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닭의 정유년에도 평화와 민주의 촛불은 계속된다.

청와대와 정치권, 헌재와 특검은 ‘새로운 대한민국’에 응답하라.

 

9차 촛불집회가 열린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산타 복장을 한 박근혜정권 퇴진 청년행동 회원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사진출처=포커스뉴스)

[소비자경제=서원호 취재국장] 관저정치의 주인공은 박근혜 대통령이었나? 그렇지 않다. 관저정치는 비선의 최순실에 적합한 용어다. 청와대 관저회의는 최씨가 주재했다. 관저회의를 마친 후 오찬이나 만찬 역시 최씨가 주도했다. ‘혼밥’(혼자 먹는 밥)인 대통령은 ‘관저회의와 관저의 다중식사’에 함께하지 못했다.

‘혼밥’은 박근혜 대통령의 폐쇄적인 ‘관저생활’의 일상이었다. 한상훈 청와대 전 조리장은 박 대통령이 TV를 보면서 혼자 식사하는 일이 많았다고 증언했다. 3년 4개월간 대통령 식사를 책임졌던 한 조리장은 대통령이 공식 행사로 지방을 방문할 때도 현지 식당을 이용하지 않았다. ‘혼밥’으로 차 안에서 외롭게 식사를 해결했다. 대통령은 최씨가 ‘보안손님’으로 청와대에 들어와 ‘문고리 3인방’과 회의를 하고 밥을 먹을 때도 이들과 겸상하지 않았다. ‘혼밥’은 대통령의 철저히 고립되고 소외된 ‘방콕 관저’의 상징이 돼 버렸다.

‘혼밥의 방콕 관저’는 ‘관저정치’란 신조어를 만들지만, 대통령이 주체가 아니라는데 국민들은 씁씁한 생채기의 분노심을 갖는다. 대통령은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회의 같은 공식 일정이 없는 날에는 관저에 주로 머물렀다. 이를 두고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청와대 비서실 등을 상대로 진행한 기관보고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2014년 4월 16일)에 대해 “관저정치라는 말도 있다”고 미화하자, 한광옥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은 “관저에서 편하게 집무할 때가 있다”고 거들었다. 가당찮은 말이다.

◆ 세월호 참사일 “대통령 위치 전혀 확인 안했다”

“대통령의 위치를 알지 못 할 때가 있다”는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의 증언은 국민들의 귀를 의심하게 했다. 김 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위치를 알지 못해 보좌관 육군 중령을 관저하고 집무실 두 군데 서면보고를 했다고 한다. 두 군데 서면보고는 세월호 참사 당일 말고도 있었다고 한다. 대통령의 위치를 모를 때가 여러 번 있었다는 뜻이다. 경악스러운 것은 대통령의 위치를 모르는데도 “전혀 확인하지 않았다”는 게 김 실장의 증언이다. 대통령의 위치에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은 김 실장의 국가안보실 만이 아니었다.

‘왕실장’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조차 “일주일에 대통령을 한 번도 못 뵙는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 겸 행정수단으로 정치의 정점에 있다. 국가안보와 국민안위에 대한 최고결정권을 갖는 국가원수가 ‘미확인 위치’상태였다는 해석이 나오는 상황이 초래됐다.

공식적인 ‘집무실 정치’가 최소한 일주일 이상 실종돼도, 청와대 공조직은 대통령의 행방에 관심이 없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관저정치 중’이라고 세치 혀들이 움직인다. 관저정치는 최 씨의 비선정치였고, 최 씨의 수렴청정이었다. 청와대 공식 라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무력화 된 상태가 ‘관저정치’란 말이다. ‘관저정치’는 최씨 일파의 국정농단의 현장이고, ‘보안손님’의 ‘대포폰 정치’였다.

