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메세지,  ‘치유의 정치, 나눔의 경제’로 국민 위로와 희망 제시 할 듯

12일, 공항 기자회견 후 공항철도로 서울역까지 이동

13일, 현충원 참배, 국립 5.18 묘지와 세월호의 팽목항 방문

14~15일, 충북 음성과 충주에서 귀국보고대회

 

반기문 귀국 D-3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귀국한다. 반 전 총장은 귀국하면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항철도로 서울역까지 이동한다. 그 후 현충원 참배, 국립 5.18 민주묘지와 세월호의 팽목항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소비자경제=서원호 취재국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귀국한다. 연임으로 10년 임기를 마친데다 유력대선 주자로 꼽히는 반 전 총장의 금위환향인 만큼 대선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반 전 총장은 12일 귀국하면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항철도로 서울역까지 이동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다음 현충원 참배, 국립 5·18 민주묘지와 세월호 유가족들이 있는 팽목항을 방문할 예정이다. 충청권의 대부인 김종필 전 총리를 예방하고 여권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 지역을 찾았던 지난해 방한 때와 다른 행보이다.

반 총장은 또 14~15일 충북 음성과 충주에서 귀국보고회 성격의 대중행사를 계획하고 있다.그 이후 대학 등을 돌며 청년들과의 소통에 나서는 것으로 정치행보를 시작한다는 게 반 전 총장 측근들의 측근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그렇다보니 반 전 총장의 귀국 메시지와 정치행보의 청사진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귀국 메시지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과 이를 옹위했던 새누리당, 보수 세력에 대한 분노와 경제적으로 상대적 박탈감으로 실망하는 국민들을 위로하는 내용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 귀국 메시지 화두, ‘치유의 정치·나눔의 경제’ 가능성 높아

반 전 총장은 10년 동안 머물렀던 미국 뉴욕의 관저를 떠나던 날 ‘부의 불평등’ 문제를 지적 해온 진보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와 함께 있었던 점을 주목한다. 삭스 교수는 반 전 총장의 재 시 절 특별 고문이었으며, 유엔의 ‘밀레니엄 개발목표(MDGs)’ 설계자로 유명하다.

특히 4일 반 전 총장의 “젊은 층이나 노년층에 가면 여러 가지 좌절과 분노가 있다”며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라고 발언한 대목이다. ‘치유의 정치, 나눔의 경제’가 귀국메세지의 중요골간을 이룰 것이란 분석이다.

반 전 총장은 “가급적 광범위한 사람들, 그룹과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도도했다. 계층을 중심으로 스킨십을 넓히는 대신 고질적인 지역주의와 이념논쟁에서 우선 비켜선다는 행보란 해석이 나온다. 폭넓은 연대 가능성을 열어 둔 셈이다.

반 전 총장의 귀국이 정치빅뱅 시나리오를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외교부가 공식적인 의전을예고하며 정치권에 불을 붙였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5일 “많은 업적을 쌓고 귀국하는 반 총장을 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3부 요인, 그러니까 대통령 권한대행, 국회의장, 대법원장에 대한 면담 주선 등 전직 사무총장 자격의 공식 일정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힌 게 도화선이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불법적 대선개입 시도”라고 반발하고 나셨다.

정진우 민주당 부대변인은 7일 논평을 통해 “반 전 총장은 이미 전직 UN 사무총장을 넘어 대선주자중의 한 사람”이라며 “일거수일투족이 정치적 행위일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정부가 대놓고 지원하겠다고 공식발표했다”고 비판했다.

◆ 반기문의 사람들, 4개 그룹이 움직인다

반 전 총장을 돕는 인사들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반기문의 사람들’로는 크게 4개의 △멘토그룹 △외교관 그룹 △충청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다수의 지지모임으로 요약된다.

멘토그룹의 최정점은 김종필 전 국무총리이다. 작년 5월 28일 방한 당시 김 전 총리의 자택을 방문해 30분간 독대를 하기도 했다. 노신영·한승수 전 총리와 박수길 전 유엔대사 등이 꼽힌다.

외교관 그룹은 김원수 전 유엔 사무차장과 김숙·오준·박인국 전 유엔대사 등을 중심으로 서울광화문에 팀을 꾸렸다. 광화문팀 핵심 맴버인 박진 전 의원과 반 전 총장의 45년 지기인 임덕규 전 의원이 만나 통합,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외교부 출입기자 출인인 이도운 서울신문 전 부국장이 반 전 총장 대변인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은 정진석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반 전 총장의 깃발 아래 모여 있다. 새누리당 내 충청 지역 의원들은 모두 13명(충북 5명, 충남 5명, 대전 3명)이다.이들 중 친박계로 분류되는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반 전 총장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MB 정권 인사인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과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언론인 출신의 이상일 전 의원 등은 마포팀을 꾸렸다. 새누리당 친박계에서는 홍문종 의원, 윤상현 의원이 반 전 총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의원은 ‘충청포럼’ 회장을 맡고 있다.

