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승균 기자

[소비자경제=나승균 기자] 몇 년 전부터 성장 가능성으로 주목받던 게임 산업이 요즘은 사건·사고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게임 상위사에서 올해만 4명의 개발자가 자살 및 돌연사를 했다. 게임사에 따르면 1명은 비위행위를 저질러 자살했다. 나머지 3명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사인이 ‘과로사’로 공식화된 것은 없지만 악명 높은 게임 업계의 업무량과 열악한 복지 체계는 이들을 과도한 업무의 암묵적 피해자로 만든다.

한시가 바삐 등장하는 모바일 게임을 비롯한 게임 산업 콘텐츠들은 다 이런 개발자들의 ‘밤샘 작업’에서 나온다. 그 속에서 개발자들의 우울과 피로는 덤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항상 마감 기한은 정해져 있고 이를 맞추지 못한다면 밤샘과 주말 출근은 당연한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업체들의 빠른 성장과 성과를 추구한 것이 도리어 악재를 키웠다고 한다. 단기간에 시장 진입과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직원들을 과부하 체제로 밀어 넣었다는 지적이다.

게임업계 직원들은 ‘포괄임금제’ 형태로 계약을 맺는다고 한다. 포괄임금제는 입사와 동시에 초과 근무와 수당을 애초에 일률적으로 정해진 만큼 주는 것을 말한다. 이렇다보니 게임 업계서 야근은 거의 ‘무급’인 셈이다.

시장의 분위기는 어느새 창의성을 강조한 창작게임보다 유행하는 장르의 게임을 모방해 마케팅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최근 TV나 인터넷 매체를 통한 광고에서도 유명 연예인을 기용한 모바일 게임 광고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오락성과 완성도를 홍보하기보다 비슷한 장르에 다른 비주얼을 강조하며 유저를 이끈다. 최근 이러한 모바일 게임들은 출시 초기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에서 반짝 상위권을 다투다가 이후 출시된 비슷한 류(流)의 다른 게임에 밀려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스마트 시대서 살아남는 전략은 유행에 맞추며 단발성 수익을 내는 것이다. 실제로 한 게임 업계 조사에 따르면 2015년 한해만 모바일 게임 중 서비스를 종료한 게임은 332개 이상에 이른다. 이 종료된 게임 중 출시년도 차례로 2011년 12개, 2012년 24개, 2013년 84개, 2014년 171개다. 시장에서 1년을 채우거나 혹은 채 못 버티고 사라지는 게임이 가장 많은 것이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속담이 있다. 곧이곧대로 해석해서 ‘뿌린 것에 따른 다른 결과’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뿌린 것과 그에 따른 정성과 시간에 의한 결과라는 측면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창작은 제조업이 아니다. 여러 게임들을 빠르게 출시한다고 유저들의 마음을 오래 지속시키기란 어렵다. 웰메이드 게임은 정해져 있다. 정해진 매뉴얼을 따른 기존의 보편화된 방식이 아닌 신선한 요소를 유저들은 바라고 있다. 창작에 기한이라는 압박을 가하면 모방만이 산출된다. 업계는 ‘새로운 것’을 위해 필요한 여유에 대해 재고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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