◆ 김기춘 “일주일에 한 번도 못 뵌 적 있다”, 최씨 관저 머물 때인가

대통령 관저는 최씨가 보안손님으로 들어와 문고리 3인방과 회의를 주재하는 공간이었다. 4차 청문회에서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청와대 (본관) 1층에 영부인 공간이 있는데 박 대통령의 경우 이 공간을 사용할 일이 없었다”며 “최씨가 이곳에 머무르며 업무를 보고 윤전추 행정관 등을 마음대로 불러냈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씨가 청와대 내에서 집무를 봤다는 것이다. 이것이 여의치 않을 때 최씨는 서울 논현동 모처를 ‘비선정치’의 회의 장소로 이용했다. 청와대 문건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은 일상이 되었고, 대포폰이 애용됐다는 것이 잇따른 언론보도와 검찰의 발표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대통령은 머리 손질과 화장, 피부미용과 건강관리에 이르기까지 최씨에게 전적으로 의존했다. 대통령 특유의 올림머리와 화장을 위해 정송주·정매주 자매가 청와대 부속실 소속 계약직 직원으로 채용돼 거의 매일 청와대를 찾아왔다.

대통령은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로부터 대통령 자문위 위촉 전에 청와대에서 태반주사를 맞았다. 김영재 원장은 부인과 함께 청와대 출입구에서 신분증을 보여주지 않아도 출입할 수 있는 ‘보안손님’으로 대통령 관저를 수시로 드나들었다. 이병석, 서창석 전 대통령 주치의는 청문회에서 대통령이 미용시술을 했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대통령의 얼굴안면은 성형시술의 흔적을 드러내는데, 이를 했다는 의사는 없다. 그렇다보니 또 다른 제3, 제4의 비선의사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재미언론인 선데이저널은 최근호에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에 서울 유명호텔 36층에서 김영재 원장으로부터 성형시술을 받았고, 이때 정윤회가 동행했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 최씨 ‘관저정치, 수렴청정’에 눈감고 입 닫은 청와대 직원들..

대통령이 비서실장과 각 부처 장·차관, 국가안보실장과의 대면을 회피한 그 시각, 관저에는 최씨와 비선진료 의사, 전속 미용사들이 있었다. 아뿔싸, 구중궁궐을 방불케 한다. 비정상적인 비선의 관저정치, 수렴청정을 청와대에 근무하는 어느 누구도 지적하지 않았다. 모두가 한결같이 눈을 감고, 입을 닫았다.

국민들은 대통령을 ‘국가와 결혼한 대통령’으로 믿고 있었다. 대통령이 관저에서 밤늦게 까지 보고서를 읽다가 수시로 수석비서관들에게 전화를 걸어 국정현안을 숙의하는 줄로 알았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국정에 분주한 사람은 대통령이 아니었다. 최씨였다.

그렇다보니 대통령이 국정원 요직인사를 추천하고 최씨가 이를 낙점했다는 동아일보의 보도까지 나왔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이 후보자를 추천하고 최 씨가 인선 대상자를 최종 결정하는 등 공무원 임명권자로서의 대통령 역할을 한 셈이다’고 개탄했다. 그렇다보니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올 8월 최 씨 관련 의혹이 불거지기 전까지 국정원에서 최 씨의 동향이나 비리 등을 담은 보고서 및 정보 문건을 단 한 건도 만들지 않았다”는 앞선 보도가 이해된다. 최씨가 인사한 최씨의 국정원이었으니 말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17년 전 최순실 씨와 박근혜 대통령이 대화를 나눈 녹취록도 공개됐다. 녹취록을 공개한 채널A는 최 씨가 박 대통령의 말을 끊는가 하면 결정을 주도하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대화에 참여한 실무자들도 박 대통령이 아닌 최 씨에게 주요 내용을 보고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자 "최 씨는 자신의 얼굴도 못 쳐다보던 사람"이라고 한 바 있다”고 꼬집기까지 했다.

