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루 박재형 변호사

[소비자경제 칼럼] 오늘(2017년 2월 17일) 소위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던 홍준표 경남지사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홍준표 경남지사의 항소심 사건 담당 재판부가 쟁점이 동일한 이완구 전총리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이미 무죄를 선고하였기 때문에,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해서도 무죄판결을 선고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견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결국 돈을 주었다는 쪽, 즉 고 성완종 회장이 사망 전에 남긴 진술과, 돈을 직접 전달했다고 하는 금품 전달자 윤모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되느냐는 것입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성완종씨의 사망전 육성 파일에 대해서는 신빙성을 인정하였지만, 금품 전달자 윤모씨의 진술에 대해서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고, 결국 홍준표 경남지사와, 자기가 스스로 돈을 전달했다고 인정한 윤모씨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증거의 신빙성 판단, 즉 어떤 증거가 믿을 만 한지 여부에 대한 판단과 증거에 따라 어떻게 사실관계를 인정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재판부의 권한입니다. 또한 대한민국 헌법 제27조 제4항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 판례 또한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으므로,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한 판결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른 것으로서 문제 없는 판결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법원이 모든 형사사건에 무죄추정의 원칙을 평등하게 적용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10년 넘게 변호사 일을 한 제 답변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입니다. 오히려 형사재판의 실무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아닌 ‘유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즉, 일단 검사에 의해 기소가 되어 형사재판을 받게 되면, 일반적인 사건에서 피고인은 여러 가지 증거를 제시하여 자신이 무죄라는 점을 입증하여야 하고, 법관으로 하여금 검사의 공소사실이 허위라는 확신을 주지 못하는 이상 유죄판결을 선고받게 되는 것이 오히려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교과서와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는 부분입니다.

요컨대, 항소심 재판부가 홍준표 경남지사 사건에 대해서도 무죄추정의 원칙에 충실히 입각하여,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지 못하였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하였다면,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은 타당한 것입니다.

다만, 홍준표 경남지사와 달리 무죄추정의 원칙을 제대로 적용받지 못하고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여야 하는 일반 피고인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얼마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1회 기각되었고, 특검은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하여 오늘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형사소송법 제198조 제1항은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함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규정하여 불구속 수사 원칙을 표방하고 있기에, 검찰은 특별한 구속사유가 없는 이상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영장 기각이 불구속 수사 원칙에 입각하여 구속사유를 엄격히 해석한 결과라면,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무죄추정의 원칙과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들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적용받고 있는지를 보면, 이에 대한 답변 또한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물론 과거 왠만하면 구속을 한 상태에서 수사를 하던 관행이 많이 바뀐 것은 사실이지만, 별다른 권력이 없는 일반 피고인들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엄격히 적용받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홍준표 지사에 대한 무죄판결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영장기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법관이 절차상 하자 없이, 자신의 판단 권한 범위 내에서,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원칙에 따라 내린 판단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다만, 이들에게 보장된 원칙들은 사회적으로 권력이 없는 일반 피고인들에게도 보장되어야 할 것이고, 만약 법원이 계속하여 특정 사건에 대해서만 무죄추정 및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보장한다면, 이는 법원이 권력을 가진 피고인들에 대해서만 특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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