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루 박재형 변호사

[소비자경제 칼럼]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 출석을 미루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드디어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였습니다. 그런데 우병우는 최순실을 아느냐는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최순실을 모른다’라고 수차례 부인하였습니다.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 우병우는 박근혜의 최측근에 있었던 사람인데, 그런 우병우가 최순실을 몰랐다니 그의 말을 믿기 어렵습니다.

특히 우병우가 박근혜 정부에서 맡았던 직책을 감안하면, 최순실을 알지 못한다는 그의 말을 더욱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우병우는 2014년 5월부터 2015년 1월까지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관으로 근무하였고, 2015년 2월부터 금년 10월까지는 민정수석으로 근무하였는데, 민정수석의 주요 업무 중의 하나가 대통령 최측근의 비리를 감시, 감독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업무를 담당하였던 우병우가 청와대 관저를 수시로 드나들고 박근혜 옆에서 국정을 농단하며 여러 가지 이권에 개입하여 엄청난 부를 축적한 최순실을 몰랐다니,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결국, 최순실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였다는 우병우의 말은 거짓말이고, 자신의 범죄를 감추기 위한 얄팍한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우병우는 경북 봉화군에서 태어났고, 영주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진학하였습니다. 이후 대학교에 재학중이던 20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하였고, 검사로 임관되었으며, 부유한 집안의 사위가 되어 경제적으로도 넉넉한 삶을 살아온 엘리트입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학창시절 및 검사 재직당시 우병우에 관한 소문을 보면, 능력은 있지만 소위 X가지가 없어 ‘기브스’로 불렸고, 부장검사로 재직할 당시 술자리에서 나이 많은 민선 지방자치단체장을 크게 나무라는 모습을 보여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는 말이 있는데, 현재 언론을 통해 보이는 우병우의 모습이 과거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우병우는 이런 좋지 않은 평 때문이었는지, 검사로서 크게 성공하지는 못합니다. 검사로서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세속적인 잣대는 검사장으로 승진하였는지 여부인데, 우병우는 검사장 승진에 실패하고 2012년 20여년간 재직한 검사직에서 사직하였습니다.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을 우병우가 당연하게 생각하였던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하였을 때 엄청난 좌절감을 맛보았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검사장 승진 실패는, 우병우가 40대 중반에 이르러서 인생 최초로 경험한 실패였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검사장 승진에 실패한 우병우는 변호사 개업을 하게 되지만, 2014년 5월 민정비서관, 2015년 1월부터 민정수석으로 일하게 되면서 다시 한 번 자신이 꿈꾸는 인생으로 도약할 발판을 갖게 됩니다.

민정수석은 대통령의 최측근에서 실질적인 인사권을 가지고 검찰, 국정원 등 사정기관을 지휘하기 때문에 권력의 핵심으로 꼽히는 자리입니다. 기브스로 불리며 젊어서부터 큰 권력욕을 보여준 우병우가 민정수석의 자리에 앉게 되었을 때 얼마나 기뻐했을 것이며, 또한 어떤 자세로 일하려 했을지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비록 검사장 승진에 실패하여 검사 조직의 정점에 서는 데는 실패하였지만, 민정수석으로서 다시 한 번 권력의 정점에 서게 되자, 우병우는 자신에게 권력과 기회를 준 사람들에게 충성을 보이고, 그들의 일에 적극 협조하고자 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순실과 그 일가의 국정농단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면서, 권력의 핵심에 머물고자 했던 우병우의 꿈은 또다시 좌절되었습니다. 검찰청 출석시 기자를 노려보고, 수사 중 쉬는 시간에 팔짱을 끼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우병우의 앞날이 결코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금전적으로 매우 부유하기에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고, 돈에 따르는 권력도 누리겠지만, 민정수석 재직 당시와 같은 권력, 그를 바탕으로 나아가려고 했던 길에는 더 이상 접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우병우 자신은 상상조차 하기 싫겠지만, 형사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실형을 선고 받아 자신이 벌레만도 못하게 생각하였을 범죄자들과 함께 교도소에 수감될 가능성도 꽤 있어 보입니다.

이러한 우병우를 보면서 씁쓸한 것은, 인생을 살면서 오직 자신의 부와 사회적 지위만을 추구하고 옳고 그름에 대해서는 일말의 고민조차 하지 않는 이 사회 일부 엘리트들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우병우는 박근혜 정권과 함께 몰락하였고 다시 정치권력에 접근하기는 어렵겠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제2, 제3의 우병우는 언제든지 불법, 부당한 권력을 위해 충성을 바칠 것입니다.

이번의 소위 최순실 사태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분노를 느끼고 자존감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큰 교훈이 될 것이고, 불법, 부당한 정치권력과 그에 기생하는 엘리트 관료들의 출현을 막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 위안을 느낍니다.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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