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소비자경제DB)

[소비자경제=고동석 기자] 중국이 사드 보복 조치를 드러내놓고 노골화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까지 조만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거론할 것이라는 우울한 관측들이 나오면서 거세지는 대외 통상압력으로 한국은 그야말로 진퇴양란의 위기에 놓여 있다.

◆외교부, 中 사드보복 우려 표명

정부는 최근 사드부지 이전을 확정한 롯데그룹에 대해 중국 정부의 제재가 표면화되고 있는 것에 깊은 우려와 불만을 내비쳤다.

조준현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우리 기업들에게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중국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어서 우려스럽다”며 “정부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달 28일 정례브리핑에서 외국기업들의 대중국 투자와 진출을 환영하며 법에 따라 진출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하고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 유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양국 관계 발전과 양국 국민간 우호 증진에 도움이 죄지 않은 언행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한중간에 여러 도전 요인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 정부로서는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외교적인 노력을 통해 긴밀한 소통과 T/F회의 등으로 풀어가겠다는 입장과 함께 사드배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주권적이고 자위적인 방어조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우리 정부의 입장에도 오는 7~8월경에 사드배치가 현실화될 경우 중국 측의 반응은 지금보다 날카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 중국 수출의존도가 커져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한국기업들에 대한 보복조치가 롯데에 이어 현대와 삼성으로 확대될 경우 파급될 악영향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여지를 안고 있다.

◆美 FTA 재협상 우려...中 사드보복 해법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일(현지시간) 발표한 '2017 무역정책 어젠다와 2016 연례보고서'의 서문 격인 ‘대통령의 2017년 무역정책 의제’ 편을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부정적으로 거론했다.

336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초안인 셈인데 USTR이 통상법에 따라 매년 3월 1일 즈음에 연례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USTR 대표 인준 이후 상세 보고서가 새로 제출돼 미국 상무부와 의회에 제출된다.

이 보고서에 담긴 주요 사항은 ▲통상정책의제 ▲세계무역기구(WTO) ▲양자·지역 협상 및 협정 ▲여타 무역활동 ▲무역집행활동 ▲무역정책발전 등으로 미국 행정부의 무역 정책에 지표로 활용된다.

이중 통상 정책의제 4가지 최우선 과제 중 무역협정들의 무역적자 부분에서 중국의 WTO 가입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한미FTA가 집중적으로 기술됐다.

보고서는 한미FTA와 관련해 “발효 직전 해인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은 12억 달러(약 1조3천억 원) 줄었으나 한국제품 수입액은 130억 달러(약 14조8천억 원) 이상 증가했다”며 “결과적으로 한국과의 무역에서 적자가 2배 이상 늘었으며, 말할 필요도 없이 이는 미국인들이 그 협정으로부터 기대한 결과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산업자원부는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된 직접적 언급은 없으며 무역적자에 관한 객관적 수치를 제시한 것일 뿐”이라며 “국가별 무역적자 기술을 보면 중국과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고 한국에 대한 내용은 6줄에 불과하다”며 애써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USTR 보고서는 “분명히 우리가 여러 무역협정(trade agreements)에 대한 접근법을 심각하게 다시 검토(major review)할 때가 왔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산자부는 “이 역시 모든 무역협정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라며 “FTA 상대국들의 이행문제를 전반적으로 평가하며 한미FTA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에둘러 재협상 우려를 차단했다.

정부는 보고서가 ‘양자 및 지역 협상 및 합의’ 편에서 부정적인 측면만 다룬 것이 아니라 지난해 한미 FTA 이행 협의를 위원회별로 상세히 소개하는 등 긍정적인 점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재협상까지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유야 어찌됐던 한국은 지금 대통령 탄핵심판과 정권교체기에 정치적 불안이 극대화되는 시점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힘겨운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최낙균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 모두 한국과의 무역교류로 이익이 있다고 보고 FTA 협정을 체결했기 때문에 재협상이나 사드배치로 인한 무역보복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흘러가지를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FTA 재협상을 요구하기 전에 우리 정부도 내부적으로 준비해서 미국이 적자를 보는 부분 외에도 이익되는 측면도 적극 부각해서 오해가 있다면 풀어야 한다"며 "미국 정부를 상대로 FTA 재협상이 최선이 아님을 최대한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또 “중국의 사드보복도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아직까지 제재 품목들이 크지 않고 보복 수위가 고조되지 않도록 사전 협의를 통해 예방하는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며 “경제와 안보는 분리해서 접근하는 방식으로 정부간 사전 협의로 합리적인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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