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인상 전 재고 담배 1억9964만여갑을 세금 인상 후 가격으로 판매

(출처=KT&G)

[소비자경제=나승균 기자] 감사원은 지난 2015년 정부가 담뱃세를 2배 넘게 올리는 과정에서 세금인상분과 판매마진 등으로 소비자로부터 3300억원을 받아 챙긴 KT&G에 대해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공정거래위원회에 12일 통보했다. 

감사원은 이날 공개한 ‘담뱃세 등 인상 관련 재고차익 관리실태(재부의 및 별도처리)를 통해 ’KT&G가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서 2014년 담배 반출재고 약 2억갑을 2014년 기준으로 세금을 내고 2015년에 판매하면서 세금 인상분을 더해 판매가격을 83%나 올려 공급한 지위 남용행위에 대해 관련 법 규정에 따라 과징금 부과 등 적정한 조치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9월 22일 발표한 담뱃세 등 인상관련 재고차익 관리실태 감사 결과에 대한 추가 조치다.

당시 감사원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KT&G가 2015년 담뱃세가 기존 1322.5원에서 2914.4원으로 오르는 과정에서 세금 인상 전 재고로 보유하고 있던 담배 1억9964만여갑에 대해 한 갑당 1600원(세금 인상분)의 세금 인상분을 그대로 붙여 판매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추가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로서는 KT&G의 2014년도 말 기준 재고량이 비정상적인 수준이 아니었고, 부당 이득을 챙기기 위해 위법한 방법으로 재고를 축적하는 등의 명확한 법 위반 행위가 없어 추가 사실 관계 확인 및 관련 법 검토 과정을 거쳤다는 설명이다.  

이에 감사원측은 추가 확인 결과 KT&G가 2014년 말 세금 인상 전 확보한 재고 2억갑을 동일 조건의 전년 담배 공급가격보다 83.36%나 올려 공급한 행위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상품의 가격을 수급의 변동이나 공급에 필요한 비용의 변동에 비해 현저하게 상승시킨 것으로서 지위 남용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 같은 가격 인상 행위는 정부의 담뱃값 인상정책을 추종한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담배사업법’ 제18조의 규정에 따라 KT&G가 담배가격의 결정 권한을 가진 상태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결정을 한 것일 뿐이므로 거기에 정당한 이유도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브리티시 아메리칸 타바코(BAT)의 경우 2015년 1월1일이 아닌 같은 달 15일부로 담뱃값을 올려 2014년 인상 전 세금을 납부한 담배 중 일부를 종전 가격으로 판매한 바 있다는 게 감사원측 설명이다.  

감사원은 또 2015년 1월 담뱃세 인상 시 세금인상차액을 환수하는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채 담뱃세 인상 법안을 시행해 세금 인사 차익이 정부가 아닌 담배 제조·유통사에 돌아가도록 한 기획재정부 담당자 2명에 대해서도 징계 조치를 하도록 요구했다. 

한편, 감사원은 기재부를 비롯해 행정자치부와 보건복지부에 이번 사태와 관련해 세금 인상분이 국고가 아닌 제조ㆍ유통사로 들어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관련 제도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담당자 및 부서에 주의를 주도록 했다.  

이어 3개 부처가 협의해 향후 담배와 같이 판매 시점이 아니라 제조장 반출시점을 기준으로 부과ㆍ징수하는 과세물품에 대한 세금 및 부담금의 신설ㆍ인상을 추진할 때는 세금 인상분이 제조ㆍ유통사가 아닌 국가 등에 귀속될 수 있도록 법률안 부칙 등에 관련 규정을 두는 등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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