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주 의학 칼럼] 'No look'
[이동주 의학 칼럼] 'No look'
  • 소비자경제
  • 승인 2017.06.0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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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드림 가정의학과 이동주 원장

[소비자경제 칼럼] No look이 문제입니다. 그저 수행원을 쳐다 보기만 했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겁니다. 캐리어를 굴려주는 Pass는 No look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No look만 아니었다면 오히려 캐리어를 굴렸던 그의 Pass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이 상황이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의 말처럼 이해가 안 될 것입니다. 자기는 그저 수행원이 보이길래 괜히 자기한테까지 짐을 받으러 오는 것보다 자기가 굴려주면 수행원 입장에서도 편할 것 같아서 굴려줬을 뿐인데 왜 이리 난리일까 싶을 겁니다.

그런데, 그가 진정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이것은 그가 자기의 ‘No look’이 얼마나 문제인지를 잘 모른다는 것을 증명할 뿐입니다. 그 사람의 격이 그 정도였다는 것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많이 알려진 사실이라 놀랍지도 않은 일입니다만, 진짜 문제는 사실 살다보면 이런 사람들이 그 사람 뿐 아니라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겁니다. No look이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사람들, 특히나 부끄럽게도 의사들 중에도 No look이 뭐가 문제인지를 잘 모르는 사람은 생각보다 참 많습니다.

친절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친절함을 강조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은행이나 호텔같은 곳에서 훈련받은 친절을 접할 때면 나에 대한 친절이라기보다 내가 지불하는 돈에 대한 친절인 것 같은 꼬인 마음이 발동되어서 별로 유쾌하지도 않고 수평적이어야 할 인간관계가 강요된 친절로 망가지는 것 같고, 그냥 서로에게 해줘야 할 일에 충실하기만 하면 될 것 같은데 거기에 친절하기까지 바라는 것은 괜한 감정 소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보니 저 또한 환자들에게 그렇게 친절하지도 못한 것 같고 병원에서 극진한 친절을 바라는 환자들도 그렇게 곱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저마저도 제 병원에 실습하러 오는 의대생들에게 빼놓지 않고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오면 꼭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하세요. 환자가 얘기하면 꼭 환자를 쳐다보고 들으십시오. 환자가 나갈 때 환자를 보고 인사하세요. 그것만 잘해도 괜찮은 의사 소리 듣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괜찮은 의사가 됩니다. 의사는 환자가 전해주는 정보로 먹고 사는 직업이기 때문에 그래요. 환자가 정보를 전해 주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진찰을 통해 얻는 정보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세요? 어떤 진찰도, 어떤 검사결과도 환자와 눈을 마주치고 얘기하는 것보다 많은 정보를 주지 않습니다. 그저 환자를 보며 얘기만 듣고 있어도 많은 것이 해결됩니다. 환자 얘기하는 것 받아 적으려고 애쓰지 마세요. 안 적어도 되니까 환자 얘기할 때 보세요. 진료실 모니터만 보는 의사, 키보드만 두드리고 있는 의사는 최악입니다. 언어유희 같지만 환자 잘 보는 의사가 되고 싶으면 환자를 잘 보셔야 합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여기저기에 ‘본다’는 말을 참 자주 씁니다. ‘환자를 본다’는 말은 물론이고 ‘예배 본다’, ‘애기 본다’, ‘일 본다’ 등 이쯤 되면 ‘본다’는 말이 그저 언어적인 편의성 때문에 쓰여지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본다’는 말 속에는 그저 시각 정보를 받아 들이는 것 이상의 의미가 분명히 있다는 것을 이미 우리의 언어가 표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이 그저 눈이 가리키는 방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말입니다.

저는 앞으로 의사가 될 의대생들에게 ‘본다’는 것이 그저 태도와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진료실에서 이루어지는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행동이라는 것을 말하려고 했습니다. 병원에 치료 받으러 왔다가 모니터만 쳐다보는 의사들의 No look으로 인해 오히려 상처입는 분들을 볼 때, 반대로 환자가 얘기할 때 바쁘게 움직이지 않고 쳐다봐 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치유받는 환자들을 볼 때 진료실 안에서 환자를 향한 의사의 시선이 얼마나 중요한 실력에 해당하는 것인지 느껴왔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제 생각이 비단 진료실에서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음을 이번에 No look pass사건에 보여준 사람들의 반응이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되었건 간에 건들거리는 그의 팔자걸음과 거만한 시선이 자꾸 떠올라서 다시 한 번 나의 태도와 시선을 점검하게 됩니다. 저렇게 나이 먹으면 안 되겠다는 확실한 자기 점검의 동기를 제공해준 것이 No look pass 영상이 제게 선물한 교훈이라면 교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해드림 가정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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