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포커스뉴스 DB)

[소비자경제=서원호 기자] 문명고가 국정 역사교과서로 홍역을 앓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며 22일 현재 6일째 항의시위 중이다. 서명운동은 다음 아고라에서 목표한 1만5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교육현장의 거부감이 수그러들 줄 모르는데다 학교 재단과 교장이 ‘실패한 정책’을 밀어붙인 결과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탄핵심판으로 식물정권으로 주저앉으면서 ‘국정화 추진 동력’을 상실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교육부는 당초 ‘국정교과서 강행’하려다 국민연론의 반발에 부딪쳐 ‘국·검정교과서 혼용 방침’으로 바꿨다. 또 ‘국정교과서 적용 시기 1년 연장’을 거쳐 ‘검정교과서 집필기준 완화' 등 정책이 오락가락했다. 교육부가 혼란과 갈등을 부추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전국유일 ‘연구학교’ 지정 어떻게 됐나

문명고 학교운영회가 ‘꼼수 표결’한 것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문명고는 지난 14일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하기 위해 ‘두 번 투표’를 벌였다. 교장은 학운위 다수가 반대하자 학부모 위원들을 개별 면담했다. 찬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같은 회기에 두 번 투표’를 벌인 것인데, 경북도교육청 지침인 ‘학교운영위 업무편람’을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이 편람은 회의 진행의 원칙으로 ‘일사부재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변호사인 조영선 민변 국정교과서 TF 단장은 “문명고가 1차 표결에서 찬반 2대 7이 나온 뒤 다시 표결을 통해 5대 4로 만든 것은 이길 때까지 가위바위보를 한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2차 투표행위는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으로 무효”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교장은 교사들에게 찬성 서명을 강요했다. 이에 응하지 않는 교사는 보직해임도 시켰다. 학생들의 항의집회와 시위를 막기 위해 자율학습 폐지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21일 문명고 최재영 교사는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학생들이 왜 문명고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가 됐는지, 왜 국정교과서를 써야 하는지. 후배들이 왜곡된 교과서로 배워야 하는지 굉장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명고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이유는 김태동 문명고 교장이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최 교사는 국정교과서 채택을 반대하다 학교 측으로부터 보복성 인사 조치를 받아 해임됐다.

특히, 문명고 사태는 박근혜 정부의 교육당국도 한 몫을 했다는 지적이다. 경북교육청은 문명고 다수의 교사들이 반대하자 연구학교 지정요건 가운데 ‘교사 80% 동의’ 항목을 삭제했다. 교육부는 교사 승진 가산점과 연구지원비 1000만원 등 당근책을 제시했다. 그래도 신청학교가 없자 교육부는 마감시한을 5일 더 연장했다.

경북교육청은 지난 17일 문명고 학운위 발언 내용과 투표결과가 누락된 회의록을 전달받고도 교육부에 연구학교로 추천했다. 교육부는 지난 20일 이 학교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됐다”고 공식발표했다. 전국에서 단 한 곳, 유일의 연구학교는 이렇게 탄생했다.

◆ ‘실패한 국정화 정책’ 되살릴 수 있나

당초 연구학교는 3곳이 신청했다. 이 가운데 오상고는 학내 반발 등으로 신청을 철회했다. 학교 운영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경북항공고는 교육청 심의에서 탈락했다. 단 한 곳 남은 문명고 역시 반대여론이 거세다. 자칫 ‘연구학교 제로(0)’가 될 수 있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불씨를 살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교육부는 시도교육감과 전교조의 방해공작 탓으로 돌렸다. 서울 광주 강원 교육청은 연구학교 신청 마감일까지 학교에 공문을 보내지 않았고, 일부 교육청은 연구학교 반대입장 공문을 첨부해 원천봉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준식 교육부총리는 “국정교과서 선택권을 침해하면 법적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엄포까지 내놨다. 그러면서 전국 5000여 중고교 가운데 단 한곳이라도 지키기 위해 ‘당근’도 서슴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연구학교 지정 상황이 악화되자 희망학교에 보조교재 보급으로 선회했다. 여기에 다음달 3일까지 일선 학교를 상대로 보조교재 신청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학생들과 교사들의 거부감이 강해 실제 교실에서 쓰일지는 미지수다.

한편, 문명고 학생회와 학부모들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이 철회될 때까지 서명운동과 시위에 나설 것이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고 있다. 교사들에 따르면 문명고 김태동 교장은 “23일까지 시간을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 학교에는 현재 국정역사교과서 20권이 내려와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 기술 분량이 세종대왕의 7배를 넘을 만큼 편향된 역사의식을 담고 있다는 반대여론의 지적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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