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진짜 ‘여론’을 반영 하나

(출처=소비자경제 DB)

[소비자경제=이수민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이 5월 9일로 확정되면서 대권을 향한 각 당 후보들의 선거운동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대선 열기만큼이나 여론조사기관들도 민심의 향배를 따라 앞 다퉈 거의 매일 같이 차기 대권이 누구에게로 갈 것인지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론조사의 신뢰도에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여론조사기관마다 오차범위 속에서 조사 결과가 조금씩 차이가 있다 보니 대선후보들 사이에서 1~2% 포인트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대선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기관들이 발표하고 있는 지지율 조사의 허와 실을 살펴본다.

◆'장미대선' 쏟아지는 여론조사 믿을 만하나

최근 여론조사는 수난기를 맞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의 대통령 선거, 프랑스의 우파 오픈프라이머리, 한국의 4·13 총선까지 굵직한 주요 선거에서 모조리 빗나가고 있다. 지난 4·13 총선을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가 1천 건을 돌파했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지난 총선의 경우 선거구별 후보 지지도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 관계자는 "지난 총선에서 무선전화(휴대전화) RDD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유선전화 RDD로는 전체 유권자를 포함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 이동통신사에서 지역 정보를 가진 무선전화번호를 여론조사에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올해부터는 선거여론조사에서 휴대전화 가상번호 사용이 허용됐다”며 "여론조사의 품질을 위해서는 시간과 정성을 들여 좋은 데이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원칙적으로 표본을 추출하고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경우에 따라선 부정확한 조사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시인했다.

◆여론조사기관들 선거철이 '대목'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4.13총선 전까지 등록된 여론조사 기관은 159개이다. 현재는 170개 업체가 등록했다.

여론조사기관 등록은 5월 9일 이후로 상시 등록가능하다. 공표, 보도 목적으로 선거여론조사를 실시하려는 여론조사기관과 단체라면 누구나 신청가능하다.

자격조건은 △전화면접조사시스템 또는 전화자동응답조사시스템 △ 분석 전문 인력 1명 이상을 포함한 3명 이상 상근 △여론조사 실시 실적 10회 이상 또는 매출액 5000만 원 이상 등이다. 신청처는 여론조사기관, 단체 사무소 소재지 관할 시, 도심의위원회이다. 신청서 심사 이후 현지 확인 뒤 등록 완료된다.

현재 여론조사에 투입되는 인원은 조사기관별로 차이가 있지만 한국갤럽의 경우 150명의 연구원, 조사 관리자들이 있다. 또 300부스의 전화상담 룸이 있다고 밝혔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20명에서 30명의 전화상담원들이 활동 중이고 의뢰를 받는 조사항목과 규모에 따라 전화상담원 수가 다르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비용은 선거조사 문항이나 의뢰처에 따라 가격이 제각각이다. 1000명 조사하는 경우 비용은 약 1000만원에서 1200만 원 정도이다.

표본 오차를 해석하는 방식을 최근 여론조사를 놓고 들여다보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는 MBN·매일경제 의뢰로 지난 15~17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후보 여론조사의 경우 응답률은 8.6%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 포인트이다.

조선일보가 지난 20일 보도한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 결과에서는 36.6%를 기록한 문재인 전 대표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안희정 충남지사 15.6%였다.

여기에서 36.6%의 지지율을 얻은 문 전 대표의 실제 지지율은 34.4~38.8% 범위에 분포한다. 또 ‘95% 신뢰수준’은 같은 방식으로 100번의 여론조사를 수행했을 때에는 95번은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34.4~38.8% 사이에 들어 있고, 나머지 5번은 오차범위 밖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여론조사를 제대로 판단하려면 조사방법이 정확한지, 품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무선 RDD 사용 △조사원 면접 유무 △높은 응답률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에 민감한 대선주자들

대선주자들은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가 원하는 만큼 오르지 않거나 지지도가 낮을 경우 대체로 애써 부정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17일 충북 청주시 연제리 오송첨단의료산업 진흥재단 방문을 마치고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한국갤럽 지지율이 22%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옅은 미소를 내비치며 기뻐하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안 지사는 최근 JTBC '말하는 대로'에서 "지지율이 안 오르니까 기가 죽는다"고 밝혔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 당 전 대표는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 “최근 발표되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요지부동인 자신의 지지율을 두고선 "대한민국 국민 4천 500만 명 중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사람은 300만 명 정도밖에 안된다"며 "샘플 조사 결과가 맞을 수 있냐며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평가절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야권 대선주자 강세에 대해 "국민 90%가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 노골적으로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 여론조사는 광적인 지지계층만 대답하는 여론조사"라며 "각 진영의 후보가 결정된 뒤에야 여론조사가 의미가 있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SNS 페이스 북 라이브 방송을 통해 “여론조사와 경선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경선 참여 상당수는 적극적인 행동가들"이라며 "여론조사에 응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경선에 참여하지 않아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에 너무 연연하지 않는다"며 "여론조사는 20대 총선을 비롯해 미국 경선과 대선에서도 전혀 맞지 않았다"고 최근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여론조사 무용론...전문가들 "여론조사 속성 자체 한계 때문"

여론조사가 ‘민심’을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여론조사 ‘만능주의’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의 대통령 선거 4·13 총선 등 여론조사와 실제 선거결과가 달라 여론조사 ‘무용론’이 부상하고 있다.

정일권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28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주최 '대선 여론조사 보도의 새로운 방향 제시' 세미나 발표에서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선거여론조사 보도를 선호하고 이를 대체할 선거보도 콘텐츠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론조사가 미래를 100% 정확하게 맞출 수 없다"며 "예측 정확도에 집착하지 말고 여론조사를 활용해 시민들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안을 활발하게 토론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여론조사 ‘무용론’이 제기되는 이유에 대해 "여론조사 속성 자체의 한계 때문"이라며 "여론조사와 빅데이터 분석이 연계돼야 한다. 여론조사 한계점을 빅 데이터로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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