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 못돼”, “지주회사 전환 과정 수반문제 고려해”

삼성전자 서초 본사 사옥. (사진=삼성전자)

[소비자경제=김현식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공식적으로 언급했던 지주회사 전환을 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삼성전자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전반적으로 사업경쟁력 강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경영 역량의 분산 등 사업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는 게 삼성전자의 판단이다. 삼성전자는 또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수반되는 여러 문제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계열회사 간의 보유 지분 정리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계열회사의 보유 지분 정리는 각 회사 이사회와 주주들의 동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단독으로 추진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 있다.

특히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법)과 보험업법 규제도 걸림돌이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할 경우 현재 금융 계열회사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일부 또는 전량 매각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주가에도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삼성전자 측은 “최근 지주회사 전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건의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이라며 “현재의 구조 대비 뚜렷한 개선 요인이 없어 주주 가치와 회사 성장에 모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현재의 사업구조가 차별화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보고, 현재의 구조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사업구조는 스마트폰, TV 등 세트 사업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가 하락해도 실적 변동성을 최소화할 수 있었고, 기술과 설비에 대한 과감한 선제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게 삼성 측의 판단인 것이다.

지난 24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49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한 권오현 부회장이 인사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재계 관계자는 “지난달 24일 주주총회에서 지주사 전환을 보류한 것도 삼성전자로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탈법적으로 진행됐다는 의혹과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또 꼼수를 쓴다’는 국민들의 시선에 맞닥뜨려야 했다”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서 결국 지주회사 전환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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