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섭 의원,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이후에도 ‘특허청’ 유해성 검사 안 해”

유독물질 및 금지물질을 활용한 특허출원이 20년간 2만3692건 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출처=PHYS)

[소비자경제=이창환 기자]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난 뒤에도 여전히 유독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산업통산자원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정유섭의원은 15일 특허청에서 입수한 자료를 통해 “화학물질관리법상 유독물질 및 금지물질을 활용한 특허출원이 지난 20년간 2만3692건”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이 논란이 된 이후 ‘화학물질 관리시스템’이 강화된 가운데 유독물질 및 금지물질 등으로 지정된 유해화학물질에 대해 특허출원 심사 시 특허청이 유해성, 위해성에 따른 심사를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독물질 및 금지물질을 활용한 특허는 화학물질이 사용되는 생명공학 및 의약·화장품, 유·무기화합물, 고분자 관련 전체 특허출원 29만2145건의 8.1%에 달하며, 허가·제한·사고대비 물질까지 포함하면 화학물질 관련 특허 10건 중 1건이 유해화학물질 관련 특허로 풀이된다.

정유섭 의원은 “유독물질 및 금지물질의 제조기술이나 이를 활용한 제품 관련 특허출원 심사 시 특허청은 특허법 제32조에 따른다”며 “이 때 유해성·위해성 여부를 심사해 특허등록을 거절해야 하나 현재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고 밝혔다.

이때문에 췌장암, 방광암 유발물질로 2006년 초 금지물질로 지정된 ‘벤자딘’에 대해 ‘두산’이 화장품·음료 용기에 쓰이는 벤지딘화합물 제조 특허출원에 대해 특허청은 위해성 여부 판단 없이 2006년 10월 특허등록을 결정했다.

또 맹독성 농약성분으로 체내에서 분해되지 않고 암유발 위험이 있어 프랑스와 유럽식품안전청으로부터 시장퇴출이 추진되고 있는 ‘디메토에이트’도 2006년 환경부에 의해 ‘금지물질’로 지정됐지만 특허청은 덴마크 작물보호기업의 제조특허 국내출원 신청에 2008년 거절사유에 해당됨에도 최종 등록을 결정했다.

퇴출 결정된 금지물질 ‘PCBs(폴리염화폐비닐)이 터치패널 전자기기에 대한 특허출원에서 절연유로 사용가능하다고 소개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한전 변압기의 절연유로 사용됐다 암 유발 맹독성물질로 국내에서 퇴출이 결정된 금지물질인 ‘PCBs(폴리염화폐비닐)’을 삼성전자는 터치패널 전자기기에 대한 2010년 특허출원에서 절연유로 사용가능하다고 버젓이 소개하고 있다.

특허청은 심사 시 공공질서 및 공중위생을 해칠 우려가 확인되면 등록을 거절토록 돼 있지만 20년간 등록거절은 30건에 불과했고, 가습기살균제 피해 원료물질이었던 ‘PGH’, ‘PHMG’, ‘MIT’, ‘CMIT’와 관련해 심사 후 등록결정된 것만 569건에 달했으며, 옥시싹싹을 개발·판매한 SK케미칼의 CMIT·MIT 살균제 관련 특허출원도 101건이나 됐다.

일각에서는 “화학물질 관련 특허출원 시 유해물질을 확인하고 심사 시 유해성․위해성 여부에 대해 환경부 등 관계기관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정유섭 의원은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특허심사를 강화할 수 있도록 관련 특허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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