반 전 총장을 지지하는 외곽모임도 최근 활발해지고 있다. 반 전 총장의 1호 팬클럽인 '반딧불이'는 오는 10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교수, 변호사, 정치인 등이 참여하는 정책개발 싱크탱크인 '글로벌시민포럼' 출범식을 연다. '반사모'(반기문을 사랑하는 모임) 역시 오는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1200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모임을 갖는다. 이 밖에 ‘청심회(靑心會)’를 비롯해 서울 강남의 학동포럼, ‘반존회’(반기문을 존경하는 사람들의 모임), ‘반하다 3040’ 등도 활동하고 있다.

◆ ‘설 민심’, ‘헌재의 박근혜 탄핵심판’ 관망 할 듯

정치권은 반 전 총장이 설 민심을 살피면서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관망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기간 ‘반기문의 사람들’의 통합화 과정을 통해 대선캠프의 정비를 마무리 짓는 조직정비에 우선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이 아닌 ‘제3지대’에서 ‘중도세력의 대연합’을 이루거나 ▲국민의당 또는 새누리당 비박계 탈당파의 바른정당 입당 후 내부 경선에 나서거나 ▲충청권 기반의 독자적인 신당을 창당해 ‘비문재인 그룹’과 통합·연대를 이루는 ‘시나리오’를 가동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대다수의 전망이다.

이 중 ‘제3지대 둥지 틀기’가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다. ‘친박·친문 세력’을 제외한 광범위한 그룹이 제3지대로 분류되는 현재의 정치지형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셈법이다. 또 하나는 ‘분권형개헌’이라는 빅이슈를 파고들어가는 방법으로 ‘제3지대’의 구심력을 이용하는 전략이다.

‘제3지대 둥지 틀기’ 전략의 운용 정도에 따라 반 전 총장을 포함하는 ‘통합과 연대’로 국민적 관심을 집중시키게 되면 스파이럴 효과로 정국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예측들이다.

개헌이슈는 김종인 전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손학규 전 대표 등의 제3지대를 흔들 수 있다. 특히 손 전 대표는 개헌을 고리로 반 전 총장과 적극적인 연대를 모색하는모양새이다.

손 전 대표가 중심인 국민주권개혁회의는 우선 국민의당과 당대당 통합을 앞세우고 있다. 손 전 대표가 국민의당과 통합에 성공할 경우 ‘중부권 허리론’의 빅텐트론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반 전 총장과 김 전 대표 등 ‘개헌세력’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진다.

◆ 제3지대 둥지 틀기=가장 유력한 시나리오

여론조사의 민심은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의 합류를 우세하게 보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충청권 의원들과 친박계 일부가 추가탈당해 신당행을 하면 국민의당을 제치고 원내 제3당으로 올라선다.

김무성 전 대표가 반 전 총장 구애에 가장 적극적이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도 긍정적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아예 “반 전 총장이 온다면 김종인·손학규·국민의당과 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 전 총장을 정계개편의 지렛대 역할을 강조했다.

이때 반 전 총장은 당내경선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 유승민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 지사 등 잠재적 대선후보가 기다리고 있다.

반면 충청권 기반의 독자신당을 창당할 경우, 여러 긍정적인 분석에도 불구하고 정치력과 영향력의 한계를 가질 수 있다.

국민의당은 반 전 총장에 대해 투트랙 전략이다. 박지원 전 비대위원장은 “반 전 총장 등 충청권과 뉴DJP연합에 관심이 있다”면서도 “호남 민심 마지막 순간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입당에 대해 문을 열어 두면서도 연대를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고 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7일 미국에서 CES 전시장을 둘러본 뒤 “말로만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치인들의 주장은 거짓”이라며 “끝까지 돌파해서 꼭 반드시 성과를 내왔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 자신이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내 놓았다. 안 전 대표는 평소 독자출마론을 강조하며 반 전 총장의 대망론에 회의적이며, 연대 불가론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대선후보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 측에서는 ‘반기문 바람’을 평가절하면서도 내심 경계하는 신중함으로 보이고 있다. 문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은 변화·검증·준비라는 세가지 측면에서 모두 미지수”라며 "반 전 총장은 정권교체가 아니다"고 했다.

물밑 수싸움은 치열한데 정작 반 전 총장의 속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반 전 총장이 귀국 후 일단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둘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배경이다. 반 전 총장은 헌재의 박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2월말~ 3월초를 넘기는 경우의 수까지 계산한다는 전망이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