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접몽된 '반기문 대세론'- "보수에게 대선은 끝난 게임"

  •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 용어 등장

  • 문재인 대세론, '확장성 한계 드러날 것' 관측도

  • 제3지대, 안철수-손학규-정운찬에 김종인 가세할 듯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일 경남 진주시 혁신도시를 방문해 지역민들과 간담회를 하고있다.(출처=포커스뉴스)

[소비자경제=서원호 취재국장] ‘반기문 대세론’을 무너뜨린 민심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대선 판에서 퇴출시켰다. 반 전 총장이 금의환향이란 축하를 받으며 고국에 돌아 온 지 3주 만이다. 어찌 보면 눈 깜짝 할 새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8월부터 매월 한차례씩 실시해 발표한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대선주자 지지도)’에 따르면 ‘대세는 없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첫 조사에서 반기문(28%), 문재인(16%)를 기록, ‘반기문 대세론’ 속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반 전 총장의 승승장구가 여론의 중심을 형성하며 회오리바람을 일으킬 기세였다.

◆허망하게 무너진 ‘반기문 대세론’

아뿔싸,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광화문 촛불민심이 1000만의 불길로 번졌다.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가결에 이은 국회의 국정조사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출범했다. 민심이 요동하자, ‘반기문 대세론’은 ‘문재인 대세론’으로 대치되면서 침몰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반기문 대세론은 지난해 8월 28% 지지율을 정점으로, 지난해 9월과 10월 각각 27%, 지난해 11월 21%로 주저앉았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반기문·문재인 20%로 공동 1위를 기록하더니 급기야 새해 첫 달 여론조사에서 문재인(31%), 반기문(20%)로 ‘대세론’의 자리를 문 전 대표에게 내어주었다.

그 결과 반 전 총장은 1일 달리는 대선열차에서 급히 뛰어 내리는 ‘깜짝 불출마선언’을 하고 말았다. 잠재적 여권 후보로 분류되던 반 전 총장의 퇴장은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에 커다란 타격을 입혔다. 두 정당 모두 반 전 총장의 영입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던 터였다. 새누리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풍비박산에 이르렀다. 바른정당은 창당 이후 지지율 정체에 빠져있다. 반 전 총장 영입을 통해 반전을 통한 기사회생을 노렸던 계획들이 수포로 돌아갔다. ‘호접몽’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니까, 범여권 보수층의 1위 대선주자가 스스로 ‘대선 레이스’를 기권 포기한 것이다. 이는 보수층에게 ‘전략적 후퇴에 따른 지지후보의 이동’을 생각할 한 치의 틈도 허락하지 않았다. ‘패닉상태’를 불러왔다. 그렇다 보니 “보수에게 대선은 끝난 게임”이라는 자조 섞인 탄식마저 나왔다.

우선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반 전 총장 사퇴의 단기수혜를 입겠지만, 보수층의 방황을 다잡기에는 역부족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유승민·남경필이 방황하는 보수층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어대문’의 문재인 대세론, 이상 없나

반면 ‘대세론’을 이어 받은 문 전 대표는 지난해 16%(8월)→18%(9월)→18%(10월)→19%(11월)→20%(12월)로 조금씩 지지율을 높여가더니 지난 1월에는 11%나 껑충 뛰어오르며 31%롤 기록했다.

그렇다보니 문 전 대표는 설 연휴 직후인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이 대세다’ 이런 말이 많은데 실제로 확인해 보니 제가 대세가 맞더라”라며 자화자찬했다. 정치권에선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란 용어까지 등장했다. 현 상황에서 문재인 대세론은 한층 강해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보수 진영의 유력 후보가 사라진 까닭이다.

반면, ‘문재인 대세론’도 흔들거릴 것이란 분석과 전망도 이어져 나온다. JTBC가 1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돌연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에 긴급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26.1%로 1위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번 조사와 비교해 문재인 전 대표 지지율이 6%P 떨어졌다. 정치권은 겹치는 지지층이 안희정 충남지사의 출마선언으로 움직였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세론’은 범여권 보수층의 반 전 총장이라는 강력한 상대가 나타나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견제성 야권의 쏠림 현상이라는 해석도 있다. 반 전 총장으로 가려져 있던 ‘문재인 쏠림현상’이 ‘대세론’이란 착시를 만들어 냈다는 분석들이 나오는 이유다. 반 전 총장이 대선 후보군에서 탈락하자 일단 범여권 보수층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지율을 높였고, 범야권 진보층은 한편으론 민주당의 문재인, 이재명, 안희정을 중심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론의 안철수, 손학규, 정운찬 등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다.

‘문재인 대세론’은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확장성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검증이 끝났다’는 문 전 대표의 주장과 달리 송곳 검증을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당과 제3지대, ‘반 문재인 정서’ 증폭시킬 듯

‘반기문 퇴장’은 국민의당과 제3지대를 강화할 가능성을 높였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2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헌재에서 인용되면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굉장히 하락할 것”이라며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문재인 대세론’에 정면도전했다. 박 대표는 그 근거로 “(반 전 총장을 제외한) 여론조사에서 황교안 총리, 안희정 충남지사,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지지율이 상승했다”며 “이렇게 다 수혜를 받았지만 문 전 대표의 지지도는 약 6.7%p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정권교체를 못해도 친문과는 손을 못 잡는다”며 극한적인 감정으로 치달았다. 제3지대의 잠재적 경쟁자였던 반 전 총장의 퇴장으로 정치공세의 화력을 ‘문재인 대세론’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종인 민주당 전 대표가 최근 “순교하겠다”며 탈당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반 문재인 정서’를 가감없이 드러낸 것이나,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도 국민의당에 합류, ‘반 문재인 연대’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가 범야권의 ‘반 문재인 정서’를 증폭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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