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고동석 경제부장] 전국으로 확산된 AI사태와 구제역 파동으로 서민 밥상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그런데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공산품 가격도 덩달아 뛰어오르고 있다. 지난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식료품 생산자물가가 큰 폭으로 올라 2011년 12월 이후 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기업간 원재료 등을 대량으로 거래할 때 형성되는 가격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로 소비자물가지수(CPI) 선행지표인 셈이다.  쉽게 말하면 공장도 가격이 올라가면 소비자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기에 내수 경기가 꽁꽁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정부가 지난 1월부터 관계 부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소비자물가 상승 요인을 단속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는 무용지물이다. 물가 단속은 커녕 오히려 가파른 상승곡선만 그리고 있다.

그래서 황 권한대행 체제로는 국정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불어 몇 개월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민심이 흉흉하고 조기 대선에 매몰된 불안한 정국도 경기부진을 가중시키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론분열도 한국경제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다. 촛불민심과 태극기를 든 친박보수 진영이 주말마다 서울시 한복판에서 충돌직전의 시위 속에 국론분열이 극에 달해 있다. 그런데다 탄핵 당한 대통령 대신에 권한을 대행하는 총리는 대선후보 ‘같기도’ 행보를 하고 있다. 여야 대선주자들은 차기 대권잡기로 경기침체의 근본적인 원인 분석과 대책 세우기보다는 국민세금만 축내는 헛공약만 난발하고 있다. 

여기에다 하루가 다르게 골병만 들어가고 있는 가계부채는 사상 최악이다.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은 과거처럼 정부가 IMF 사태 때 문을 닫았던 은행들과 대기업들의 부채를 갚아주고, 신용카드 돌려막기로 신용불량자들이 대규모로 양산됐을 때 국민세금으로 바람막이가 됐던 시절과는 비교도 안될 엄청난 경제적 재앙으로 자라나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 정책수석실이 최근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보유한 금융자산에 비해 은행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처분가능소득의 40%를 초과하는 가계부채 한계가구가 2015년 158만3천가구에서 지난해 181만5천가구로 14.7%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30대와 60대에서 한계가구가 급증하긴 했지만 40대와 50대를 포함한 생산활동인구 전 연령대에서 골고루 분포됐다는 점에서 우려가 깊다.

한계가구의 가계부채 연체도 심각하다. 한계가구의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DSR)은 2012년 84.2%였던 것이 지난해는 112.7%였다. 여기에다 빚 때문에 또 다른 빚을 지는 구조로 한계가구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는 278.8%에 달했다. 이는 가계소득의 두배 이상을 벌어도 빚을 못 갚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빚은 141조2000억원 증가했고, 지난해 4분기에만 47조7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로 따지면 연간·분기별 증가액 모두 역대 최대치다. 가계부채 총액만 지난해말 기준으로 1344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 국민 1인당 2600만원 이상의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뒤북만 울리고 있다. 이처럼 빚더미에서 살고 있는 한국경제의 적나라한 실상은 언제 터지지 모를 시한폭탄 위에서 겨우 숨을 쉬고 있는 셈이다. 이는 국민 모두가 원하는 리셋코리아가 부패한 권력을 갈아엎는 것으로 만족해선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진정한 리셋코리아는 서민이 한끼 밥술을 떠먹더라도 즐거움으로 삼키고, 고단한 하루의 일상을 희망으로 엮어갈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야 한다. 다가올 벚꽃대선은 이런 관점에서 대선후보들을 바라보고 선택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집권 5년을 하루같이 하루를 5년같이 위기에 놓인 서민경제를 살려낼 차기 정부의 리더십과 정치와 경제를 아우르는 대개혁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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