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장미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눈치보기가 한심하다 못해 안타까울 정도다. 대선 때마다 관료사회는 매번 생채기를 하듯 정보망과 인맥들을 총동원해 미래권력에 연줄을 놓으려 애를 쓴다. 이렇게 눈치보기 단계에선 매주 여론조사기관들이 내놓은 조사결과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기본이고, 유력 후보들의 캠프에서 활동 중인 대학교수나 측근 인사들에게 학연과 지연은 물론, 없는 인연을 만들어서라도 줄대기를 시도한다.

당선 유력 후보 캠프에 줄을 대는 일은 대부분 정부 정책 실무를 주무르는 중앙부처 간부급 국·과장 실무진들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탄핵선고 이후 관가 주변에선 유력 대선캠프에 공약을 다루는 실세 인사들의 연락처를 파악해 정부 추진 정책 현황 자료와 현재 기획 입안, 예정된 정부사업을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는 말들도 흘러나온다.

이런 형태가 대선철마다 되풀이 되는 이유는 정권이 바뀌면 청와대가 중앙부처 조직 장악을 위해 공직사회 기강을 다잡는다며 지금까지 이어져온 길들이기 관례와 무관하지 않다. 

미래권력에 줄서기를 하는 것은 비단 관료 사회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대선이 끝나면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제 갈 길로 흩어지지 않고 낙하산을 타고 정부 부처 위원회와 산하 기관들로 내려앉는다.

또 캠프에 참여하는 인사들 역시 대선이 끝나고 ‘섬기는 주군’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논공행상을 바라는 측면도 없지 않을뿐더러 정권을 창출한 공로로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도 치열한 것이 사실이다.  대선 캠프 내에서도 선거가 치러지는 투표일까지, 대선 캠프가 해체되고 청와대에 새 주인이 입성한 이후에도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자리다툼은 계속된다.

한 2년 전 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미디어 관련 선거 조직에서 일했던 지방 인터넷 언론매체 대표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대선 캠프에 영입돼 운영하던 매체를 닫고 자비를 들여가며 박 전 대통령의 당선에 전력을 다해 선거운동을 도왔지만 정권이 바뀌고 3년이 지나서도 청와대와 자신을 영입한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대선 캠프 조직 바로 윗선이 ‘자리를 만들어 볼테니 잠시 기다리라’라는 말만 하지 않았어도 이렇게 억울해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던 기억이 있다.

당시 박근혜 캠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대선이 끝나고 3년째에 겨우 공기업 임원 자리를 얻어 지방으로 내려가는 경우도 있었다.

대선판에서 어느 캠프로 붙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당선 캠프 내에서도 자신이 잡은 동아줄이 썩은 줄인지, 튼튼한 실세 줄인지에 따라 처지가 달라진다. 썩은 동아줄을 잡으면 하염없이 목을 뺀 기약 없는 대기발령에서 백수 신세로 전락하거나 반대로 개선장군처럼 영전하기도 한다.

이렇게 된 데에는 청와대가 손을 댈 수 있는 공직이 중앙부처 장차관,공공기관 기관장·감사를 비롯해 부처 고위 관료직급이나 정부 산하기관, 유관기관 임원 등을 포함해 무려 3000~4000개에 달하고 심지어 지방 자치단체 공직과 공기업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다보니 제왕적 권력의 폐단이 폐습을 잉태하고 폐습은 악습을 낳으며 관례처럼 굳어진 것이다.

중앙정부부처와 산하 공기업, 검찰을 비롯한 사정기관들 공직자들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 아래에서 대선철마다 암묵적으로 노골화돼 왔고, 대세가 굳어진 후보에게로 쏠림 현상은 이번 대선에서도 연출되고 있다. 

물론 이 나라 권력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것을 직시하고 오로지 국민의 공복으로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공직자들도 있다. 평생을 국가와 국민의 공복으로서 신념과 원칙을 지키며 자기 자리에서 성실하게 살아온 공직자들도 있다. 아니 많을 것이다. 그러나 대선판이 가열되는 것을 보면서 자꾸 영화 ‘더킹’에서 그려지는 대선철 권력의 향배를 점치는 정치검찰이, 논공행상의 낙하산들이 오버랩 되는 것은 왜 일까.

그럼에도 미래 권력에 줄서는 공직자들은 극히 일부분일 것이라고 믿고 싶다. 과거 권력이 탄핵되고 국민적 열망으로 출범하게 될 새 정부에선 적폐를 청산하고 모든 것이 달라진 우리나라가 될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래서 차기 정부에서는 대선캠프의 낙하산들도 권력에 눈치보고 빌붙은 공직자들도 사라지길 기대해본다. 다시는 이 나라 권력의 주인이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인지 몰랐다는 얄팍한 변명은 국정농단으로 쫓겨난 박근혜 정부까지만 듣고 끝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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