◆ 비선의 관저정치, 이재용 부회장 경영승계 겨냥했다

대통령이 ‘혼밥’하며 관저에서 대통령 외모에 신경 쓸 때, 최씨는 비선정치의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검찰이 대통령과 뇌물죄 공모사건으로 본 대기업을 상대로 한 미르·K스포츠재단의 800억원 규모의 기부금모집과 삼성이 최씨 모녀에게 직접 전달한 100억원대 돈의 대가성이 대표적이다.

비선 최씨의 관저정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도 깊게 관련돼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다. 특검은 이를 주목해 이 부회장의 출국을 금지한데 이어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사장(차장)을 조용히 불러 조사했다. 또 특검은 ‘삼성합병’에 관련된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장을 출국금지하고, 국민연금공단과 보건복지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렸다. 하지만, 특검은 이 부회장을 소환조사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은 뇌물죄 피의자인데, 이 부회장은 아직까지 건재하다. 특히, 민간인 최씨는 비선의 관저정치로 뇌물죄 피의자인데도 말이다.

이 부회장은 경영승계가 마무리단계로 접어든 지난 10월 27일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이에는 ‘삼성합병’이 자리하고 있다. 또,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은 2차 청문회에서 동계스포츠영재재단에 대한 “16억 지원은 제일기획이 아니라 삼성전자에서 했다”고 증언했다. 이 뿐만 아니다. 대통령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삼성합병이 잘 되도록 도와주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지시는 작년 6월로 국민연금이 찬성의견을 밝히 전이다.

앞서 작년 3월 삼성은 정유라 특혜 지원 의혹을 받는 대한승마협회 회장사에 올랐다. 삼성합병은 7월에 이루어졌다. 합병 일주일 뒤에 대통령은 이 부회장을 독대 면담했다. 그해 12월에 대통령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기공식에 이례적으로 참석해 이 부회장의 옆자리를 빛내 주었다. 삼성의 뇌물죄 혐의는 박상진·장충기 사장이 아니어야 한다. 이 부회장도 대통령과 최씨와 마찬가지로 ‘뇌물죄 피의자’가 돼야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는데 주목해야 한다.

◆ 최씨의 10조원 재산, ‘환수 특별법 제정’되나

‘한국 재벌 24위’가 최씨라고 했다고 한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최씨 모녀 등이 8000만원을 포함해 독일 영국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등 4개국에 수조원대, 최대 10조원에 이르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정황을 잡아 독일 검찰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정두언 전 의원은 ‘최씨 10조 재산 보유’ 의혹 보도에 대해 “박정희 사후 뭉칫돈이 최태민 일가로 흘러들어갔다”는 조순제 녹취록 내용을 근거로 신빙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상상을 초원한 최씨 모녀의 해외재산에 보유 의혹에 국민들은 또 한 번 경악했다. 특검이 독일 사정당국과 공조수사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스럽다.

최 씨의 재산이 10조에 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11월 29일 대표발의한 ‘최순실 법’이 조명을 받고 있다. 국민의당은 '최순실법 패키지3+1' 당론을 확정해 '박근혜-최순실-우병우' 등 국정농단 피의자들이 불법적으로 취득한 재산을 환수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부정축재 재산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 제정에 착수, 내년 2월 임시국회 처리를 목표로 논의를 구체화해갈 계획이라고 한다.

◆ 천만의 촛불이 밝히는 평화와 민주, ‘정유년’에도 계속된다

제10차 촛불집회가 올해 마지막 날인 31일 ‘해넘이 해맞이’ 축제행사로 진행된다고 할 때 연인원 1000만명을 훌쩍 넘을 것이란 관측이다. 성탄 전야인 24일 9차 촛불집회까지 전국적으로는 약 892만여 명이 평화의 촛불을 밝혔다.

붉은 닭의 정유년 새해에도 대한민국과 국민들이 ‘혼밥의 관저유폐’를 교훈삼아 세계 속에 드높이는 평화와 민주의 가치는 계속된다. 청와대와 정치권, 헌재와 특검은 ‘천만의 평화촛불이 밝히는 새로운 대한민국’에 응답해야 한다.

취재국장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