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연맹 "불투명한 사용내역 공개해야"...10년간 예산 무려 8.5조원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정부 주요 특수활동비 예산 규모.(그래픽=소비자경제 이창환 기자)

[소비자경제=고동석 기자] 회식자리 쌈짓돈으로 도마 위에 오른 검찰 ‘돈봉투 만찬’ 논란 속에 사용처가 불투명한 검은 예산인 정부 특수활동비가 지난 10년간 무려 8조원이 넘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납세자연맹이 18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 결과, 지난 2007~2016년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집권하는 동안 집행된 정부 특수활동비 예산은 8조563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특수활동비가 가장 많이 편성된 기관은 총 4조7642억원이 지급된 국가정보원이었다. 국정원 다음으로는 ▲국방부 1조6512억원 ▲경찰청 1조2551억원 순이었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등 7명이 지난달 21일 돈봉투 만찬 회동으로 논란이 됐던 법무부 특수활동비는 2662억원으로 청와대 2514억원보다 많았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국정수행활동에 드는 비용으로, 정보 및 사건 수사 등 이에 준하는 활동에 쓰인다. 국정원이나 검찰과 같은 정보 및 수사기관 뿐 아니라 국회의장단과 국회 상임위원장, 여야 원내대표가 수령하는 비용에도 특수활동비가 포함된다.

이같은 특수활동비는 최근 4년간 매년 증액됐다. 지난해 특수활동비 예산액은 8870억원으로 전년 대비 59억3400만원(0.7%) 증가했다.

특수활동비의 문제는 불투명성에 있다. 납세자연맹 관계자는 "수령자가 서명만 하면 영수증 첨부는 물론 사용처를 밝히지 않아도 되는 돈"이라며 "특수활동비가 이른바 '검은 예산'으로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납세자연맹은 지난 2015년 8월 18개 부처를 상대로 특수활동비의 사용내역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모두 거부당했다.

법무부의 경우 비공개 사유는 범죄정보 수집과 수사활동 내역(수사 분야·목적·내용·담당자) 등이 공개돼 업무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납세자연맹 측은 대법원 판례를 들어 특수활동비 수령자와 사용 금액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맹은 “국가가 국민에게 성실납세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낸 세금이 공익을 위해 사용되고 개인의 호주머니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며 “사기업은 영수증 없이 돈을 지출하면 횡령죄로 처벌받는데 국민의 세금을 공무원이 영수증 없이 사용하는 것은 국민주권주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보기관을 제외한 청와대, 법무부, 감사원, 국세청, 미래창조과학부, 통일부, 국가안전처, 관세청, 국무조정실, 국민권익위원회, 외교부,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대법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특수활동비에 대해선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연맹은 “정보기관의 특수활동비도 예산을 축소하고 국회의 엄격한 통제를 받아야 한다”며 “특수활동비 오용을 철저히 조사해 사적으로 이용한 특수활동비는 환수하고 세금횡령죄로 처벌할 것”을 주문했다.

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특수활동비는 공무원이 국민위에 군림하던 권위주의 정부의 산물로 일부 힘 있는 권력기관장들이 국민 세금을 공돈으로 여기고 나눠먹고 있다”며 “특수활동비 예산이 폐지되지 않을 경우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더욱 더 떨어지고 납세거부 등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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