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우 발행인 겸 편집인

[소비자경제 윤대우 기자] 한 여름날 회사나 집에 있다 보면 눈앞에 모기가 아른거린다. 무더운 날씨 탓에 모기 개체수가 줄었다는 뉴스가 있지만 모기는 불쑥 나타난다. 내 왼팔에 앉아 있는 모기를 잡으려 조용히 오른손을 가져가면 낌새를 금세 알아채고 줄행랑을 친다.

모기 입장에서는 자신의 목숨을 앗아가려 했던 불한당이면 복수는 당연한 법. 다리 한쪽을 물렸다. 모기에게 물리면 여전히 따갑고 간지럽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복수를 하려하는데 도통 보이질 않는다. 모기는 어디에 숨었을까.

언제부턴가 모기의 스피드가 빨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모기 스피드는 빠르지 않았다. 불과 10년 전 만해도 모기의 움직이는 속도는 눈에 포착 됐고 벽에 붙어 있는 모기를 손으로 혹은 파리채로 잡았다. 여름이면 아파트 엘리베이터와 집안 곳곳에 모기 사망을 알리는 선명한 핏자국이 듬성듬성 널려 있었다. 사람의 피를 빨아먹은 혹독한 대가다.

이십 여 년 전 신병교육대 시절, 40도를 오르내리는 찜통더위에 붉은 모자를 쓴 조교가 훈련병들에게 말했다. “모기가 파리 정도 스피드였다면 어쩔 뻔 했겠나, 모기가 느린 게 다행이다” 훈련소에 모기가 많아도 쉽게 잡히니 걱정 말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세상이 바뀌고 강산이 변한다고 모기 속도까지 빨라지는 이유는 뭔가. 단순히 속도만 빨라진 게 아니다. 이젠 눈앞에 나타났다가 금세 사라진다. 신출귀몰이다. 축지법을 썼는지 정말 신기하다. 내 시력이 떨어져 그리 보이는 것은 분명 아니다.

모기 속도가 궁금해 네이버 지식인에 물었더니 5.5mm 크기 모기는 시속 2.4~4.8km 속도로 날며 활동범위는 1∼4km. 모기가 윙윙거리며 내는 소리는 초당 250∼500번의 날갯짓에서 나온다고 알려줬다.

모기가 나타나 눈으로 쫓다 보면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는 이유는 모기의 순간 및 선회 속도가 인간의 안구 회전 속도보다 빨라서 나타나는 현상이란다. 이는 파리도 마찬가지인데, 파리는 덩치가 돼지라 바로 눈에 포착되지만 모기는 작아 놓치기 쉽다.

모기 종류와 피해는 통계로 많이 나왔다. 하지만 모기 속도를 분석한 논문이나 신문기사는 없다. 사람마다 느낌은 다르겠지만 분명 모기는 과거보다 민첩하게 움직이고 기민하게 행동한다.

빨라진 모기를 대비해야 하는 이유는 그가 단순히 피 빨아먹어서가 아니다.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지구촌 가장 무서운 해충이란 사실 때문이다.

우리에겐 그저 물리면 가려울 정도, 짜증의 대상이지만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시아 지역에 서식하는 모기들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치명적 전염병을 갖고 있다. 모기는 말라리아, 황열병, 서나일열, 필라리아, 뎅기열, 일본뇌염 등을 옮기고, 개와 고양이에겐 치명적인 심장사상충을 전염시킨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4억∼5억명이 말라리아에 감염되며, 이중 150만명 정도가 사망한다. 단일 질병으로는 가장 많은 수다. 아프리카에선 1분마다 2명의 어린이가 사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60년대까지는 연간 300~900명이 일본 뇌염으로 사망했다. 뇌염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평생 고생하는 사람도 많다.

모기는 박멸해야 할 대상이자 사전 감시해야 할 악충이다. 그러니 만약 모기 속도가 점차 빨라진다면 그 원인과 이유 분석이 시급한 것이다.

사람이 조심해야 할 해충이 어디 모기뿐이겠나. 바퀴벌레, 진드기, 말벌, 거미 등 우리 주변에 늘 피해야 할 대상들이 즐비하다.

더 심각한 것은 조용히 찾아오는 몸속 질병은 대비가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건데 우리 인생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안개와 같다. 해충과 질병 같은 작은 위협 외에도 가정문제, 직장문제, 자녀문제, 나라와 민족의 문제 등 걱정과 근심이 끊이질 않는다.

성경에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태복음 11장 28절)”는 말씀이 있다. 고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없는 세상, 나의 고민을 조금이나 덜고 싶다면 신 앞에 기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모든 고민과 문제를 선하게 해결해 주십쇼.” 모기를 통해 새벽에 깨달은 바 이다.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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