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판단 전까지 매각 절차 전면 중단 가능성 있어”

도쿄에 위치한 도시바 사옥. (사진=위키피디아)

[소비자경제=김현식 기자] 도시바 반도체 사업 매각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중인 도시바와 미국 웨스턴디지털(이하 WD) 간의 갈등이 국제 문제로 비화할 조짐이다. ‘팔겠다’는 도시바와 ‘내 허락 없이는 못판다’는 WD의 싸움이 결국 법정 공방으로 이어진 것이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WD는 도시바가 자신들에게 독점교섭권을 부여하지 않은 채 도시바메모리를 매각하는 것은 계약 위반이며, 따라서 매각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중재 요청을 국제상공회의소(ICC)의 국제중재재판소에 보냈다.

WD 스티브 밀리건 CEO는 “중재가 첫 번째 선택은 아니었지만, 현재까지 도시바와 합의를 이루려 한 노력이 성공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그 다음 단계로 법적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중재재판소에서 진행될 WD와 도시바의 중재 절차는 오는 19일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전망이다. WD와 도시바 양측은 3명으로 구성된 중재위원 중 한명씩을 추천한다. 현재까진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으며 기업 명운까지 내걸린 만큼, 이번 중재는 1년까지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중재재판이 진행되고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매각 절차가 전면 중단될 가능성이 있어, 도시바메모리 매각 절차에도 큰 타격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WD는 도시바메모리 매각 작업이 본격화 된 후 독점교섭권을 주장하며 수차례 법적 조치에 대한 경고를 해왔다. WD는 도시바와 미국 샌디스크 간 반도체 합작계약을 맺은 상태에서 지난해 WD가 샌디스크를 인수했기 때문에 이 같은 계약이 그대로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도시바는 반도체 매각에 대해선 WD가 알고 있었고, WD가 샌디스크 인수를 사전에 도시바에 알리지 않은 만큼 자사의 지분 매각에 반드시 동의를 구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또 도시바는 15일 자정을 기해 공동운영 중인 욧카이치 공장에 대한 WD 관계자 출입금지와 직원 방출 등을 거론하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WD와 도시바는 이 공장에서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에 데이터 저장장치로 사용되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생산하고 있다.

양측은 지난 10일 독점교섭권에 대한 문제를 풀기 위해 고위경영진 회담을 가졌지만 입장차를 좁히는 데는 실패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WD의 이런 움직임이 도사바메모리의 몸값을 낮춘 뒤 인수에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한 치밀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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