 대책에서 강화된 양도세만으로는 투기 세력이 보유하고 있는 물량을 매도로 유인하기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팔지 않고 버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소수의 투기 세력들이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부동산시장 자체가 독과점화 되면서 초과이익(불로소득)을 취하기에 용이한 시장이 될 수 있다. 

결국 보유세 인상 카드야말로 투기 세력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쥐고 있던 매물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공급물량을 늘리게 되면, 자연스러운 가격조정을 통해 부동산시장 안정과 가계부채 문제 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현 시점이 그간 부동산시장 때문에 (서민은) 울고 (투기 세력은) 웃던 한국경제 특유의 먹이사슬을 끊어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