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산업부장

[소비자경제 칼럼]  최근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회장의 행보가 의미심장하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18일 “금호타이어에 대한 공정한 매각 진행과 함께 컨소시엄을 허용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더블스타에게는 컨소시엄을 허용하면서 우선매수청구권자에게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면서 “이러한 부당하고 불공정한 매각절차에는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 현재 진행 중인 매각절차를 중단하고 공정하게 재입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에서는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되찾는 일에 대해 그룹의 재건 과정에서 필요한 상징적이고 대승적인 차원의 결정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매각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인수자금조달과 관련해 채권단과 이견이 충돌하면서 발생한 갈등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양측이 서로 대립각만 너무 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또 채권단이 컨소시엄 불허 입장을 끝까지 고수한 이유로, 박 회장이 지난 2006년에 대우건설, 2008년엔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했던 전례를 우려했을 것이라는 입장도 이해가 된다.

금호타이어 매각절차는 채권단과 박 회장 간의 갈등뿐만 아니라, 지난 3월 13일 채권단이 전격적으로 중국 자본인 ‘더블스타’에 보유지분 42.01%와 경영권을 9550억 원에 넘기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이후 더욱 꼬이는 모양새다. 또다시 중국 자본에 기술기업인 금호타이어를 팔아넘기는 게 과연 제대로 된 결정인지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과거 쌍용자동차를 인수했던 상하이자동차와 하이디스를 사들인 BOE 등 중국 자본이 기술만 빼먹고 기업을 버렸던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 역시 이와 유사한 사태가 재현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해 박 회장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대신, 금호아시아나 계열사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이에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실탄이 충분하지 못했던 박 회장은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고 재무적투자자(FI)와 전략적투자자(SI)를 모아서 컨소시엄을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채권단에게 거듭 제안해 왔다. 하지만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컨소시엄 허용 요청에 대해 불허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박 회장은 매각절차에 불참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사진=금호아시아나그룹)

그러나 여러 재계 관계자들은 금호타이어 매각 이슈가 이대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일단은 중국 자본인 더블스타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매각절차가 본격적으로 재개되면 채권단과 더블스타는 최장 5개월 이내에 상표권 사용, 채권 만기 연장, 정부 인허가 등 매도 선결 요건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과 관련해서 여전히 논란의 불씨가 남아있다는 전망이다. 더블스타는 매도 선결 요건에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가치도 포함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금호타이어 상표권은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고, 금호타이어는 이 상표권을 사용하는 대가로 매출액의 0.2%를 금호산업에 지급하고 있다. 금호산업의 최대 주주는 지분 46.1%를 보유한 금호홀딩스로, 박 회장 외 8인이 이 회사의 지분 66.5%를 보유하고 있으며, 박 회장이 대표이사다. 사실상 상표권 사용의 결정권을 박 회장이 쥐고 있는 셈이다.
 
이에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포기한 노림수가 여기에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만약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사용할 수 없다면 1조원에 가까운 인수대금을 지불할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다. 선결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에는 더블스타나 채권단 측 모두가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고 주식매매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에 인수 포기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박 회장은 더블스타로의 매각절차가 5개월 내에 종결되지 않기를 원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선매수청구권이 다시 부활하기 때문에 박 회장으로서는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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