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 사설] 독실한 크리스찬으로 소문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최근 행보에 대다수 기독교인들이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포털과 SNS 등에서 봇물 터져 나오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2일 강남 코엑스에서 개최된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사람이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라는 잠언 16장 9절 말씀을 인용해 인사말을 했다.

아무리 자기가 갈 길을 계획했더라도 결국 신께서 그 길을 온전히 인도하신다는 뜻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 권한대행은 인사말 초안에는 없었던 이 구절을 즉석에서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권한대행은 검사시절 바쁜 시간을 쪼개 야간 신학대학원을 졸업했고, 기독교계 민영 교도소를 운영하는 아가페재단 이사직을 역임했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주일에 공무원시험인 사법시험을 치르는 것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것은 유감이라고 대법원 판결의 부당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크리스찬들은 황 권한대행의 대권 출마 여부는 둘째 치더라도 온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 세월호 사고와 최순실 비리 게이트와 관련해 그가 보인 소극적 태도에 어리둥절하고 있다.

이는 세월호 사고와 최순실 비리 게이트 진실 규명 앞에서 독실한 크리스찬인 황 권한대행이 '정의를 위한 용기'있는 행동과 거리가 먼 태도를 보여줬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적 거인이든, 평신도 신자이든 ‘정의를 위한 용기’는 독실한 크리스찬이 갖추어야 할 동일한 요소다.

대한민국은 세계 2번째로 많은 선교사를 파송한다. 선교사들 가운데는 목사나 전도사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일반 평신도들이다. 이들은 미국, 유럽, 일본, 호주 같은 안전한 곳에서만 선교를 하는 것이 아니다.

우간다, 에디오피아, 시리아, 아프카니스탄, 이라크, 멕시코, 아리헨티나, 중국, 러시아 같은 독거미, 뱀, 호랑이가 득실거리고 테러와 폭력이 난무하는 곳에서 목숨 걸고 선교를 한다.

그들은 자신이 믿는 예수를 위해 ‘정의를 위한 용기’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은 이러한 ‘정의를 위한 용기’ 앞에서 세월호 진상규명과 최순실 비리 의혹 관련해 적극적이고 솔직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특히 황 권한대행은 대다수 국민이 원했던 특검연장을 반대했다.

물론 크리스찬 중에는 황 권한대행의 이러한 모습을 적극 지지하거나 박수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종교가 같다고 하여 정치성향과 가치철학이 모두 같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수는 이스라엘과 이방 백성을 구원하기 위해 힘든 고통을 견디며 십자가를 지셨고 하나님 나라의 정의와 공의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셨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절실히 믿는 예수는 그런 분이시다. 그렇다면 황 권한대행이 생각하는 대한민국은 어떤 곳이며, 자신의 인사권자였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무한 충성이 지금 맞는 길인지, 예수가 원하는 방향인지를 곰곰이 생각할 타이밍이다.

그가 50년 간 출석하고 있는 목동의 한 침례교회 홈페이지 인사말에는 "우리는 말씀을 통해서 배운 성경의 진리를 삶 가운데 날마다 적용하는 실천적인 신앙생활을 지향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아마도 '실천적 신앙생활'이란 뜻에는 '정의에 대한 용기'도 포함됐을 것이다.

황 권한대행의 향후 행보에 기독교인들이 어리둥절하는 일이 더 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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