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윤리연구원장, “5년 뒤 결과 분석할 수 없으니, 눈앞의 이익 위해 실수 감춰“

[소비자경제=이창환 기자] 지난 4월 현대자동차의 차량 결함 등을 외부에 알린 전 현대차 김광호 부장이 복직된 지 채 한 달이 가기도 전에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현대차는 권익위원회의 김부장 복직 결정을 따르면서도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행정소송과 형사고발에 대한 건은 계속 진행해왔으나, 김 부장이 회사를 그만두기로 하면서 소송과 고소를 취하했다. 김 부장의 퇴사가 결정된 상황에서 행정소송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부장은 복직한 후 약 3주간 근무하면서 업무를 과거처럼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지난해 8월부터 약 9개월 간 현대차와 대립하며 복직 후에도 여전히 행정소송과 형사 고소건이 맞물린 상태에서 일상적인 업무를 할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변 동료들 역시 회사의 눈치를 보면서 근무해야 하는 입장에서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차 한 잔 나눠 마시며 얘기하기도 어려웠을지 모른다. 마찬가지로 김 부장도 그들이 가진 부담감을 느끼며 말 한 마디 걸기조차 힘들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불편한 동거가 아니었겠는가.

그들의 눈에 김 부장은 과연 영웅이었을까, 아니면 배신자였을까. 또 현대차의 입장에서 그는 당연히 배신자인걸까.

품질 이상을 발견한 김 부장은 선한 의지로 내부에 보고를 하고 조치를 기다렸으나, 현대차는 이미 판매된 수십만대가 넘는 차들에 대한 리콜보다는, 이상 징후 발생 시 찾아오는 고객의 차량에 한해 무상수리를 시행하는 정도가 손실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선택했을 것이다.

탑승객의 안전과 직결되는 엔진결함에 대해 외부에 알릴 수 밖에 없었던 김 부장에 대해 일부에서는 ‘영웅’이라고 칭하기도 하지만, 그에 따른 어떤 대가도 없다. 오히려 내부고발자라는 낙인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마치 ‘배신자’를 바라보듯 그를 평가하게 만든다.

기업윤리경영연구원 박경규 원장은 “조직에 속한 구성원이 선한 것을 실천할 때 그 일이 이윤과 손실 중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인지 기업입장에서는 그 관계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4년이나 5년 뒤 초래할 결과를 분석해낼 수 없으니, 바로 앞의 이익을 위해 당장의 실수를 감추려는 일이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기업은 조기경보시스템으로 사전에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스스로 시정 조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갖춰야 한다”며 “작은 실수를 인정하고 내부고발자의 의견을 수용하고 연구하면 더 큰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지난 1991년 현대차에 입사해 25년간 근무했다. 2015년 2월부터 9월까지 다뤘던 자료들을 바탕으로 ‘세타2 엔진’ 결함 등 품질문제를 국토교통부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등에 제보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결함을 축소‧은폐했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현대‧기아차 32건의 결함에 대한 품질조사를 진행해 리콜을 포함한 시정조치를 내리면서 세타Ⅱ 엔진 탑재 차량 17만대에 대한 리콜을 요구했다.

현대차는 5월에는 제네시스와 에쿠스 등 5건의 리콜 요구에 불복해 자동차 업계 최초로 청문회를 거쳐 강제리콜 명령을 받기도 했다.

김 부장은 현대차의 조기경보시스템이 될 수 있었지만, 현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차가 김 부장을 영웅으로 만들었더라면, 이미지 개선과 글로벌 기업으로 가는데 보탬이 됐을 것이나, 그를 배신자로 만들면서 현대차는 오히려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결국 내부고발자가 배신자인가 영웅인가 하는 것은 기업이 그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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