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 칼럼] 우여곡절 끝에 추경이 처리되자마자 정부여당이 꺼내든 ‘부자 증세’로 정국이 다시 출렁이고 있다. 이번 증세안은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개인소득 5억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에 대해 세율을 40%에서 42%로 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여당은 24일 당정 협의에서 고도성장에서 안정성장으로, 수출 대기업의 지원 통한 추격 전략에서 사람 중심 경제를 통한 소득주도 성장전략으로 전략으로 전환하겠다며 향후 경제 정책 패러다임을 개편할 것을 내비쳤다. 또 초고소득자 증세를 필두로 실효적인 조세 개편 방안 마련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현재 과세표준에서 최고세율 40%를 적용받는 이른바 개인소득 연 5억원을 초과하는 ‘슈퍼리치’는 대략 1만8000명 수준이다. 3년 전인 2015년 국세통계연보에 실린 5억원 이상 슈퍼리치들은 6680명으로 대부분 대기업 재벌 총수나 고위 경영진이 해당됐다. 그 사이 국내 슈퍼리치들은 3배나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기업 오너 중에서 ‘연봉 킹’은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현대차에서 53억400만원, 현대모비스에서 39억7800만원을 받아 총 92억8200만원으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았다. 그 뒤를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82억1000만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77억5100만원, 허창수 GS그룹 회장 74억3600만원 순이다.

대기업 오너가 아닌 고위 경영진 중에선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66억9800만원으로 최고 이어 김창근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이 35억500만원,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31억700만원의 연봉으로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2월 국회 보건복지위 김명연 의원에게 제출한 ‘최고액 건강보험료 납부 직장인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연봉 9억원 이상 고액 연봉자는 모두 3403명 정도였다. 이들은 직장 가입자로 최고액인 평균 239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납입했다.

건강보험 최고 납입액을 가장 많이 낸 회사는 삼성전자로 151명, 김앤장 법률사무소 119명, 법무법인 광장 28명, 현대자동차 14명, 메리츠종금증권 14명 등이다. 직장인 외에도 단독 개업 변호사, 의사, 연예인, 대형 부동산 임대업자, 인기 스포츠 선수 등 고소득 자영업자들도 초고소득자에 포함돼 있다. 그간 이들 초고소득자들은 이명박 정부 이후 풀린 세제 혜택을 받아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부자 증세와 세제 개편 방향이 대기업 일자리 창출과 투자, 경기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지 않고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 근로자와 자영업자들의 굽은 허리를 펴주는 방향으로 추진되길 기대해본다. 아울러 세제 개편안을 두고 보수 야당들과 대기업 집단의 반발도 예상되는 만큼 증세와 관련해선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소통채널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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