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비 6배 많은 삼성 상대로 새판 짜는 LG?

[소비자경제=오아름 기자] LG전자가 삼성전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분리공시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LG전자는 지난달 말 방통위에 “고객에게 주는 휴대전화 보조금 뿐 아니라 유통망에 주는 판매 장려금까지 제조사와 이통사별로 나눠 공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분리공시제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가계 통신비 인하’ 공약 중 하나로 최근 통신비 원가공개와 함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 제조원가 공개가 또다른 변수로 떠오른 상태다.

LG전자가 이의 조건부 도입을 찬성한 가운데 이통3사 역시 분리공시제 도입을 찬성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영업비밀 등 이유로 이를 반대하고 있어 실제 도입될 지 관심을 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삼성전자의 리베이트 공세를 막아내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라며 “분리공시제가 도입될 경우 양사 리베이트 격차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015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2014년 10월부터 2015년 6월까지 통신사 대리점에 직접 투입한 리베이트는 2458억 원으로 같은 기간 동안 LG전자(660억원)의 6배에 달했다. 

특히, LG전자가 신제품 ‘G6’를 출시한 지난 3월, 삼성전자는 대규모 마케팅비를 투입했다. 초반 하루 1만대씩 팔리던 G6의 판매량이 순식간에 반토막이 됐다. 삼성전자가 1년 전 출시한 갤럭시S7에 판매장려금을 쏟아붇자 실구매가가 낮아진 갤럭시S7에 소비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삼성전자의 대대적인 마케팅에 밀리며 G6의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이 때문에 분리공시제가 도입될 경우 제조사가 유통망에게 제공하는 판매 장려금까지 공개되는 만큼 삼성전자와의 장려금 격차를 줄여 경쟁하겠다는 것이 핵심 논리다. 

아울러, 공시지원금뿐만 아니라 유통점에 지급되는 판매장려금에 대한 규제가 동시에 필요하다는 데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와 LG전자가 같은 입장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가 삼성전자와 달리 이의 공개를 찬성하고 나서고 이통 3사가 가세하면서 분리 공시 도입 압박이 거세지는 형국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단말기 시장의 3분의2 가량을 점유 중인 삼성전자는 해외와의 차별 등 이유로 판매장려금의 별도 공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현행 공시제도로도 소비자는 지원금 혜택을 알 수 있다”며 “단말기 가격은 제품의 성능·디자인·수요와 공급 등 시장 상황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분리공시 도입이 단말기 가격 인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하나금융투자 김홍식 연구원은 “정부가 분리공시제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스마트폰 가격 하락이 전망된다”면서 “제조사 특히 삼성전자의 피해가 예상되고 통신사와 소비자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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