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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우 칼럼] ‘MBC 정상화’ 그리고 ‘손석희’

윤대우 발행인 겸 편집인

[소비자경제신문 칼럼] MBC 방송노조원들이 마포 상암동 본사 앞에서 매일 피켓을 들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노조원들 복직만을 위함은 아닐 것이다. 무너진 한국 언론의 가치와 신뢰 회복이라는 거시적 담론도 피켓을 드는 이유라고 본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최순실 사태’가 터졌고 ‘위안부 합의’가 졸속으로 처리됐으며 ‘사드배치 공론화’에 실패했다. 그래서 권력을 견제하는 언론의 제자리 찾기는 중요하다.

뉴스의 신뢰도는 드라마와 예능에 영향을 끼친다. 1992년 방송사 최장 50일 파업을 주도해 검찰 조사를 받았던 전직 MBC 고위관계자는 “파업 이후 뉴스 표현의 자유가 나아졌고, 보도에 자율성이 보장되니, 드라마, 다큐멘터리, 예능에도 선순환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즉 보도 자율성이 방송의 모든 장르에 이르게 한 것이다.

한때 드라마 왕국, 예능 천국으로 불러졌던 MBC의 전성기는 뉴스데스크의 ‘카메라 출동’과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100분 토론’이 거침없이 방송될 때다. 시청자로부터 환영을 받으니 기자와 PD는 자부심과 애사심이 생겨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다.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이 날카로워 질수록 내부 통제와 외부 간섭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JTBC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뉴스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으니 드라마와 예능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힘센여자 도봉순’ ‘썰전’ ‘아는 형님’ ‘냉장고를 부탁해’ ‘비정상 회담’ ‘히든 싱어’ 등은 지상파에서 부러워할만한 프로그램이 됐다. 앞으로도 JTBC는 지상파를 압도하는 프로그램들이 더 많이 나올 것 같다.

그만큼 뉴스의 역할은 중요하다. JTBC 뉴스가 한국을 대표하는 저널리즘 매체로 우뚝 설 수 있게 한 장본인은 손석희 보도 담당 사장이다. 물론 홍석현 회장이 외압으로부터 바람막이가 돼 줬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JTBC 뉴스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에 1등 공신은 누가 뭐래도 손 사장을 꼽는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손 사장이 JTBC의 위상을 바꿔놓은 것처럼 친정인 MBC 방송민주화 정상화를 위해 사장이 되면 어떨까?”

사실, 이는 몇 년 전부터 몇몇 정치인으로부터 흘러 나왔던 말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다. 홍 지사는 2012년 MBC 라디오 '손석희 시선집중'에 출연 "박근혜 당선인이 손석희 교수 같은 사람을 MBC 사장을 시키는 역발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듬해엔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자신의 SNS에 “김재철 MBC 사장 후임으로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 추천”이라는 글을 올렸다.

물론 그들 말이 어느 정도까지 진정성이 있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설령 손 사장이 MBC 사장으로 임명됐다하더라도 그의 성격상 몇 달 안돼서 잘렸던지, 사표를 썼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당연히 손 사장에게 이런저런 주문과 지시를 하달했을 것이고 그는 강하게 반발했을 테니 말이다.

시간이 흐른 2017년, “차기 정부에서 그를 MBC 사장으로 임명한다면?” 현재로선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손석희 자신의 친정인 MBC 정상화를 일종의 ‘사명의식’ ‘숙명’으로 받아들인다면 JTBC에 사표를 과감히 던질 수도 있다고 본다.

손 사장의 1년 선배이자 1992년 방송파업 주동자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성경환 전 tbs교통방송 사장은 최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손석희 앵커가 MBC에 있을 때 '100분 토론'과 '시선집중' 진행만 주어졌을 뿐 뉴스데스크 메인 앵커 기회는 없었다. MBC에서 만약 그런 기회가 주어줬다면 지금 JTBC에서 하는 걸 그대로 했을 것이다. 권한이 주어지니 생각했던 방송민주화 꿈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5월 9일 대통령선거에서 야권 진영의 후보가 당선 된다면 MBC 정상화는 머지않아 수면 위로 떠오른다. 정부는 해직 언론인 복직을 본격 논의할 것이며 본인 의사와 다르게 타부서에 배치됐던 기자와 아나운서들은 원래 자리로 돌아올 기회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사내는 뒤숭숭해질 것이고, 내부적 갈등은 불가피하다. 이런 뒤숭숭한 분위기는 처음이 아니다. MBC는 1988년, 1992년, 2008년에 방송 파업이 있었다. 파업에 참여한 자와 참여하지 않은 자의 갈등은 공존했다.

냉정함과 따뜻함을 갖춘 손 사장이 MBC 사장이 된다면 전ㆍ현직 직원들의 갈등을 잘 봉합하리라 생각된다. 이러한 믿음은 손 사장이 1992년 MBC 방송노조 파업 핵심 주동자로 20일간 구치소 생활을 하면서 이러한 내부 갈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그가 파업에 가담했던 이유는 이렇다.

1988년 MBC 노조 파업 당시 주말 9시 뉴스를 진행하던 손석희는 노조측에선 준 ‘공정방송 쟁취’가 쓰인 리본을 양복 안쪽에 있는 와이셔츠에 달고 뉴스를 진행했다. 당연히 방송에선 리본이 안보였다.

손석희는 당시 ‘스스로 기회주의자임’을 회고하며 밤새 한잠도 못자고 괴로워했다고 한다. 그것이 계기가 돼 그는 1992년 MBC 파업 주동자로 몰려 구속된 것이다. 수의를 입고도 환한 미소를 띈 손석희 모습은 지금도 방송민주화의 상징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랬던 그가 대통령 후보 5명을 앞에 두고도 전혀 흔들림 없이 여유롭게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손석희는 다르구나’라는 소리가 입에서 절로 나왔다.

직접 대화를 나누진 않았지만 그도 이 땅의 방송민주화, 언론개혁, MBC 정상화에 대한 갈급함도 있을 것이다. 그런 뜻에서 MBC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그가 친정의 회복과 부흥을 위해 남은 인생을 헌신한다면 대한민국 뉴스 가치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한 달에 한번 그를 만난다는 성경환 전 tbs교통방송 사장에게 "손석희 사장이 MBC를 맡으면 어떻겠냐"고 직접 물었다. 그는 “손석희 JTBC보도부문 총괄사장이 MBC사장이 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지요. 어쩌면 그의 상징성만으로도 이른 시일 안에 예전의 MBC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릅니다”고 말했다.

이어 “손 사장의 맘속으로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그는 신의를 지키는 사람이라서 MBC뿐만 아니라 그 보다 더한 자리라해도 아마 움직이지는 않을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손석희 사장의 마음을 움직일 이는 아마도 신 밖에 없을 듯하다.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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