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품공법 때도 위반…'소상공인·소비자 안전 둘 다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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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경제=나승균 기자]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이 소상공인에게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는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동-남대문 업체 74%에 해당하는 3109개 업체들이 안전인증을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소속 정유섭(자유한국당 인천부평갑) 의원이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가 지난 연말 동대문 및 남대문 시장 도소매 업체 4208곳을 대상으로 KC인증 표시여부를 조사한 결과 73.9%에 해당하는 3109개 업체들이 안전인증을 표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는 소상공인에게 인증 비용과 시간 등 부담을 안겨준다는 이유에서 전안법 시행이 1년간 유예된 상황이다.

만약, 소상공인 1월말 법 시행을 1년간 유예하지 않았다면 소상공인 대부분이 법 위반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무더기로 납부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을 것이다.

남대문시장의 경우 전체 1755개 업체 중 74.4%인 1306개 업체가 KC인증을 표시하지 않았고, 동대문시장은 전체 2453개 중 73.5%에 해당하는 1803개 업체가 안전인증 미표시로 법 위반에 해당됐다. 

그 밖에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아 위반한 업체는 495건(11.8%), 기타위반 90건(2.1%)에 달했다.

문제는 의류, 잡화 등을 판매하는 소상공인 도소매업자들의 경우 전안법 이전 법 체계였던 품공법(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상에서도 안전성을 확인한 후 제품에 안전인증을 표시하도록 강제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안전 강화 명목으로 정부가 영세소상공인들에게 안전성인증 서류 보관을 의무화하고,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인증정보를 게시하지 않으면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까지 더해지자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폭발했던 것이다.

결국 정부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규제강화를 시도해 소상공인들을 범법자로 몰아갔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이전 법이었던 품공법 상에서도 안전인증을 표시하지 않았던 것을 감안한다면 소상공인에게 부담을 줄이면서 소비자들의 안전도 확보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야한다고 주장했다.

기표원은 관련법에서 원자재를 구입해 제조·판매하는 업체들도 안전 인증을 의무화하고 있어 의류 등 일부 제품에만 법 적용을 예외토록 규정하는 것은 형평상 맞지 않다고 회신했다.

또 기표원은 법 개정 대신 의류 등 섬유제품 관련 부속서에서 원단 등 원자재의 안전성이 입증되면 그 원단을 사용한 최종 의류제품과 동일원단으로 제도한 여러 모델의 제품은 별도의 시험이 불필요하도록 규정해 인증부담을 덜어주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생산한 값싼 원단을 수입해 제품을 만드는 영세 의류업자들의 경우 원단 제조사로부터 시험결과서를 받아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결국 영세업자가 안전인증을 직접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정부는 영세 소상공인들의 안전인증 실태조사 한 번 없이 규제만 강화하는 바람에 현실과 제도상의 괴리를 더 키웠다”며 “실태조사와 함께 현실에 맞는 관련법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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