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새 정부 재벌개혁, “때리는 게 능사 아니다”
[데스크칼럼] 새 정부 재벌개혁, “때리는 게 능사 아니다”
  • 이진우 산업부장
  • 승인 2017.05.2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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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산업부장

[소비자경제 칼럼] 새 정부 출범 이후 ‘재벌개혁’이 화두가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직후 ‘대통합’을 천명하자, 재계는 다소 안도의 숨을 내쉬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어진 새 정부 인선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장으로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내정되고, 청와대 정책실장에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임명되자 재계는 당혹감이 역력한 모습이다. 김 교수와 장 교수가 소위 ‘재벌 저격수’로서 명성을 날리던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은 물론 재계에서도 이 두 사람의 등용을 재벌개혁의 신호탄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새 정부가 재계에 각을 세우자 재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문 대통령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정책기조를 강조한데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25일 “민간부문에까지 정규직화가 확산되면 기업경쟁력과 일자리창출 여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다가 청와대로부터 세 차례의 ‘경고’를 받고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결국 정부가 경총의 반발을 잠재우며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내비침에 따라, 향후 정책 수립 과정에서 치열한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재벌개혁 이슈는 이번 새 정부만의 주요 이슈는 아니었다. 재벌개혁 움직임은 과거 문민정부에서부터 시작됐고, 참여정부 등을 거치면서도 꾸준히 진행돼 왔다. 하지만 이들 정부는 재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또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도 재벌개혁은 어김없이 진행됐다. 이명박 정부는 이전 정권에 대한 보복차원으로 재벌 때리기에 나선 결과, 현대그룹의 정몽헌 회장이 검찰 조사 도중에 투신자살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초래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권도 전 정권과 친했던 것으로 평가받던 롯데그룹과 CJ그룹에 대해 대대적인 사정에 나서기도 했다.

이처럼 여러 정부를 거치면서도 재벌개혁에 거듭 실패했던 궁극적인 이유는 정경유착의 굴레를 벗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재벌개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 보다는 기존 제도 하에서 엄격한 법집행이 요구된다는 주장이다. 상법과 공정거래법을 비롯해 자본시장법 등에 제정돼 있는 재벌개혁과 관련한 제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미 촘촘한 거미줄 망처럼 제도 자체는 잘 정비돼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집행을 하는데 있어 봐주기가 횡행하고 비상식적인 잣대를 들이댐으로써, 불법적인 범죄를 저지른 재벌들에게 가벼운 제재만 있었을 뿐이다. 또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때가 되면 재벌들을 사면을 해줌으로써 이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 측면이 더 많은 것이다. 즉, 법이 없어서 재벌개혁을 못한 것이 아니라, 결국엔 정부와 재벌 간의 새로운 정경유착의 고리가 생겨남으로써 개혁에 실패한 사례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재계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를 선언하고 있지만, 그저 건수를 잡아 재벌 때리기에만 나설 경우, 실질적인 재벌개혁은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정부가 재벌개혁의 방향을 잘못 잡았을 경우 그 여파는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 정책에 견디다 못한 재벌들이 해외로 나갈 수도 있고, 또 외국인들의 국내 직접투자에도 적지 않은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대한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에 진심으로 바란다. 재벌개혁은 규제를 강화하며 조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오히려 일자리창출에 목숨 거는 정부와 이를 위해 가장 발 벗고 나서야 하는 재벌들이 상생의 길을 찾아 상호 협력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잘못하는 재벌들에게는 엄격하고 공정한 법의 잣대로 심판대에 세워 도덕적 해이를 막도록 힘쓰고, 일자리창출과 사회공헌에 힘쓰는 재벌들에게는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충분히 부여함으로써 긍정적인 방향으로 재벌들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이끌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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