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 칼럼] 국내 소매유통업체들의 2분기 경기전망이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대한 우려로 8년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경기전망지수는 기업들이 예상하는 다음 분기 경기 전망을 지표화한 것으로 100을 기준으로 이를 초과하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이고, 100 미만이면 불경기를 의미한다.

문제는 우려의 폭이 지난 2009년 국제 금융위기 수준을 뛰어넘고 있다는 데 있다. 17일 대한상의가 발표한 경기전망지수는 서울과 6개 광역시의 1000여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으로 기준치 100에 미달한 90으로 집계됐다.

사드배치로 인한 중국 경제보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중국정부가 중국인의 한국관광을 제한하고 자국 내로 들어가는 우리나라 수출품의 통관을 거부하고 중국 현지에 진출해 있는 매장 영업을 정지하는 방식으로 보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은 중국 롯데마트 99개 지점 가운데 90%가 문을 닫는 상태다. 상반기 피해액만 1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그 여파가 국내 유통업계로 이어지면서 단기간에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몇 개월 동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정부는 내수 경기 진작에 땜질식 처방만 내놓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정세불안은 내달 9일 열리는 대선이 끝나면 새 정부가 들어선 뒤에 밀려나 있는 국내외 현안들을 바로 잡아갈 때 일정 부분 해소될 여지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사드 배치에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실전배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는 양날의 칼처럼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인 동시에 차기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풀어 가야할 최대 현안 중 하나이다. 중국 정부를 상대로 사드 보복을 철회시킬 분위기는 무르익어 가고 있다.

북한이 6차 핵실험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위협하면서 한반도 정세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대선 이후 중국을 설득할 당위성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경제는 지금 대외 수출과 기업들의 사업전략에서도 대 중국의존도를 줄여 나가야 한다는 숙제를 떠않고 있다. 새로운 시장 개척과 관광인프라 확보라는 기로에 서 있다. 차기 정부는 중국의 사드 보복을 더 이상 용납해선 안된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국가 안보가 걸린 북핵미사일 위협 앞에 안보는 협상 거리가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사드배치와 관련해 중국이 그동안 보여준 형태를 직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대책과 대안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선 대선후보들은 집권 시 중국 사드보복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과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중국정부와 중국인들이 드러낸 치졸한 자국 이기주의의 단면들이 비단 사드 문제로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