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오르는데, 개미는 오히려 시장에서 빠져나간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사진=포커스뉴스)

[소비자경제=이진우 기자] 코스피(KOSPI)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며, 국내 증시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 2011년 4월 27일 장중에 2231.47을 찍은 지 6년 만이다. 이에 앞으로 코스피가 그간 답답하게 갇혀 있던 박스권을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불타오르는 코스피를 바라보는 개인투자자들은 사상 최고치 경신에도 ‘남의 얘기 같다’는 푸념이 쏟아지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21.57포인트(0.97%) 상승한 2241.24로 거래를 마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 배경엔 최근 이어진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 열풍이 견인했으며, 1분기 기업들의 릴레이 실적개선 발표, 또 수출 호조 훈풍과 국내 증시가 저평가돼 있다는 가격 메리트 등이 꼽힌다.

◇ 외국인 ‘바이 코리아’ 돌풍, 증시 사상 최고치 이끌어

지난 6년간 유가증권시장은 고점과 저점을 오르내리는 지루한 박스권 장세에 갇혀 있었다. 그래서 소위 ‘박스피(코스피+박스권)’라는 신조어가 그간 증권가에서 널리 유행한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 말부터 박스권 돌파에 기대를 모으던 코스피지수가 마침내 지난 4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여의도 증권가는 “증시에 불이 제대로 붙었다. 아마도 조만간 소방차가 필요할 것”이라는 농담이 오가며 오랜만에 웃음꽃이 활짝 피는 모습이다.

이번 사상 최고치 경신의 일등공신은 단연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 돌풍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지난 4일 하루에만 3641억원을 순매수하며 코스피지수를 견인했다. 지난 4월 초부터 5월 개장 첫날에도 순매수 기조를 이어오며 무려 1조원에 육박하는 주식을 쓸어 담았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가 전고점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를 보이자, 그 성장 열매가 외국인의 몫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안다자산운용 최권욱 회장은 “우리 증시가 저평가돼 있다는 밸류에이션 매력이 외국인들의 주식매수를 견인하고 있다”면서 “코스피 상승에 따른 성과를 외국인이 독차지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 박스피 돌파, 코스피지수 어디까지 오를까

코스피지수가 지난 6년간의 박스권을 돌파하며 2240선대를 넘어서자,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 안팎에서 피어오르고 있다. 하지만 증시 상승이 일시적으로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대다수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다. 하지만 추가 상승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다소 엇갈린다.

추가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북핵 도발과 사드 배치 등 정치적 불확실성과 유가 등으로 주춤할 것으로 예상됐던 1분기 기업실적이 양호하게 호전되는 것으로 나타나며 상승 탄력을 받았고, 차기정부의 경제부양책에 대한 기대감 등을 배경으로 꼽는다.

한화자산운용 백재욱 리서치팀장은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양호하게 나오고 있다. 또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책을 확대하고 있고, 대선 이후 차기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코스피지수에 반영되고 있다”면서 “2분기(4~6월)에는 사상 최고치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증시 상승이 둔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신한금융투자 안국현 연구원은 “2분기 순이익 증가율이 IT 분야를 제외한 수출주와 통신, 유틸리티를 제외한 내수주가 모두 1~3%의 역성장이 예상된다”면서 “그것이 비록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3분기 들어서면 오히려 수출주와 내수주 모두 전년 대비 성장세가 재개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 불타는 증시, 개미는 오히려 주식 팔고 떠나

지난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상위 10개 종목의 주가가 월간 기준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포스코의 경우엔 4월 한 달 동안 5.81% 하락했다. 또 현대차, 한국전력, LG화학 등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들도 모두 하락폭이 컸다.

삼성전자가 사실상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데, 1주에 200만원이 넘는 주가가 너무 비싼 탓에 개인들이 넘보기는 힘들다. 그저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을 먼 산 불구경하듯 지켜봐야 한다는 하소연이다.

또 투자자들이 주가가 상승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그나마 보유하고 있던 펀드마저도 처분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만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8조원 가까운 자금이 빠져나갔고,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까지 4조원대의 펀드자금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데,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주식을 팔고 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는 모습이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